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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불꽃이 된 노동자 ㅣ 한겨레 인물탐구 5
오도엽 지음, 이상규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노동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직도 전태일이 청년인줄 아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전태일은 1948년생이다. 우리나이로 63세, 환갑을 넘긴 노인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왜 많은 사람들의 머릿 속엔 전태일이 20대의 청년으로 남아 있는 것일까!
그것은 1970년 22살이라는 채 피어보지도 못한 생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은 채 부당한 노동현실을 세상에 알리고선 산화했기 때문일 것이다.단지 평화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개발계획을 앞세운 국가주도형 산업화에 따른 희생양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훨씬 놀라운 사실은 그의 출생부터 줄곳 따라다녔던 가난과 아버지의 알코올중독, 식모살이를 사러 서울로 떠난 어머니와 여동생과의 생이별 등 한 가정에서 이 숱한 고난을 차례로 겪으며 힘겨운 삶을 살아 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와 비슷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가정의 생계를 부양하기 위해 10대에 서울로 올라와 사장에게 노동착취를 당하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 리더의 기질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숨 막히는 공장에서 하루 열 다섯시간 씩 노동을 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푼돈에 불과하다는 사실, 아무리 열심히 버티며 이를 악물고 일을 해도 절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비참한 현실에 매일 아침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공장으로 출근해서 똑같은 작업을 한 뒤에 겨우 잠자리에 드는 이런 반복되는 불공평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개선해 보고자하는 의지가 있는 젊은이였다.
70년이라면 박정희의 경제개발계획이 숨가쁘게 달려갈 때이다. 그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피 맺힌 절규는 아무리 크게 외쳐도 결코 들리지 않았다. 오직 성장, 성장만 외치며 고속도로를 놓기에 바쁜 위정자들에게는 일개 나이 어린 노동자들의 인권은 새똥만도 못해보였을 것이다.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는 현실에서 전태일처럼 어린 청소년직공들은 계속해서 제대로 된 숙식도 지원받지 못한채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당하며 부당하게 취급당했다. 그 끔찍한 공장의 실태를 알길 길은 바로 '죽음'밖에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개인의 문제로, 우울증으로 자살이 급증하는 시대이다. 그러나 남을 위해 자신의 몸을 태울 사람은 찾기 어렵다.
전태일을 미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처음부터 시작된 고난에 가득찬 삶이 끝내 화형으로 끝나버리는 현실에 눈물이 차 오르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지금 이렇게 좋은 여건에서 그나마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논리를 자신의 몸을 태워 많은 이들의 권리를 구한 전태일과 같은 선각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장하고 요구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함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참 된 사랑과 용기를 보여주기에 전태일은 진정 영원한 청년 불꽃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의 고속성장 뒷 면에 길이 남을 역사의 한 페이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