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리얼리스트 클로저 (Female Edition) 사토리얼리스트 클로저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10년에 사토리얼리스트를 펴낸 후 2년 만에 사토리얼리스트클로저가 나왔다. 매거진을 자주 보는 편이고 관심도 높아서 패션에 대해 눈을 떴다고 자부를 하는 내가 보기에도 사토리얼리스트는 싫증 나지 않는 그 무엇이 있었다. 사진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 그리고 조화롭고 그 속에 있는 이나 보는 이가 편안해 보인다는 점 등이 새로워서 더 기대를 했는데 여성용과 남성용으로 전문화되어 나오니 그 독특한 시각과 무엇을 담았을 지가 무척 기대가 되었다.

 

사진으로 말하는 예술가 슈만의 감성은 그냥 느낄 뿐이다.

언어로 표현하고자 애를 써 보아도 받은 느낌을 잘 전달하기가 쉽지 않아서 보고 있으면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신선함을 느낀다라고 이야기하겠다. 내가 슈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는 잘 짜여진 스튜디오나 의도된 작업실에서 한층 멋을 부려 사진을 찍어 눈을 현혹하는 것에서 벗어날 줄 아는 사람이란 점이다. 제 맘에 드는 대로 오직 사진을 위해 옷을 입히고 과장되거나 강한 눈빛을 만들도록 강요하는 연출대신 너무나 평범한 해변이나 거리에서, 도로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종의 눈동자 색도 다른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이다.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고 천연재료의 그 맛이 나는  음식을 먹었을 때처럼 슈만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평가받지 않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게 어울리는 모습을 찾는데 금방이라도 해 낼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패션화보에서 나온 듯한 명품과 트렌드에 민감한 옷과 가방이 없더라도 나를 잘 표현해 줄 의상들은 집안 곳곳에서 찾아 올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양한 문화권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의 생활이 묻어나는 몸짓과 표정, 그리고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 다 함께 어우러졌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니 단순히 새로운 옷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찍은 패션화보들과는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신상홍보에만 급급해서 사람은 없고 오로지 옷이나 가방, 시계 등만 보이는 그런 사진 속에는 없는, 오래 된 역사 깊은 건축물이 서 있고 익숙하지만 남루하거나 소탈한 사람들의 일상이  슈만의 사진들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걸친 옷은 단순히 디자인이 우수하고 색상이 화려해서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어울림, 바로 조화로워서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이다.

 

이런 점이 탁월하게 패션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선이 세련되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진작가들이 정형화된 물건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슈만은 다르다. 상업적인 성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심지어 늙거나 아름답지도 않은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카메라에 담아 떳떳하게 세상 앞에 드러낸다는 것이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주제가 의류나 가방이 아닌, 사람이니 별로 특출난 외모가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가장 아름답고 고유하게 돋보이는 것이다. 사진작가란 바로 이런 시각에서 사람을 대할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세상의 포요하거나 웅장한 사진들 가운데 반복적이면서도 초라한 보통의 지구인들의 일상이 이토록  멋져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 그가 일부러 멋을 부리고 과하게 꾸민 여성들을 아름답게 여기지 않고 생활을 하기 위해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가장 멋지다는 시각으로 보여 준 다양한 사진들을 보고 있는 동안 나 역시 좀 더 풋풋하고 싱그러워졌다! 생각이 달라지니 남들에게는 다 있지만 내게 없는 것들만 보이던 내 옷장이 하나하나 나를 나답게 완성해 가는데 모든 것을 갖춘 보물장으로 보이게 됐다.

 

생각을 바꾸도록 해 준 책,

내가 서 있는 이 일상의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모습이라고 볼 수 있도록 관점을 돌려 준 책이라 항상 내 마음을 따뜻한 에너지로 가득 충전해 준다. 그런 슈만을 직접 한 번 만나보면 좋겠고 그의 시선으로 찍은 내 사진 한 장을 갖는다면 정말 큰 기쁨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남자의 자동차 - 자동차 저널리스트 신동헌의 낭만 자동차 리포트
신동헌 지음 / 세미콜론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CAR LIFE의 오래된 애독자이다. 자동차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난 그 중에서도 자동차를 너무 좋아해서 자동차관련 국가자격증까지 딸 정도의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그래서 자동차관련 서적은 물론이고 자동차정비에 관한 책을 사는 데에 돈을 아까워 하지 않는다.

 

특히 내가 타 본 국내 자동차들은 회사도 몇 개 되지는 않지만 정말 껍데기만 다를 뿐이지 차는 차일뿐!이란 결론을 내게 만든다. 그만큼 너무나 비슷비슷하고 성능역시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자동차 관련 책을 읽게 만드는 원동력은 역시 끊을 수 없는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새로 나온 자동차들, 특히 독일이나 스페인 등에서 열리는 국제레이싱대회에 선을 보인 자동차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들뜨고 새로운 세상으로 간 것 같이 기분이 상승된다. 물론 디자인이나 경주용이라 스피드면에서 국내의 꽉 막히는 도로를 다니는 이런 늙고 평범한 자동차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멋진 자동차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떤 미래의 자동차들이 현실에서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래서 몇 억이 기본이고 십 억이 넘는 고가의 명차들을 소개한 부분에 자연히 눈을 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허영심이나 호기심이 아니다. 비싼 차라서 좋은 것이 아니라 만드는 수준이 국내의 것이랑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에 있어서도 수작업으로 전부를 진행하는 페라리에서부터 휠 하나 만들면서도 각도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장인정신으로 전문적으로 만드는 유럽의 자동차문화가 무척이나 탐스럽도록 부럽기 때문이다.

 

확실히 자동차는 문화와 역사를 갖고 진화되어 왔다는 것이 신동헌작가와 나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단순히 말 타고 달리던 길을 자전거가, 그리고 자동차로 바뀌었다는 이동수단의 진화라는 얄팍한 견해에 반해 자동차는 그 만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한다. 그런 면에서 국내의 자동차문화라는 것은 역사가 짧기도 하지만 일본제품을 그대로 데리고 와서 조립한 상태로 판매를 하는 것이 시작이 되어 무조건 큰 차, 껍데기만 달라지만 값이 터무니 없어도 지갑을 열고 사는 소비자들이란 것이 한탄스럽기도 하도 부끄럽기도 하다.그래서 국산 차의 성능에 대한 단상, 나는 한국 차가 싫어요 편을 읽다가 너무 과도하게 공감이 되는 바람에 맞아맞아를 연속 내뱉기도 했다. 어쩌면 그렇게 속 시원하게 돌려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을 모조리 있는 대로 다 말할 수 있는지 통쾌하면서 속이 시원했다. 그런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는데 보통 사람이 그렇게 말을 하면 다들 불평이나 일삼는 것처럼 폄하하니 일단 다수가 공감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표현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명차들에 대해 소개하면서 각 부분별 차별화 되는 기술적 특징들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색다른 디자인과 작은 소품 정도를 다룬 점이 조금 아쉽다. 엔진의 발달과정도 제대로 공부해 보지 않은 대다수의 한국인 운전자들의 입장에서라면 엔진에 대한 것은 좀 더 비중 있고 친절한 설명과 안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기 차를 운전하면서도 차에서 이상한 소음이 발생하거나 도로 위에서 갑자기 정지하거나 하면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보험사 전화번호가 몇 번 이었지?' 정도이지 자기 차의 본넷트를 여는 사람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열어도 아는 것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할 뿐일 것이고 특히 여성운전자들을 보면 지나가다가도 그 답답함이 내게 까지 전해져 오는 듯 매우 극심하다.

 

돈만 있으면 아무 차나 마음대로 사서 타고 다니면 그 뿐이라는 식의 얄팍하고도 수준이 낮은 자동차문화에 대해 좀 건드려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 버린 것도 좀 아쉽기는 마찬가지이다. 차는 인체와 정말 흡사하다. 그래서 단순히 값을 치루고 소유해 버리면 그만인 가전제품이 아니라 항상 조심스럽게 관리하고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서 운행해야 하는 '애마'이다. 그런 면에서 조심성 없는 운전자들에게 차와 함께 할 수 있는 멋지고 수준 높은 문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려주었다면 이 나라에 유럽에서 온 명차들만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운전자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제발, 2권을 꼭 써 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
세르주 치코티, 니콜라 게갱 지음, 이소영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생때 봉사단에 입단해서 아주머니 봉사단원들이 만든 반찬들을 저소득층 배달하는 봉사를 3여 년 동안 한 적이 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산동네의 판자집을 돌면서 유독 한 집이 기덕에 남는데 그 이유는 그 집에는 다리를 저는 강아지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몇 개월이 지나면서 그 집의 사정에 대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알게 되면서 이런 집에 계속 봉사를 다녀야하나까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이유는? 그 집의 주인 아저씨는 50살도 채 되지 않은 남자였는데 적은 돈이라도 생기면 그 날 밤 새도록 강아지를 때려 강아지의 울부짖는 소리가 사방을 찢어 놓는다고 했다. 돈만 생기면 소주를 사 와서 실컷 마신 후 묶여 있는 강아지의 배를 차고 막대기로 강아지의 머리며 온 몸을 피곤해서 잠이 들때까지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아저씨의 입장에서는 간만에 하는 운동이나 몸풀기 정도 쯤 되겠지만 강아지는 '학대'를 당하는 처참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강아지가 다리 병신이 되었구나!' 세상에 태어나서 저런 주인을 만나 마음껏 뛰어 놀기는 커녕 불구가 되어버린 채 사람만 다가가면 마구 온 몸을 떠난 불쌍한 강아지가 사는 그 집에 가는 것이 싫어졌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강아지를 학대한다는 이유로 반찬봉사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방문할 때마다 주인아저씨게 반찬을 전해 드린 후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고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있으라고만 할 뿐이었다.

 

간식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혹시 아저씨가 내가 간 뒤에 강아지에게 화풀이를 할까봐 엄두도 못 내고 그냥 손으로 쓰다듬어 주기만 했는데 처음엔 몸을 떨며 불안해하던 녀석이 몇 달이 지나자 경계심을 풀고 마침내 불편한 몸으로 일어서서는 꼬리를 치는 모습을 보니 바보처럼 눈물이 났다.  강아지가  날 환영하고 반기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집에 큰 변화가 생겼다. 아저씨의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딸이 기관에 맡겨져 아저씨와 분리되어 살게 된 것이다. 이유는 더더욱 충격적이었는데 아저씨는 단순히 강아지만 학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 동안 자신의 친 딸들도 무시무시하게 학대를 한 것이 아이들의 담임선생의 신고로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이 정말 신뢰가 간다.

내가 이런 경험을 먼저 해 보았기에 단순히 실험실에서 만든 연구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이런 비슷한 일들이 세상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키우는 말 못하는 개나 고양이를 재미삼아, 심심해서 습관적으로 학대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까지도 이와 비슷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확실하다. 다만,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은밀하게 하고 있을 뿐, 그의 주변에는 반드시 희생자가 있다라는 점이 소름이 끼친다. 그리고 본인은 술김에 한 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의 내면에 항상 이 약자에 대한 폭력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라는 점도 정말 무섭다. 반면에 작은 강아지에게 사람의 인격을 부여하고 자신의 동생처럼, 가족처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대하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개가 제 주인과 성격이나 얼굴표정까지 닮아가는 것에 대한 저자의 설명에 웃음이 나온다. 

 

동물에게도 일상생활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처럼 뚜렷한 생각이란 것이 있고 제 입장에서 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그래서 처음엔 형이 내게 떠맡기다시피 한 강아지를 기르기 위해 '강아지 기르는 법'이란 책을 구입했는데 산책 시키는 법, 배변훈련을 시키는 법 등 처음 8개월 간은 아주 유용하고 요리책처럼 그대로만 하면 어느 정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나자 갑자기 책에는 없는 상황들이 대거 발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집을 비운 채 저녁에 들어오다가 바닥에 쉬를 흥건하게 해 놓은 것을 밟아 양말을 적시거나 내가 신문만 보려고 펼쳐 놓으면 어느새 한가운데에 납작 엎으려서는 읽으려는 바로 그 기사를 제 몸으로 가려버리는 둥 정말 심술쟁이, 떼쟁이로 돌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내가 초보라서 녀석이 날 얕잡아 보고서 말썽을 부리는 것이라 생각해 아주 강한 체벌로 다스렸다. 겁을 주기도 하고 좋아하는 고기 통조림을 일부러 빼 놓고 안 주기도 했다. 그러니까 녀석이 점점 내 말을 안 듣고 사료도 마다한 채 하루종일 우울하게 엎드려 지내게 되었다.

 

그 때에서야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닫고 말을 걸었다.  

가까이에 가서 이름을 불렀다.

처음 몇 번은 반응도 없었는데 다섯 차례 가까이 더 부드럽고 다정하게 불렀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 다음엔 '좋아해'라는 말을 했다.

그랬더니 곧바로 고개를 제 몸 깊숙이 묻고서는 눈을 감아버렸다.

 

아!

나한테 몹시 삐쳐있구나...

나에게 서운한 것이 있나보구나 싶어서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닭고기캔을 사료와 함께 부어서 코 앞에 내밀었다. 그런데도 잠깐 고개를 들어 확인만 할 뿐 좀처럼 먹지를 않는 것이었다. 먹지 않고 웅크리고만 있는 녀석이 신경이 쓰이면서 화해를 하고 싶어졌다. 미안하다고 했다.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고 여러 번 말하는 나를 녀석이 고개를 들어 쓱 한 번 쳐다봤다. 그 때부터 우리는 내가 녀석의 발을 잘못 밟았을 때에나 녀석이 싼 오줌을 내가 밟고 화를 낼 때 서로 미안하다는 것을 꼭 표현하게 되었다.

 

밖에 데리고 나가면 다른 강아지들을 대하는 태도가 내가 어린시절 친구들을 몹시도 좋아했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다. 정말 나와 살면서 사회성이나 운동을 좋아하는 모습까지, 그리고 작은 일에도 잘 토라지는 단점까지 나를 닮아가는 녀석은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녀석의 심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한 편으론 한 번도 연구대상으로 삼아보지 않은 나 자신의 심리를 비춰 볼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통찰력이 담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 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래.전민진 지음 / 남해의봄날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달에 꿈에 진실하라 간절하라의 김선권대표의 책을 손에 잡고서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사람이 그렇게 큰 기업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되어 놀랐다. 단순히 돈을 벌었다는 측면에서의 인정이 아니라 실제 빈 손으로 시작해서 현재의 자리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들을

시간순으로 쉬운 문장과 솔직한 경험담을 주로 엮었기 때문에 아주 진도가 빠르게 나갔던 것이다. 그 뿐인가! 사업을 성공시켜 놓고 나니 욕심이 나서 큰 돈을 투자했다가 날린 이야기는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자신의 욕심이 부른 실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놓고 뒤따라 오는 이들에게 타산지석으로 삼게 했으니 말이다. 

 

동창회에 가면 승진과 이직으로 더 높은 연봉에 대한 이야기가 단연 화제이다.지난 연말에도 그 공식은 깨지지 않았다. 그 가운데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은 나와 마음이 맞는 친구가 두어 명 정도 있을 뿐, 가장 안정적인 7급 공무원-그것도 부부- 을 비롯해 대기업과 금융권의 탄탄한 둘레에서 생활을 하는 동창들의 얼굴엔 윤기가 흘렀다.

 

이 책을 읽는 것이 솔직히 부담이 되었다. 제목이 특히 불만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간 정말 꿈을 꿔 보지도 못한 채 세상의 낙오자들이나 되는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닐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약함 때문이었다.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을 때엔 더더욱 신경이 많이 쓰여서 자유롭지 못했다. 무조건 큰 것을 대접해 주는 세상에서 작은 회사에 다닌다는 책을 읽는 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성공한 기업인의 잔뜩 멋을 부린, 자화자찬식의 선동에 가까운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젊은, 나와 같은 또래의 청년 사업가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라서 신선했다. 당연히 글이 술술 들어왔다. 13명의 대표들이 나와 같은 고민과 녹록치 않은 현실 앞에서 거센 자금의 폭풍을 맞아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야기기는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나만 그렇게 못난 것이 아니구라 싶어서였다.

 

한 편으론 자금이 없이는 아무리 높은 이상이 있어도 미처 펼쳐 볼 수가 없는 현실인데 어떻게 저들은 그렇게 담담하게 자신의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일까란 의문도 들었다. 공연기획자 김설화씨 같은 경우엔 워낙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 같아 가볍게 읽을 수 있었지만 소모의 두 대표자들의 입장은 앞이 암담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말이 좋아 회사이지 둘이서 작가섭외에서 부터 교정, 표지디자인, 출판, 서점가에 홍보하는 것까지 몽땅 몰아서 하는 두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아도 업무량이 작고 단순하다거나 일이 특화되어 있거나 하면 그래도 희망이 보이겠지만 책 한 권 낼 때마다 생기는 그 번거로운 수 많은 작업들을 단 두 명이서 해 나가야한다니 정말 무서웠다. 그래서 한 번 월급쟁이로 시작하면 창업이란 문엔 얼씬도 못하게 되는가 보다.

 

그리고 책에 소개 된 대표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여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말 한국 여자들이 독하긴 독하네...싶었는데 상대적으로 혼자서 일을 해도 할 수 있는 디자인이나 기획 등이 많았다. 소개 된 대표들이 하나 같이 당당하고 패기가 넘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위한 도전정식으로 철저히 무장된 강한 인간 같았다.

 

그 점이 책을 읽는 나와 많이 달랐다.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쓰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도 잘 못하는 여린 성격의 나와는 달리 어린 나이에도 끊고 맺는 결단력이 대단했고 이상을 좇으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는 점에 있어서 매우 탁월했다. 그냥 누구나 창업을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란 것은 잘 알면서도 이 13인의 공통된 특징을 살펴보면 각 개인마다의 장점을 강점으로 이용했다는 결론이 어렵지 않게 나왔다.

 

그렇다면 나의 장점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평생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던 시절부터 역시 가방 들고 회사로 머릿결 날려가며 출근하는 내게 남들과 다른 어떤 장점이 있을까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13인의 젊은 사업가들이 나보다 먼저 이 거친 세상에서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니 위태롭기도 했지만 역시 부러웠다. 내 마음에 가득한 내 사업에 대한 시작을 올해엔 꼭 첫 걸음을 내딛고 싶은데 좀 더 강해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끈질기게 내 사업에 대한 목표를 이루려는 체력과 함께 정신의 단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틱톡, 일어나세요! 꿈꾸는 그림책 2
앤드리어 어렌 지음, 서애경 옮김 / 평화를품은책(꿈교출판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옛날엔 이런 직업이 다 있었다니 책을 읽으면서 신선하기도 했지만 혹시 메리 스미스부인이 작가의 할머니나 증조할머니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 이상한 상상도 다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손녀가 어머니로부터 할머니의 투철한 직업정신에 대해 구전으로 전해 듣고서 쓴 글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런던 근교에 사는 퉁퉁한 스미스부인이 계절이나 날씨에 상관없이 매일 이른 새벽에 나가
컴컴한 창문을 향해 콩알들을 발사한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신문지상에서 성적문제로 스트레스가 많은 청소년들이 쇠구슬총을 쏴 이웃집 베란다 창문들을 와장창 부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게 잡혔다는 기사를 익히 읽어보았어도 어디로 보나 나이 지긋한 부녀회장 스타일의 부인이 새벽마다 남의 집 창문에 대고 그런 장난질을 친다고 생각하니 정말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그것이 엄연히 돈을 받고서 하는 일이었다니 영국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에 대해
새삼 이질감을 느꼈다. 지지않는 태양이란 별칭을 가지고 세계 제 일의 강대국이었던 그 영국은 잠을 깨우러 다니는 직업까지 있었구나! 그런데 같은 시대의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잠 든 사람을 깨웠을까라는 질문이 생겼다.일제치하에서 누가 마음 놓고 소리를 내어 잠 든 사람을 깨울 수나 있었을까라는..피식민지국의 암울한 현실이었겠구나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여자 혼자서, 가로등도 없이 춥고 깜깜한 겨울 새벽에 일을 하러 다닌다는 것은 실제로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을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그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크게 부각시키는대신 주머니에 든 마른 콩들을 총알삼아 일찍 가게 문을 열고 일을 해야하는 사람들을 깨우러 다닌 스미스 부인의 씩씩함과 부지런함, 근면성에 초첨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어찌나 걸음이 빠른지 잠에서 덜 깬 이웃들이 창문을 열면 스미스부인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니...정말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같은 환경에 있더라도 사람마다 느끼고 반응하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일의 어려움을 한탄하기보다는 그 일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 내는 것이 훨씬 멋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없으면 무척 불편해서 살아가는데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는 그런 세상에서 크게 대접받지 못하는 일을 잘 해 내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만약 스미스부인이 지금 살아 있다면 한 번 쯤은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그램에 멋지게 콩알을 날리며 출연을 했을 것 같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보거나 들어보지 못한 여러 문화권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소개해 주면 더 많이 상상하고 생각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