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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자동차 - 자동차 저널리스트 신동헌의 낭만 자동차 리포트
신동헌 지음 / 세미콜론 / 2012년 8월
평점 :
CAR LIFE의 오래된 애독자이다. 자동차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난 그 중에서도 자동차를 너무 좋아해서 자동차관련 국가자격증까지 딸 정도의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그래서 자동차관련 서적은 물론이고 자동차정비에 관한 책을 사는 데에 돈을 아까워 하지 않는다.
특히 내가 타 본 국내 자동차들은 회사도 몇 개 되지는 않지만 정말 껍데기만 다를 뿐이지 차는 차일뿐!이란 결론을 내게 만든다. 그만큼 너무나 비슷비슷하고 성능역시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자동차 관련 책을 읽게 만드는 원동력은 역시 끊을 수 없는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새로 나온 자동차들, 특히 독일이나 스페인 등에서 열리는 국제레이싱대회에 선을 보인 자동차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들뜨고 새로운 세상으로 간 것 같이 기분이 상승된다. 물론 디자인이나 경주용이라 스피드면에서 국내의 꽉 막히는 도로를 다니는 이런 늙고 평범한 자동차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멋진 자동차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떤 미래의 자동차들이 현실에서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래서 몇 억이 기본이고 십 억이 넘는 고가의 명차들을 소개한 부분에 자연히 눈을 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허영심이나 호기심이 아니다. 비싼 차라서 좋은 것이 아니라 만드는 수준이 국내의 것이랑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에 있어서도 수작업으로 전부를 진행하는 페라리에서부터 휠 하나 만들면서도 각도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장인정신으로 전문적으로 만드는 유럽의 자동차문화가 무척이나 탐스럽도록 부럽기 때문이다.
확실히 자동차는 문화와 역사를 갖고 진화되어 왔다는 것이 신동헌작가와 나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단순히 말 타고 달리던 길을 자전거가, 그리고 자동차로 바뀌었다는 이동수단의 진화라는 얄팍한 견해에 반해 자동차는 그 만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한다. 그런 면에서 국내의 자동차문화라는 것은 역사가 짧기도 하지만 일본제품을 그대로 데리고 와서 조립한 상태로 판매를 하는 것이 시작이 되어 무조건 큰 차, 껍데기만 달라지만 값이 터무니 없어도 지갑을 열고 사는 소비자들이란 것이 한탄스럽기도 하도 부끄럽기도 하다.그래서 국산 차의 성능에 대한 단상, 나는 한국 차가 싫어요 편을 읽다가 너무 과도하게 공감이 되는 바람에 맞아맞아를 연속 내뱉기도 했다. 어쩌면 그렇게 속 시원하게 돌려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을 모조리 있는 대로 다 말할 수 있는지 통쾌하면서 속이 시원했다. 그런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는데 보통 사람이 그렇게 말을 하면 다들 불평이나 일삼는 것처럼 폄하하니 일단 다수가 공감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표현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명차들에 대해 소개하면서 각 부분별 차별화 되는 기술적 특징들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색다른 디자인과 작은 소품 정도를 다룬 점이 조금 아쉽다. 엔진의 발달과정도 제대로 공부해 보지 않은 대다수의 한국인 운전자들의 입장에서라면 엔진에 대한 것은 좀 더 비중 있고 친절한 설명과 안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기 차를 운전하면서도 차에서 이상한 소음이 발생하거나 도로 위에서 갑자기 정지하거나 하면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보험사 전화번호가 몇 번 이었지?' 정도이지 자기 차의 본넷트를 여는 사람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열어도 아는 것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할 뿐일 것이고 특히 여성운전자들을 보면 지나가다가도 그 답답함이 내게 까지 전해져 오는 듯 매우 극심하다.
돈만 있으면 아무 차나 마음대로 사서 타고 다니면 그 뿐이라는 식의 얄팍하고도 수준이 낮은 자동차문화에 대해 좀 건드려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 버린 것도 좀 아쉽기는 마찬가지이다. 차는 인체와 정말 흡사하다. 그래서 단순히 값을 치루고 소유해 버리면 그만인 가전제품이 아니라 항상 조심스럽게 관리하고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서 운행해야 하는 '애마'이다. 그런 면에서 조심성 없는 운전자들에게 차와 함께 할 수 있는 멋지고 수준 높은 문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려주었다면 이 나라에 유럽에서 온 명차들만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운전자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제발, 2권을 꼭 써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