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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 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래.전민진 지음 / 남해의봄날 / 2012년 10월
평점 :
지난 달에 꿈에 진실하라 간절하라의 김선권대표의 책을 손에 잡고서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사람이 그렇게 큰 기업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되어 놀랐다. 단순히 돈을 벌었다는 측면에서의 인정이 아니라 실제 빈 손으로 시작해서 현재의 자리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들을
시간순으로 쉬운 문장과 솔직한 경험담을 주로 엮었기 때문에 아주 진도가 빠르게 나갔던 것이다. 그 뿐인가! 사업을 성공시켜 놓고 나니 욕심이 나서 큰 돈을 투자했다가 날린 이야기는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자신의 욕심이 부른 실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놓고 뒤따라 오는 이들에게 타산지석으로 삼게 했으니 말이다.
동창회에 가면 승진과 이직으로 더 높은 연봉에 대한 이야기가 단연 화제이다.지난 연말에도 그 공식은 깨지지 않았다. 그 가운데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은 나와 마음이 맞는 친구가 두어 명 정도 있을 뿐, 가장 안정적인 7급 공무원-그것도 부부- 을 비롯해 대기업과 금융권의 탄탄한 둘레에서 생활을 하는 동창들의 얼굴엔 윤기가 흘렀다.
이 책을 읽는 것이 솔직히 부담이 되었다. 제목이 특히 불만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간 정말 꿈을 꿔 보지도 못한 채 세상의 낙오자들이나 되는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닐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약함 때문이었다.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을 때엔 더더욱 신경이 많이 쓰여서 자유롭지 못했다. 무조건 큰 것을 대접해 주는 세상에서 작은 회사에 다닌다는 책을 읽는 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성공한 기업인의 잔뜩 멋을 부린, 자화자찬식의 선동에 가까운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젊은, 나와 같은 또래의 청년 사업가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라서 신선했다. 당연히 글이 술술 들어왔다. 13명의 대표들이 나와 같은 고민과 녹록치 않은 현실 앞에서 거센 자금의 폭풍을 맞아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야기기는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나만 그렇게 못난 것이 아니구라 싶어서였다.
한 편으론 자금이 없이는 아무리 높은 이상이 있어도 미처 펼쳐 볼 수가 없는 현실인데 어떻게 저들은 그렇게 담담하게 자신의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일까란 의문도 들었다. 공연기획자 김설화씨 같은 경우엔 워낙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 같아 가볍게 읽을 수 있었지만 소모의 두 대표자들의 입장은 앞이 암담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말이 좋아 회사이지 둘이서 작가섭외에서 부터 교정, 표지디자인, 출판, 서점가에 홍보하는 것까지 몽땅 몰아서 하는 두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아도 업무량이 작고 단순하다거나 일이 특화되어 있거나 하면 그래도 희망이 보이겠지만 책 한 권 낼 때마다 생기는 그 번거로운 수 많은 작업들을 단 두 명이서 해 나가야한다니 정말 무서웠다. 그래서 한 번 월급쟁이로 시작하면 창업이란 문엔 얼씬도 못하게 되는가 보다.
그리고 책에 소개 된 대표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여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말 한국 여자들이 독하긴 독하네...싶었는데 상대적으로 혼자서 일을 해도 할 수 있는 디자인이나 기획 등이 많았다. 소개 된 대표들이 하나 같이 당당하고 패기가 넘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위한 도전정식으로 철저히 무장된 강한 인간 같았다.
그 점이 책을 읽는 나와 많이 달랐다.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쓰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도 잘 못하는 여린 성격의 나와는 달리 어린 나이에도 끊고 맺는 결단력이 대단했고 이상을 좇으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는 점에 있어서 매우 탁월했다. 그냥 누구나 창업을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란 것은 잘 알면서도 이 13인의 공통된 특징을 살펴보면 각 개인마다의 장점을 강점으로 이용했다는 결론이 어렵지 않게 나왔다.
그렇다면 나의 장점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평생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던 시절부터 역시 가방 들고 회사로 머릿결 날려가며 출근하는 내게 남들과 다른 어떤 장점이 있을까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13인의 젊은 사업가들이 나보다 먼저 이 거친 세상에서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니 위태롭기도 했지만 역시 부러웠다. 내 마음에 가득한 내 사업에 대한 시작을 올해엔 꼭 첫 걸음을 내딛고 싶은데 좀 더 강해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끈질기게 내 사업에 대한 목표를 이루려는 체력과 함께 정신의 단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