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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리얼리스트 클로저 (Female Edition) ㅣ 사토리얼리스트 클로저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10년에 사토리얼리스트를 펴낸 후 2년 만에 사토리얼리스트클로저가 나왔다. 매거진을 자주 보는 편이고 관심도 높아서 패션에 대해 눈을 떴다고 자부를 하는 내가 보기에도 사토리얼리스트는 싫증 나지 않는 그 무엇이 있었다. 사진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 그리고 조화롭고 그 속에 있는 이나 보는 이가 편안해 보인다는 점 등이 새로워서 더 기대를 했는데 여성용과 남성용으로 전문화되어 나오니 그 독특한 시각과 무엇을 담았을 지가 무척 기대가 되었다.
사진으로 말하는 예술가 슈만의 감성은 그냥 느낄 뿐이다.
언어로 표현하고자 애를 써 보아도 받은 느낌을 잘 전달하기가 쉽지 않아서 보고 있으면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신선함을 느낀다라고 이야기하겠다. 내가 슈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는 잘 짜여진 스튜디오나 의도된 작업실에서 한층 멋을 부려 사진을 찍어 눈을 현혹하는 것에서 벗어날 줄 아는 사람이란 점이다. 제 맘에 드는 대로 오직 사진을 위해 옷을 입히고 과장되거나 강한 눈빛을 만들도록 강요하는 연출대신 너무나 평범한 해변이나 거리에서, 도로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종의 눈동자 색도 다른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이다.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고 천연재료의 그 맛이 나는 음식을 먹었을 때처럼 슈만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평가받지 않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게 어울리는 모습을 찾는데 금방이라도 해 낼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패션화보에서 나온 듯한 명품과 트렌드에 민감한 옷과 가방이 없더라도 나를 잘 표현해 줄 의상들은 집안 곳곳에서 찾아 올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양한 문화권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의 생활이 묻어나는 몸짓과 표정, 그리고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 다 함께 어우러졌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니 단순히 새로운 옷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찍은 패션화보들과는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신상홍보에만 급급해서 사람은 없고 오로지 옷이나 가방, 시계 등만 보이는 그런 사진 속에는 없는, 오래 된 역사 깊은 건축물이 서 있고 익숙하지만 남루하거나 소탈한 사람들의 일상이 슈만의 사진들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걸친 옷은 단순히 디자인이 우수하고 색상이 화려해서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어울림, 바로 조화로워서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이다.
이런 점이 탁월하게 패션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선이 세련되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진작가들이 정형화된 물건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슈만은 다르다. 상업적인 성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심지어 늙거나 아름답지도 않은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카메라에 담아 떳떳하게 세상 앞에 드러낸다는 것이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주제가 의류나 가방이 아닌, 사람이니 별로 특출난 외모가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가장 아름답고 고유하게 돋보이는 것이다. 사진작가란 바로 이런 시각에서 사람을 대할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세상의 포요하거나 웅장한 사진들 가운데 반복적이면서도 초라한 보통의 지구인들의 일상이 이토록 멋져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 그가 일부러 멋을 부리고 과하게 꾸민 여성들을 아름답게 여기지 않고 생활을 하기 위해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가장 멋지다는 시각으로 보여 준 다양한 사진들을 보고 있는 동안 나 역시 좀 더 풋풋하고 싱그러워졌다! 생각이 달라지니 남들에게는 다 있지만 내게 없는 것들만 보이던 내 옷장이 하나하나 나를 나답게 완성해 가는데 모든 것을 갖춘 보물장으로 보이게 됐다.
생각을 바꾸도록 해 준 책,
내가 서 있는 이 일상의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모습이라고 볼 수 있도록 관점을 돌려 준 책이라 항상 내 마음을 따뜻한 에너지로 가득 충전해 준다. 그런 슈만을 직접 한 번 만나보면 좋겠고 그의 시선으로 찍은 내 사진 한 장을 갖는다면 정말 큰 기쁨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