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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ㅣ 디 아더스 The Others 1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공보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어본 지 꽤 오랜만이다. 직장내 스트레스가 계속되고, 매일 반복되는 단순 업무의 지루함, 마음속 어딘지 모른 허전함.. 나 역시 요즘 우울증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제목도 긴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을 읽으며 사람들이 갖는 우울증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조그마한 마을 코브 마을에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많았다. 대마초에 심취해 있는 순경 시오필러스 크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전직 영화배우 몰리 미숑, 정신과 의사의 밸러리 리어든, 그 곳에 근무하는 접수원 클로이, 약국을 운영하는 윈스턴, 비밀을 간직한 떠돌이 블루스가수 캣피시 제퍼슨, 남편과 사별후 해변의 그림을 그리는 에스텔..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바다괴물 스티브..
내용은 단순하지만, 전체적 구성은 탄탄하다. 코믹함, 약간의 외설스러움,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조그만 코브마을에 어느날 바다괴물이 등장한다. 수천년동안 바다 깊숙이 잠들어있다가 깨워난 바다괴물은 옛 향수, 복수심, 아니면 자신의 반쪽을 찾아나서거신지 알 수 없지만 엄청난 식성과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예전에 읽은 국내소설 [나의 식인 룸메이트-신지수]가 생각난다.
사건의 실마리는 마을에서 자살사건이 일어난다. 순경 시오는 선출직이지만, 책임을 다해 문제해결을 위해 여기저기 헤짚고 다닌다. 정신과의사인 벨도 시오의 수사에 급기야 마을 전체 환자들에게 항우울제 처방을 금지시킨다. 모두들 금단현상에 빠져 책은 더욱 재미있어진다.
그동안 항우울제에 의지했던 마을 사람들은 금단현상을 나름대로 해결해간다. 순경 시오도 대마초를 끊으면서 일에 집중하지만, 여전히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다. 상관인 버튼 보안관에게 모욕을 당하면서 나중에 그의 비리를 알게된다. 정신병을 앓고 있던 전직 여배우 몰리는 바다괴물 스티브와 사랑에 빠진다. 바다괴물에 때로는 호통을 치고, 달래기도 하는 그녀 모습은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다.
떠돌이 블루스 가수 캣피시는 에스텔과 사랑에 빠지지만, 여전히 과거에 바다괴물의 자식, 메기를 잡아 죽여 바다괴물에 대한 공포감과 두려움이 남아있다. 에스텔의 도움으로 바다괴물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갖게되고, 나중에 에스텔과 행복한 마무리를 한다. 바다생물 특히 돌고래와 변태성행위자 약사 윈스턴은 나중에 바다괴물의 먹이로 캣피시를 대신해서 행복한 종말을 맞이한다.
사람에게 찾아오는 우울증은 자신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이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보다 주위를 신경쓰고, 그러다 성과도 없이 지쳐버리면서 찾아오는 우울증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일을 필요로 한다. 순경 시오도 힘들지만 사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대마초에 의지했던 우울증을 치료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신을 달래주며 격려하며 스스로 비위를 맞추어야 한다. 몰리 역시 자신이 못 이루었던 여배우 역할을 바다괴물 스티브를 만나 여전사 역할을 다시금 했고, 마음의 교감도 이루었다. 마약제조와 밀매로 부패한 보안관 버튼의 비인간적인 행태와 사뭇 비교되는 점이다.
감정의 동물인 인간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함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두려움은 미리 대처능력을, 화는 보호능력을, 우울한 감정은 차분하게 몰입능력을 키운다. 고요한 마을 코브마을에 이제는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우울함을 극복해 나간다. 두꺼운 책인데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게되어 더운 여름 한 때 잘 보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