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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란 무엇인가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 지음, 김태희 옮김 / 민음인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이제 글을 써야겠다. 원정 첫 16강의 기쁨도 잠시, 16강의 문턱에서 우루과이에게 아깝게 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그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때로는 안타까움도 때로는 통쾌함도 우리 선수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6월의 열기를 날려보낸 것 같다. '축구란 무엇인가'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달고 나온 책 한권에 나는 월드컵이 너무도 즐거웠다. 남들은 빨간 티셔츠를 입고 이곳 저곳에 모여 응원했지만, 직장 일로 여전히 나는 월드컵과 변두리에 선 경계인으로 지내야만 했다. 핑계인 줄은 알지만, 젊었을 때 밤새워 응원하는 열정은 식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동료들과 맥주 한잔에 스크린을 뚫어져라 보며 응원해보지만, 여전히 다음날 피곤이 엄습해온다. 그래도 이렇게 잘 견뎌내고 있지 않은가.
박현욱씨의 [아내가 결혼했다]에 나오는 덕훈과 인아처럼 축구마니아는 아니지만, 축구가 갖는 의미는 축구 경기 이상이다. 22명의 축구 선수들이 둥근 공 하나를 가지고 상대편 골문에 넣으려고 뚝뚝 땀 흘려가며 달려드는 모습은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골을 넣기위해 심판 눈을 피해 몸싸움도 하고 반칙도 하지만, 상대방의 골문에 골만 넣으면 승리하는 축구는 인류가 매류당할 만한 스포츠임에 틀림없다. 그 이유는 오프사이드 규칙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기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든 좋아한다. 지구상 가장 많은 팬을 가지고 있고,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각 나라마다 비슷한 경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부터 이런 경기를 한 기록도 남아있고, 이 책에서도 그리스 로마시대 역사적 기록을 나와있다.
축구는 단순한 규칙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라운드에 펼쳐지는 전략은 다양하다. 전투와 비슷하다. 공격적인 축구가 매력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을 가지고 상대방을 압박해가며 드리불을 하는 아르헨티나의 메시는 경기를 보는 이로 하여금 짜릿함을 전해준다. 자신이 선수가 된 양 흥분감을 감추지 못한다. 골을 넣으면 어떤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광분한다. 이번에 우리 해외파 선수들, 박지성, 이청룡, 박주영 골들은 기존의 한국선수들과 다른 골 맛이었다. 축구 경기는 상대편과의 두뇌싸움이기도 한다. 미드필터에서 서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은 치열하다. 현대 축구는 공간 확보와 흐름 싸움으로 집약된다. 상대방에게 공간을 내주면 바로 골과 연결된다. 그래서 한 두명의 스트라이커외에도 다른 선수들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격수가 밀고 올라가면 역습에 대비해 수비수도 철저하게 공간을 조절해야한다.
축구가 예술이라고 한다. 선수들의 몸에 특수한 능숙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예술성은 능숙함, 경쾨햠, 무중력의 느낌, 손쉬움으로 표현된다. 마치 곡예를 하듯 그들을 보며 관람자도 하나가 된다. 이번에 동료들과 경기를 보며 함께 감탄해하고 아쉬워하고 즐거워했다. 축구는 아마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하리라 본다. 덧붙여 책을 보면서 저자의 박식한 지식에 감탄했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을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축구라는 단일 주제에 이렇게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는 노력에도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