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완득이를 읽다보니, 문득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80년대 중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는 때이른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중학교때까지 머리를 빡빡 깎고 일본식 교복을 입고 다녔기 때문에, 
두발과 교복 자율화가 주는 해방감은 사춘기인 시절에 맞추어 커다란 돌파구였다.
그런데 그당시 기억 언저리에 자리잡은 두명의 같은 반 친구는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하다.
한 친구는 핸드볼 특기선수로 입학하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핸드볼부가 해체되어 버렸다.
평소에 공부와는 담을 쌓고 오로지 운동만을 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말썽과 싸움만 반복하다가 결국 자퇴하고 말았다. 
또다른 친구는 가난하여 부모님이 포장마차를 하지만 자존심이 무척 강해서,
쉽게 어울리지도 않고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고 만다. 

작품속의 주인공 완득이를 보며 두 친구가 생각이 났다.
물론 완득이는 난쟁이인 아버지밑에서 어머니의 사랑도 받지 못한 채 사춘기를 겪고 있었다.
출발선부터  평탄한 성장통을 겪는 아이의 모습이 아니다.
난쟁이 아들이라는 사회적 편견의 차가운 시선속에서
그가 선택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킥복싱이다. 
전체적으로 어디에서 많이 익숙한 스토리 전개는 진부하고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책속에는 똥주라는 담임선생과 외국이민 체류자의 노동현장과 고발, 장윤하라는 여자친구가
겪는 왕따의 우리 교육의 현주소, 킥복싱관장님이 도장을 계속 운영할 수 없는 어려운 서민경제
생활상, 아버지와 가짜 삼촌 남민구가 전국를 누비며 근근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 베트남 엄마가
겪는 외국이민자의 생활등,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어두운 이면의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무겁게만 덮어두지 않고 가벼운 웃음과 실감나는 욕지거리,
그리고 리디미컬한 대사를 통해 세상속으로 끄집어 들어가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외면하지도 회피하지도 말고 우리 사회의 한부분으로서 편견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길 바라고 있다. 장애인이라서 외국이민자라서 겪을 막연하고 특별한 아픔으로 보지말고
그냥 이웃, 지인이 겪는 우리네 아픔으로 말이다.

되짚어보면 모든 사람에게는 아픔과 말 못할 고민들이 잠재되어 있다.
굳이 장애인이나 외국이민자가 아니더라도 똥주 담임선생도, 좋은 환경속에 커 온 장윤하도
아픔이 있는 것이다. 다만 어떻게 이를 대처하고 극복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작품속에서도 각자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고민을 치유하며 나름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작가가 어느 한 인물에 치우침이 없이 골고루 그 해답을 적어놓고 있으니, 나머지는 책을 읽어보시라...
씩씩한 완득이의 기를 흠뻑받아가는 느낌이다. 
모처럼 재미나고 감동적인 우리 소설을 만나 반갑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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