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도 반세기 이상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미국'은 여전히
민주주의의 옹호자임을 자처하며, 전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이 강대국이 된 조건들을 살펴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번 도서가 미국에 대한 역사책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책의 집필의도에 비추어, 중요한 역사적 사건마다 여러 역사학자들과
인터뷰한 코멘트가 덧붙여 있어 나름대로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잘 살 수 있었나'하는 강대국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된
책읽기는 우리의 역사와 현실을 뒤돌아보며 차분하게 비교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과의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이라는 내전으로 인한 시련도
미국인들은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의지로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훌륭한 지도자들이 건국의 틀을 잘 마련하였다.
미국헌법의 아버지들, 1778년 필라델피아 헌법의회의 55명의 대표자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헌법제정자들의 정치적 슬기와
제도적 운영과정에서 조화와 보완이 있었다. 즉 워싱턴의 헌신과 권력에
대한 초월함, 애덤스나 제퍼슨의 우정, 기본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서명을
거부하며 수정헌법10조를 쟁취한 매이슨의 일화는 감동을 자아낸다.
우리의 경우에도, 건국당시 이들처럼 헌신적인 지도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 사이에 타협과 화합을 이루지 못한 점이 아쉬움이 든다.
오히려 이념대립으로 쫓아내고 망명하고, 권력자의 독재만 난무했다.
남북전쟁과 같은 내전인 6.25가 있었지만, 끝내 통일하지 못하고, 지금껏
분단,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근,현대사의 아픈 기억들만 떠오른다.
어느정도 건국의 기초를 갖춘 미국은 서부개척, 식민지 개발, 영토매입을 통해
물적인 토대 확장에 나선다. 또한 교육정책과 이민정책으로 우수 인력을 양산
하고 해외에서 유치한다. 이러한 인적인 네트워크가 과학개발과 신무기보유로
이어지면서 강대국 대열에 들어선다. 물론 세계2차대전으로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고 자본주의의 공황도 이겨내면서 지금까지 초강대국 위치에 있게 된다.
우리가 여기에서 잊지말아야 할 점은 정치,경제,문화,과학,예술등 전 분야에
걸쳐 법과 제도적 장치가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권력의 통제측면
뿐만아니라 다른 영역에서의 자유로운 권리 증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제 역시 미국의 독창적인 제도로, 그 당시 영국의 소수내각으로 인한
정치혼란과 왕권신수설에 입각한 절대군주제에 거부감으로 부터 연유한다.
정치적 법적으로 무책임한 군주대신에 책임질 수 있는 대통령을 세워 제한적
정부를 구성해서 자유보장에 만전을 기하려는 독창적인 정부형태로 탄생한다.
대통령제가 독재체제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데도, 미국은 중앙당
조직이 없이 지구당중심의 지방분권적인 정당조직으로 되어 있어, 행정부와
입법부간의 권력융합이 약화되고, 사법권과 언론의 강한 권력통제적 기능이
작동하며, 공정한 선거를 통한 민주적 정당성의 확보와 평화적 정권교체의
기회보장, 특히 대통령 중임제등 제도적 메커니즘이 효율적 운영되고 있다.
우리의 정당문화가 배워야 할 점이다.
다만, 여기에 나와있는 미국의 밝은 모습만 보고 미국의 전부를 보았다고
하면 오산이다. 원주민 학살이나 쿠바침공, 월남전쟁, 최근의 이라크침공
아프카니사태등 그들의 힘의 논리를 앞세운 어두운 역사적 기록은
이 책에는 찾아볼 수 없다. 원주민 학살과 관련한 역사학자들의 인터뷰도
빠져있다. 반성과 성찰을 통해 약소국에 대한 배려가 있는 도덕성을 지녀야
진정한 강대국의 조건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