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생 공화국, 대만 - 대만을 알면 한국이 보인다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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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몇 년 전 출장으로 대만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제게 대만은 영화 [청설], [나의 소녀시대] 같은 멜로 영화를 참 잘 만드는 나라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가보니 영화 속 감성처럼 도시 전체가 조용하고 깨끗해서, ‘아, 역시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이 된 단수이 지역을 걸어보기도 하고, 스린 야시장에서 끝도 없이 늘어선 먹거리에 정신을 잃을 뻔한 기억도 납니다.

펑리수를 사기 위해 유명한 가게에 들러 선물용으로 한가득 사 들고, 길을 헤매면 어김없이 친절하게 말을 걸어 주던 사람들 덕분에 마음까지 편안해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안문석의 <범생 공화국, 대만>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그래, 내가 알던 그 대만이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딱 범생, 딱 모범, 딱 성실.

좋은 의미로요.

이 책은 저자가 대만 정부가 주관하는 ‘타이완 펠로우십(Fellowship in Taiwan)’ 프로그램을 통해 국립대만대학에서 약 7개월간 머물며 보고 느낀 대만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학술 보고서처럼 딱딱하게 대만의 역사와 문화를 나열하지 않고, 생활 속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방식이 재미있었습니다.

덕분에 읽는 내내 나도 저런 모습을 본 것 같아 더 몰입하며 볼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작은 풍경에서 출발해 대만의 역사와 사람들의 성향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글은, 대만을 잘 모르는 분들께도 부담 없이 다가옵니다.

중국과의 가슴 아픈 전쟁의 역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교류의 모습에서는 작은 나라가 선택한 실용주의의 단단함도 느껴졌습니다.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인데도 이상하게 술술 읽히는 건, 저자의 유머와 관찰력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대만 경제 이야기였습니다.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대만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TSMC가 있습니다.

아시아 기업 중 시가총액 1위, 대만 전체 수출의 약 12%를 책임지는 기업이라니 ‘대만의 수호신’이라는 별명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이 성공의 배경으로 인재 양성 시스템과, 그 시스템 안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짚어냅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반도체 분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그 인재들이 한 회사에서 꾸준히 역량을 쌓아가는 모습.

여기에 대만 특유의 ‘범생 문화’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무척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성실함, 요령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태도가 결국 나라의 경쟁력이 된 셈이지요.

경제 이야기만 나오는 책이었다면 다소 딱딱했을 텐데, 이 책은 생활 문화 이야기도 놓치지 않습니다.

베트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오토바이를 배려한 교통체계는 “아, 이건 정말 배울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대만의 쓰레기 배출 시스템이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음악을 틀며 지나가는 쓰레기차, 그 소리에 맞춰 주민들이 직접 쓰레기를 들고 나오는 풍경은 처음엔 낯설지만, 곧 ‘아, 이래서 도시가 깨끗하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범생스러움이 이렇게 생활의 편리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대만과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근대화를 겪었고, 경제 수준도 비슷하며, 출산율이 낮아 고민하는 처지까지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문화적으로는 분명 다른 점이 많지만, 그 차이 속에서 배울 점 또한 분명히 보입니다.

대만의 장점은 배우고, 우리는 우리의 강점을 더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대만 소개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를 거울 삼아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나라, 범생 같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대만을 알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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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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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카피라이터를 꿈꾸던 적이 있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 한 귀퉁이에 실린 짧은 문장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붙잡고,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였거든요.

저도 그런 문장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멋진 카피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더라구요.

단어 하나, 조사 하나를 두고 수없이 고치고 지우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겠지요.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한 문장을 위해, 이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밤을 고민했을까?” 하고요.


나라별로 광고의 결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태국 광고가 코믹함과 반전으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노린다면, 일본 광고는 확실히 감성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조용하지만 깊게, 슬며시 마음에 스며드는 방식이랄까요.

이 책에 실린 광고들은 저자 오하림 님이 오랜 시간 모으고 또 골라낸 문장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잘 만든 광고 문구’라기보다, 누군가의 마음을 정말로 움직였던 말들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읽다 보면 광고를 본다기보다 짧은 시집을 넘기는 기분이 듭니다.

저 역시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인생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것의 복습이란다
이것은 모교로부터의 마지막 숙제입니다
- 다이묘 초등학교 폐교포스터

학교 140주년을 맞이한 해, 폐교를 기념하며 만들어진 광고라고 합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영화 [선생 김봉두]와 [마지막 숙제]가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단순히 공부만 하던 곳이 아니잖아요.

웃고 울고, 처음의 좌절과 성취를 배운 곳이기도 하지요.

그런 장소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이렇게 담담하면서도 깊은 문장으로 전하다니, 참 일본 광고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고 나니 괜히 제 초등학교 운동장이 떠오르더라구요.




이 한 줄을 만나러 왔어
- 제78회 독서 주간 홍보 포스터

 

일본의 독서 주간은 1947년, ‘독서의 힘으로 평화로운 문화 국가를 만들자’는 목표로 시작된 캠페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긴 설명을 다 덜어내고, 결국 남은 문장은 이 한 줄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두꺼운 책을 들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지만, 사실은 마음을 흔드는 단 한 문장을 만나기 위해서인 경우도 많잖아요. 이 카피를 보고 있자니, “맞아, 나도 그 한 줄을 만나러 책을 펼치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22년 동안 많은 행복, 고마워요.
- 버거킹 아키하바라 쇼와도리점 헌정 포스터

2022년, 맥도날드 아키하바라점이 22년 만에 폐점하며 감사 인사를 담은 포스터를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근처에서 오랫동안 라이벌로 영업하던 버거킹이, 동시에 헌정 포스터를 내걸었다고 합니다.

도발적인 광고로 유명한 버거킹이 이런 따뜻한 메시지를? 싶었는데, 역시 반전이 있었습니다.

카피의 맨 앞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우리의 승리’라는 문장이 숨어 있다니요.

읽는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 역시 버거킹이구나.” 하고요.

감동과 유머를 동시에 놓치지 않는 센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광고 카피들은 참 다양합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명쾌한 문장도 있고, 한 번 더 곱씹게 되는 깊은 말도 있으며, 이유 없이 마음이 아련해지는 문장도 있습니다.

이 문장들은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말들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책을 덮고 나니 세상이 아주 조금은 더 다정하게 보였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꺼내 읽고 싶은 책입니다.

짧은 문장 하나로도 하루의 기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조용히 증명해 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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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레볼루션 - 세계 최고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경영 전략과 혁신 이야기
스티븐 G. 맨디스 지음, 김인수 옮김 / 세이코리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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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축구팀은 어디일까요?

다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팀들이 있으시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가 떠오르고, 손흥민 선수가 활약했던 토트넘 홋스퍼도 빼놓을 수 없겠죠.

프랑스로 가면 이강인 선수가 뛰는 PSG가 있고, 독일 분데스리가는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이 거의 국룰처럼 등장하지요.

그렇다면 스페인 라리가는 어떨까요?

이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한 팀이 떠오릅니다.

바로 '레알 마드리드'죠.

UEFA 챔피언스 리그 통산 15회 우승, 라리가 36회 우승. FIFA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축구 클럽’.

숫자만 나열해도 이미 말문이 막힙니다.

스티븐 G. 맨디스의 <레알 마드리드 레볼루션>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어떻게 늘 승리할 수 있을까?”라는, 축구 팬이라면 한 번쯤 품어봤을 의문 말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전술 비법’이나 ‘슈퍼스타 영입 공식’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레알 마드리드의 성공 요인을 데이터나 기록이 아닌 조직 문화에서 찾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에는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강한 단결, 팀워크, 그리고 개인의 희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팀일수록 “내가 제일 잘났다”는 마음이 먼저 나올 법도 한데, 이 클럽에서는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늘 우선한다고 합니다.

이 대목을 읽다 보면, 축구 클럽 이야기를 읽고 있는 건지, 글로벌 기업의 경영 사례를 읽고 있는 건지 잠시 헷갈릴 정도입니다.

최고의 인재를 어떻게 하나의 목표로 이끌 것인가 고민하는 조직이라면, 축구에 관심이 없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팬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미션을 이렇게 정립합니다.

“스포츠의 정정당당한 성공을 통해 그리고 경기장 안팎에서 우수성 추구를 바탕으로 회원들과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가치 전파를 통해 전 세계에서 인정과 존경을 받는 다문화 클럽이 된다.”

이 문장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클럽 운영의 기준점으로 작동합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주식회사가 아니라 회원들이 주인인 클럽이고, 그 회원들이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승리를 향한 의지는 물론이고 스포츠맨십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과 경제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조직의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아, 그래서 레알 마드리드는 위기 때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적이 조금 흔들려도, 조직의 중심축이 단단하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이 있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할 수밖에 없는 좀 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 훈련법이 결정적이었다”거나 “이 계약 구조가 승부를 갈랐다” 같은 이야기 말이죠.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디테일보다는, 유럽 축구 시장 전체의 흐름과 거대 자본의 방향, 미디어와 축구의 결합 같은 큰 그림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합니다.

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은 3장에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 장에서는 오히려 맨시티 같은 다른 클럽들이 더 자주 등장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 점에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제목만 보고 ‘레알 마드리드 올인 분석서’를 기대하신 분이라면, 고개를 갸웃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축구를 바라보는 시야를 한 단계 넓혀줍니다.

개별 클럽의 성공을 넘어, UEFA를 중심으로 한 유럽 축구 산업 전체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왜 특정 클럽들이 반복해서 성공하는지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게 해줍니다.

읽다 보니 문득 제목을 <레알 마드리드 레볼루션>이 아니라, 차라리 <UEFA 레볼루션>이라고 지었어도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조직과 리더십, 문화의 힘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 조용히 권해보고 싶은 책입니다.

읽고 나면, 다음에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볼 때 전광판의 스코어 말고도, 그 뒤에 숨어 있는 철학과 선택들이 조금은 더 또렷하게 보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 함께보면 좋을 책 : 조슈아 로빈슨, 조너선 플래그 <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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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레볼루션 - 세계 최고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경영 전략과 혁신 이야기
스티븐 G. 맨디스 지음, 김인수 옮김 / 세이코리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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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의 승리 비결은 전술이 아닌 문화와 구조. 축구 산업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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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
심너울 지음 / 슬로우리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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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롯데 자이언츠의 오랜 팬입니다.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기억하고 있고, 19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 그 손에 땀을 쥐게 하던 명승부도 아직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들 역시… 네, 굳이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지요.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을 제외하면 늘 하위권에서 희망과 절망을 번갈아 맛보던 그 팀의 팬입니다.

그래서 심너울 작가의 <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를 읽는 내내 내적 친밀감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 만년 하위권 팀 ‘펭귄스’와 그 팬들이, 꼭 제 이야기 같았거든요.

응원하다 지치면서도 또 경기 결과를 확인하고, “이번 시즌은 다르다”라는 말을 매년 새로하지만 '봄데'로 끝나는 그 마음 말이죠.

이 소설의 특징은, 흔히 기대하는 ‘천재 선수의 성공담’ 또는 '꼴찌팀의 우승 스토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정영우가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펭귄스에 입단해 무려 14년간 백업 선수로 뛰어온 인물입니다.

홈런을 펑펑 치는 스타도 아니고, 하이라이트 영상의 단골도 아니지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감독이 믿고 쓰는 선수지요.

더 이상 자신의 쓸모를 증명할 수 없어서 은퇴를 조심스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동생 정승우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습니다.

고교야구 에이스 투수로,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큰 꿈을 품고 있습니다.

형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고, 동생은 꿈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중입니다.

이 대비만으로도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여기에 서나리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은 야구 이론 분석가로, 한국 야구에 대한 애정 하나로 펭귄스 프런트에 합류합니다.

감독과는 종종 언쟁을 벌이고, 정영우와 손잡고 팀 리빌딩을 위해 ‘탱킹’이라는 냉정한 전략을 선택합니다.

야구를 숫자와 확률로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면서도, 때로는 팬의 입장에선 마음이 복잡해지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하유미.

구단 인턴이자 펭귄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열혈 팬입니다.

그녀의 시선은 선수도, 감독도, 프런트도 아닌 ‘관중석’에 가장 가깝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의외성이 있습니다.

이 소설이 참 좋았던 점은, 야구를 사랑하는 방식이 이렇게나 다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선수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이기고 싶어 합니다.

팬 역시 그런 모습을 원하지요.

감독은 최고의 전략을 고민하고, 프런트는 냉철한 분석 끝에 때로는 꼴찌라는 선택도 감수합니다.

겉으로 보면 서로 부딪히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모두가 팀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방법이 다를 뿐, 마음의 방향은 같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읽다 보면 누군가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괜히 서운해지기도 합니다.

마치 실제로 응원하는 팀을 바라볼 때처럼 말이지요.



읽는 내내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프런트 직원들이 어떤 고민과 노력을 하는지, 그 치열함을 보여줬던 작품이었지요.

이 소설 역시 야구의 화려한 순간보다는, 그 뒤편에서 묵묵히 쌓아 올리는 시간들에 더 많은 시선을 줍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비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게 흘려보내지도 않습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야구 그 자체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분명히 전해졌습니다.

이 책은 꼭 야구팬만을 위한 소설은 아닙니다.

물론 야구를 좋아한다면 공감의 밀도가 훨씬 높아지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버티는 사람들,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느 분야에서나 통하니까요.

야구든 일이든, 혹은 삶이든, 끝까지 버텨본 적 있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조금 못해도, 내일은 또 오니까요.

그리고 올해는 롯데가 꼭 가을야구를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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