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 지나 드디어 착륙!
김은영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난기류 같은 시간이 찾아옵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하다가도, 어느 날 예고 없이 삶이 크게 흔들릴 때가 있지요.

특히 질병이나 사고처럼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고통 앞에 서게 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붙들고 살아왔는지, 무엇을 의지하며 버텨왔는지를 말입니다.

김은영 작가의 <난기류 지나 드디어 착륙!> 역시 그런 질문에서 시작되는 책이었습니다.

처음 제목만 보았을 때는 전직 스튜어디스였던 저자의 이력을 떠올리며, 비행기 안팎에서 벌어진 유쾌한 에피소드나 직업인의 고충을 담은 가벼운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난기류를 만나고도 능숙하게 웃으며 착륙하는 승무원의 이야기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넘겨보니, 이 책은 예상보다 훨씬 깊고 묵직한 곳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책의 초반에는 항공사에서의 경험이 흥미롭게 펼쳐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트로에 가깝습니다.

이 책의 본격적인 항로는 그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저자는 신을 믿지 않았던 시절, 괌 비행기 폭파 사고를 통해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며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 경험은 삶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졌고, 귀신을 본다거나 점을 보러 다니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불안은 사람을 별별 곳으로 데려가니까요.

마음이 허전하고 두려울수록 더 붙잡을 것을 찾게 되니까요.

그런데 저자의 삶을 진짜로 바꾸어 놓은 것은 미신이나 불확실한 위안이 아니라, 암이라는 질병을 통과하며 만나게 된 신앙이었습니다.

몸의 아픔은 단순히 육체만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세워두었던 자신감과 익숙한 일상, 미래에 대한 기대까지 한꺼번에 흔들어 놓습니다.

저자는 바로 그 무너짐의 자리에서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투병기가 아니라, 한 사람이 고통을 통과하며 어디에 닻을 내리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신앙 고백에 가깝습니다.



신앙이 생긴 이후의 삶이 변화되었더라도 삶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계속 남아 있습니다.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 날도 있고, 어떤 위로의 말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순간도 있습니다.

신앙이 있다고 해서 그런 시간들이 통째로 삭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 역시 한동안 성경책을 쓰레기봉투에 넣고 쳐다보지도 않은 시간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낮고 어두운 자리에서 오히려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상황이 갑자기 완벽하게 좋아져서가 아니라,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이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처가 즉시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상처를 붙들고 울 수 있는 품을 발견한 것이겠지요.

저는 이 지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울림이라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대개 고통이 없어져야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고통 한가운데에서도 사람이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것도 아주 거창한 방식이 아니라,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조용한 은혜의 방식으로 말입니다.

요즘 삶이 버겁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은데 아무 위로도 마음에 닿지 않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이 작은 쉼표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고통 속에서 신앙의 힘으로 위로를 얻고 회복했듯, 누군가에게도 이 책이 다시 버틸 힘을 주는 한 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처럼, 언젠가 우리도 각자의 난기류를 지나 무사히 착륙하는 날을 맞게 되기를 바라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뮤니티 빌더들 -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커뮤니티 마케팅 첫걸음
백영선(록담) 지음 / 현익출판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람은 결국 혼자서는 오래 버티기 어려운 존재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하고, 그 관계 속에서 안정감과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니까요.

요즘처럼 개인주의가 강해진 시대에도 수많은 커뮤니티가 생겨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죠.

가족, 친구, 동호회 같은 사적인 공동체는 물론이고, 이제는 기업과 브랜드도 커뮤니티를 중요한 자산으로 바라봅니다.

물건만 잘 만든다고 사랑받는 시대는 지나갔고, 관계를 만들고 경험을 공유하며 팬덤을 형성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백영선 대표의 <커뮤니티 빌더들>은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관계성에 주목합니다.

고객 경험 전문가이자 커뮤니티 전문가인 저자는 ‘낯선대학’, ‘낯대으쌰’, ‘리뷰빙자리뷰’, ‘카카오 프로젝트 100’, ‘월간마라톤’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고 운영해 오신 분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론으로 정리하는게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을 모아 보고 부딪혀 보고 실패도 하고 성장도 경험한 사람이 쓴 책이라는 점이 금세 느껴질 정도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은 먼저 “왜 지금 커뮤니티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1장에서는 커뮤니티 시대를 이해하는 관점을 제시하는데, 단순히 사람들을 많이 모으는 모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성과 소속감, 지속성을 가진 구조로서의 커뮤니티를 설명합니다.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우리가 흔히 커뮤니티를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단톡방 하나 만들고, 이벤트 몇 번 열고, 사람 수가 좀 늘어나면 커뮤니티가 된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브랜드와 기업이 커뮤니티에 주목하는 이유를 풀어가는 대목도 흥미로웠습니다.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공감하는 가치와 정체성에 반응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는 마케팅의 부속물이 아니라, 오히려 브랜드의 중심 경험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흐름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면서도, 유행어처럼 소비되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 줍니다.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는 실제적인 방법을 다룹니다.

이 부분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커뮤니티를 시작하는 이유, 운영자의 역할, 참여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어떤 구조로 설계해야 지속 가능한지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짚어 줍니다.

막연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운영 현장에서 건져 올린 조언들이라서 훨씬 와 닿았습니다.

저도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커뮤니티를 운영해 본 적이 있는데요, 그때 가장 어렵다고 느낀 것은 “사람이 모이게 하는 것”보다 “사람이 남아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해도 구성원들이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을 때가 있었고, 반대로 계획보다 훨씬 크게 커져서 운영이 감당되지 않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커뮤니티는 살아 있는 생물 같아서, 처음 세운 계획표대로만 움직이지 않더군요.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책의 조언들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습니다.

3장에서는 잘 운영되고 있는 기업 커뮤니티 사례를 ‘커뮤니티 매트릭스’를 기준으로 분석합니다.

이 부분은 특히 실무자들에게 유용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집 '오하우스,' 여기어때 '트립홀릭', 마이크로소프트 'MVP' 등 잘 운영되고 있는 커뮤니티의 장점들을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됐습니다.

저도 여기에 소개된 커뮤니티 중 하나인 문학동네 '독파'에 참여하고 있어서 더 반가웠어요.

마지막 장에서는 커뮤니티 빌더를 위한 조언으로 마무리되는데, 좋은 커뮤니티는 고객 경험을 확장하기 위한 장치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고객 경험이 좋아지면 기업에 더 우호적이게 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플러스가 된다는 이야기죠.

결국 커뮤니티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기술은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사람과 사람의 만남, 연결되고 싶어 하는 마음, 함께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래서 앞으로도 커뮤니티의 힘은 계속 중요할 것이고, 좋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사람의 역할도 더 커질 것입니다.

<커뮤니티 빌더들>은 단순한 커뮤니티 운영 매뉴얼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를 설계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저처럼 조직 안에서 사람들을 연결해야 하는 일을 하는 분들, 브랜드와 팬덤의 관계를 고민하는 분들, 혹은 진심이 담긴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책입니다.

저 역시 이 책을 곁에 두고 계속 꺼내 읽으며,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발란스 뉴히어로 - 회색 운동화의 눈부신 역습
조한송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신발 브랜드를 꼽으라면 단연 뉴발란스입니다.

어떤 옷차림에도 무난하게 어울리고, 무엇보다 발이 편해서 자연스럽게 손이 자주 갑니다.

그래서인지 늘 친숙한 브랜드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뉴발란스가 비교적 최근에 유명해진 브랜드인 줄 알았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운동화 정도로 대중에게 각인된,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만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조한송의 <뉴발란스 뉴히어로>를 읽고 나니 이 브랜드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곳이라는 사실부터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뉴발란스의 시작과 성장, 대표 시리즈의 의미, 기술 혁신, 브랜드 철학,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의 눈부신 성공까지 한 권에 촘촘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뉴발란스가 처음부터 ‘멋’보다 ‘기능’에 집중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러닝화를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한 아치 서포트 깔창에서 출발했고, 사람마다 다른 발 모양에 맞춰 발볼 너비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도입했다는 대목에서는 왜 뉴발란스가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는지 알게 됐습니다.

화려한 광고보다 착용감과 완성도로 입소문을 만든 브랜드라는 점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뉴발란스 숫자 시리즈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운동화를 신으면서도 늘 “이 숫자는 무슨 뜻일까?” 싶었는데, 이 책이 그 궁금증을 아주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네요.

설립 당시부터 제품의 디자인보다 기능성을 강조해온 뉴발란스는 '신발은 패션이 아니라 퍼포먼스'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멋진 이름보다는 제품에 숫자를 붙여 기술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대표 프리미엄 라인인 990 시리즈가 ‘1000점 만점에 990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설명은 정말 뉴발란스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신발을 만들겠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숫자에 그대로 담겨 있었던 셈이니까요.

또 500번대 시리즈는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이었는데요, 앞서 나온 576과 575의 기능적이고 디자인적인 장점을 기반으로 재해석한 것이 574라고 합니다.

그 574가 뉴발란스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모델이 되어 90년대 중반부터는 패션업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고 하네요.

저 역시 574를 좋아하는데, 익숙하게 신어왔던 모델의 배경을 알고 나니 괜히 더 애정이 생기더라구요.


책의 후반부에서 다루는 한국 시장 이야기도 꽤 흥미롭습니다.

특히 이랜드가 국내 총판을 맡은 이후 뉴발란스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단순한 유통을 넘어 본사에 역제안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기획력을 보여주었다는 부분은 브랜드 성공 뒤에 있는 또 다른 주인공을 보는 듯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와 한국 파트너가 서로의 강점을 잘 살려 시너지를 만든 사례라서, 패션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경영과 마케팅을 공부하는 분들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뉴발란스 뉴히어로>는 제가 좋아하던 브랜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익숙하게 신고 다니던 운동화 한 켤레에 이렇게 긴 역사와 철학, 기술과 전략이 담겨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브랜드의 과거를 훑는 재미도 있고, 숫자 시리즈의 의미를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으며,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들여다보는 현실적인 흥미도 있습니다.

게다가 사진과 자료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내용이 어렵지 않고 가독성도 좋습니다.

뉴발란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반갑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좋은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오래 사랑받는지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속 5센티미터 the novel
스즈키 아야코 지음, 민경욱 옮김, 신카이 마코토 원작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빛의 마술사’라는 별명답게 그의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눈이 머무는 풍경을 만들어내지요.

아름다운 하늘, 계절의 결, 빗방울의 촉촉한 느낌, 빛과 그림자가 스쳐 가는 순간들이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스토리도 좋지만 감정을 경험하는 느낌으로 보곤 합니다.

사실 [초속 5센티미터]는 예전에 애니메이션으로 봤을 때는 그 진가를 다 이해하지 못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잔잔하고 느린 전개 때문인지, 그 당시에는 이야기가 너무 조용하게 흘러가서 감동이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사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작품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 전에 먼저 책으로 만나보고 싶어 <초속 5센티미터 the novel>을 펼쳐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실사 영화의 각본가가 집필한 소설인데, 덕분에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다 담아내지 못했던 인물들의 감정과 서사가 조금 더 또렷하게 설명되어 있어 반가웠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떠올리면 늘 비슷한 정서가 있습니다.

첫사랑, 그리움, 스쳐 지나간 인연,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마음 등이죠.

이 작품 역시 그런 주제를 아주 섬세하게 붙들고 있습니다.

주인공 토노는 현실 속에서는 좀처럼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마음을 나누었던 첫사랑 아카리에 대한 기억은 그의 내면 어딘가에 오래 머물러 있지요.

그리고 그 기억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이 다시 관계를 향해 열리게 만드는 작은 균열처럼 작용합니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것은 그런 감정의 흐름을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우주, 벚꽃, 계절의 변화 같은 이미지들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특히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를 뜻하는 ‘초속 5센티미터’라는 제목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흩날리지만 결국은 멀어지고 마는 것.

사람의 마음도, 첫사랑도 어쩌면 그렇게 붙잡을 수 없는 속도로 멀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첫사랑은 대개 완성된 기억이 아니라 미완의 감정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그래서 더 오래 마음속에 머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에서도 두 주인공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품고 있지만 결국 다시 완전히 만나지는 못합니다.

보통은 이런 결말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그래서 더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억지로 재회시키거나 감정을 정리해 버리지 않고,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마음을 해치지 않은 채 그대로 여운으로 남겨두기 때문입니다.




특히 에필로그에서 토노와 아카리의 편지는 참 오래 남았습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거리,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온기.

그 편지에는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감정이 조용히 응축되어 있는 듯했습니다.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던 기억보다, 한때 분명히 마음을 주고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을 얼마나 오래 붙들 수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더라구요.


이 책을 덮고 나니 실사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예전에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아마 그때보다 제가 더 많은 이별과 거리감, 그리고 시간이 남긴 감정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당분간은 이 두 사람의 첫사랑을 마음속에 가만히 되새기게 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 메인세대 - 경제적 여유와 압도적 인구수로 문화의 주 소비자가 된 세대
이시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한동안 우리는 ‘MZ세대’라는 말에 익숙하게 둘러싸여 살아왔습니다.

트렌드도, 마케팅도, 조직문화도 모두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 보였지요.

그러다 보니 40대 이후 세대는 어느 순간 뒤로 밀려난 사람들처럼 묘사되곤 했습니다.

저 역시 X세대로서 그 흐름을 조금은 억울한 마음으로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국민학교를 다녔고, 286과 386 컴퓨터를 거쳤으며, 삐삐와 시티폰, PCS를 두루 경험했습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국가부도사태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시대의 급격한 변화를 몸으로 통과해 온 세대이기도 하지요.

그런데도 어느 순간 ‘영포티’라는 말로 묶여 꼰대 취급을 받을 때면, 참 복잡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그런데 이시한의 <요즘 메인 세대>는 이런 세대를 다르게 부릅니다.

낡아가는 세대가 아니라, 지금 이 사회를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메인세대’라고요.

이름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반갑던지요.

단순히 듣기 좋은 호칭이라서가 아니라, 이 세대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다시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메인세대는 대체로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에 이르는 사람들입니다.

과거 X세대로 불렸던 이들이자, 지금 우리 사회의 조직과 경제, 소비와 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MZ세대의 범위가 넓듯, 메인세대 역시 꽤 폭넓게 묶여 있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이 명명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세대가 아닙니다.

인구 규모가 크고, 조직 안에서는 의사결정 권한을 쥐고 있으며, 생애주기상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권이 이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표가 많고, 소비 여력이 있고, 사회 전반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40대에서 60대가 단지 ‘중년’이 아니라 인생의 황금기이자 가장 중심이 되는 시기라는 저자의 설명은 꽤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나이를 먹었다는 의미보다, 지금 가장 무게감 있게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세대라는 뜻이니까요.



이 책은 4부로 나뉘어 메인세대의 특성과 비즈니스 방향성을 풀어갑니다.

그 핵심에는 네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Mastery, Adaptive, Inward, Nomadic입니다.

먼저 Mastery(지배력) 는 메인세대가 가진 현실적 힘을 설명합니다.

인구와 자산, 조직 권한을 기반으로 사회에서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대라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젊음이 곧 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면, 지금은 경험과 자원, 결정권을 쥔 이들의 무게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Adaptive(적응력) 는 이 세대가 디지털 환경에 서툰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가장 극적인 변화 속에서 학습하고 적응해 온 세대라고 보는 편이 맞을 듯 합니다.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 경제, AI 시대로 건너오면서도 결국 업무와 생활의 방식에 자신을 맞춰 왔으니까요.

완벽하게 태생적 디지털 네이티브는 아닐지 몰라도, 실제로 변화에 대응하며 살아남아 성과를 낸 ‘실전형 세대’라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세 번째는 Inward(내면화) 입니다.

이 시기의 사람들은 어느 순간 바깥의 경쟁만큼이나 내면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성공, 성취, 가족부양이라는 외적 과업을 어느 정도 수행한 뒤에는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이 더 크게 다가오지요.

취향, 건강, 관계, 자아실현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취미조차 배워서 장착하려는 세대라는 설명에는 좀 측은한 마음도 들더라구요.)

마지막으로 Nomadic(유목성) 은 참 인상적인 표현이었습니다.

메인세대는 한 자리에서 고정된 방식으로 살아온 세대가 아닙니다.

경제위기와 산업구조 변화, 기술혁신, 사회문화적 격변을 일상처럼 통과해 왔습니다.

직업도, 삶의 기준도, 성공의 공식도 여러 번 바뀌는 시대를 몸으로 겪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안정만을 추구하는 세대가 아니라, 변화 속에서 이동하고 재배치하며 살아남아 온 유목적 세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네 가지 키워드를 읽는 동안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책이 메인세대를 지나치게 미화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가진 힘과 불안, 가능성과 현실을 함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책에 등장하는 메인세대의 여러 특징들이 꽤 피부에 와 닿았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장점에 대한 설명들은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대 변화에 적응해 왔고, 여전히 사회 중심에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해석은 괜히 어깨를 펴게 만들더군요.

우리가 그냥 뒤처진 세대는 아니라는 묘한 위로도 받았습니다.

가장 많은 표를 가진 세대이기에 정치권이 정책을 설계할 때 이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은 아주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세대 담론이 단지 문화적 유행이 아니라, 경제와 제도, 정책과 권력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을 짚어주니까요.

또한 마지막에 나오는 재테크와 일자리,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이야기는 적잖이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메인세대’라는 이름이 자부심을 주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이제 정말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하는 나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데 나는 과연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괜히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의 중심에 서 있다는 말은 멋있지만, 그 중심이 머지않아 젊은 세대에게로 옮겨간다는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최근 읽은 트렌드 관련 책들 가운데 가장 현실적이고 세대를 잘 분석한 책인 것 같습니다.

막연히 유행어를 나열하거나 세대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한국 사회에서 4060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비교적 선명하게 짚어냅니다.

그래서 단순히 세대의 특징을 분류하고 끝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시장이 열리고 어떤 변화가 이어질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메인세대 당사자라면 공감하며 읽을 대목이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미래의 트렌드를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충분히 유익한 책입니다.

지금 소비와 정치, 조직과 문화의 흐름을 이해하려면 더 이상 특정 젊은 세대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꽤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X세대인 저로서는, 오랜만에 “아직 끝난 게 아니구나” 싶은 기분 좋은 확인을 받은 책이기도 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