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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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처음 책 소개를 봤을 땐 아동의 유괴사건을 파헤치는 추리소설로만 생각했었는데요, 끝까지 읽고 나니 단순히 범인을 쫓는게 아니라 굉장히 묵직한 이야기가 가슴을 떄리네요.

시작은 1991년 12월에 발생한 전대미문의 아동 동시 유괴 사건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전형적인 유괴사건의 흐름에 따라 범인은 돈을 요구하고, 이리 저리 방향을 바꾸며 수사진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다음날 한쪽 사건의 아이는 구조되지만, 두 번째 사건의 피해자인 4살 나이토 료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돈은 다시 회수되었고, 료의 할아버지도 경찰을 믿지 못하죠.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런데 1994년 12월 갑자기 나이토 료는 할아버지의 집 앞에 제 발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아도 아무말도 하지 않죠.

이렇게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30년이 지난 후,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나카자와의 죽음을 계기로 사건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바로 그 나카자와와 친분관계에 있던 기자인 몬덴에 의해서 말이죠.

료에게 '공백의 3년'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의 생애 마지막 취재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나카자와가 남긴 조사 기록을 가지고 발로 뛰면서 조사를 시작합니다.

조사를 하면서 밝혀지는 진실은 범죄사실에 대한 분노 보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존재에 대한 사실이었습니다.

몬덴이 사건의 진실에 한걸음씩 다가간다면,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인 리호는 애정과 사랑으로 료의 이야기에 접근합니다.

재능있는 훈남 인기화가로 세상에 알려진 기사라기 슈가 유괴 되었던 나이토 료였고, 이야기는 이제 화랑과 미술계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모든 업계가 그렇듯이 미술계도 비리와 불합리한 점들이 있더라구요.

하지만 재능있는 화가가 꿈을 잃지 않도록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주는 후원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는 유괴사건에서 추적으로, 로맨스로 또는 미술계의 명암을 비추는 내용으로 크기를 확장해 나갑니다.



사실 중반 이후부터는 유괴 미스터리는 중요치 않게 느껴졌습니다.

'공백의 3년'이 료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지가 마치 영화를 보는듯 드라마틱하게 펼쳐져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영화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제가 소설 속 그의 입장이 된다면 저도 그런 선택을 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열정을 다 쏟아붓는 경찰과 기자의 집념을 느낄 수 있었고,

또한 소설속에 나오는 사실화처럼 압도적인 리얼리티를 표현하는 시오타 다케시 작가의 노고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카자와가 몬덴에게 묻는 질문

"결국 자네는 왜 신문기자를 하는 건가?"는 이 책의 주제인 존재의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하고

또한 시오타 다케시 역시 '실재'를 쓰고 싶다는 인터뷰에서 같은 주제의식이 나타나는것 같습니다.

벽돌책이었지만 이야기에 빠져 지루할 틈이 없었네요.

꼭 꼭 읽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겨서 그게 더 기쁩니다.

다른 작품도 꼭 챙겨보겠습니다.

덧. 저는 일본소설은 이름이 너무 헛갈려요.

이 책 역시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다 보니 자주 앞으로 돌아가곤 했답니다.

혹시 저처럼 일본소설의 이름 어려우신분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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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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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공백의 3년간 료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가슴을 울리는 먹먹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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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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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배리 로페즈

이 책을 읽기 전 배리 로페즈라는 작가에 대해 전혀 몰랐습니다.

찾아보니 평생 약 일흔 개 나라를 여행하면서 스무 권이 넘는 책을 펴낸 여행가이자 자연작가라고 하네요.

1978년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한 <늑대와 인간에 대하여>로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1986년에는 역시 오랜 현장 조사를 거쳐 쓴 <북극을 꿈꾸다>로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습니다.

<호라이즌>은 배리 로페즈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집필한 장편 논픽션으로 북태평양 동부, 캐나다 북극권, 갈라파고스 제도, 아프리카 케냐, 호주, 남극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얻은 평생의 경험과 배움을 집대성한 저술입니다.

2020년 일흔 다섯의 나이에 암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하니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유작인 셈이지요.

올해 마지막으로 선택한 책은 무려 937쪽에 달하는 벽돌책인 <호라이즌>으로 정했습니다.

여행을 통해 인간과 자연에 대한 통찰을 하는 작가의 생각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책의 두께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문장과 장면, 장소에서 튀어 나오는 그의 생각과 질문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처럼 끝없는 통찰과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 지구와 인간, 환경에 대한 성찰

<호라이즌>은 여행을 하며 느낀점을 적고 있지만, 단순히 새로운 장소를 소개하거나 감상을 적는 여행책은 아니에요.

로페즈는 여행을 통해 그곳의 역사를 느끼고 옛날에 이 땅에 먼저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이 곳을 먼저 여행했던, 또는 개척했던 탐험가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처음 로페즈의 글을 접했을 때는 그의 글쓰기 방식에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글은 시간순으로 풀어내는 선형적인 방식이 아니라 마치 사고의 흐름대로 글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파울웨더곶의 야영지에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제임스 쿡의 탐험 이야기로 갔다가 래널드 맥도널드와 그의 일본 여행 이야기로 이어지는 등 다소 산만한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듭니다.

어떻게 보면 그의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이 놀랍기도 한데요, 또 어떤면에서는 불친절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의 책을 처음 읽다보니 '파울웨더곶' 편에서는 적응이 좀 필요했고, 이후 캐나다 '스크랠링섬'과 아프리카 '자칼캠프', 그리고 남극대륙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남극대륙을 정복한 아문센과 스콧의 비극적인 결말 등 히스토리를 알고 읽으니 더 몰입해서 보게 되더라구요.

읽을수록 그의 방대한 지식과 지구와 환경, 특히 인간과 환경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놀랍도록 풍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들여서 조금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글을 읽는다면 그의 문장에서 자연을 향한, 인간을 향한 깊은 성찰을 느끼실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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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 이정모 선생님이 과학에서 길어 올린 58가지 세상과 인간 이야기
이정모 지음 / 오도스(odos)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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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다

과학을 아주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해 주시는 이정모 관장님을 좋아해서 관장님의 여러 책들을 읽었습니다.

<찬란한 멸종>이라는 책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에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얼른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과학 뿐만아니라 과학을 기반으로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기술이 보통이 아니시더라구요.

글을 읽는데 머릿속으로 관장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듯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번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는 제목처럼 과학의 관점으로 세상의 요모조모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제는 서문에 나온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명랑하게'

이와 함께 과학문해력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과학문해력은 과학적인 태도, 과학적인 사고방식, 과학적인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과학을 중심으로 설명해 오셨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사회현상과 인문학까지 영역을 확장한 느낌입니다.

(뭐 이때까지 관장님의 모든 저술과 강연 역시 세상을 향한 통합적인 과학 철학이긴 했지만요)

그런면에서 보면 이 책은 과학서라기 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 58가지 세상과 인간 이야기

총 4개의 장에서 58가지 주제를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책은 과학상식을 쉽게 설명하기도 하지만 인간 세상의 철학적 고찰을 할 수 있는 주제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절에 대한 과학적 고찰]편에서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돌아보며 현대인이 친절을 베풀기 어려운 이유가 너무 바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바쁘다는 게 선을 행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핑계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네요.

그리고 탈모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과학적인 발견과 동시에 탈모인들이 가지는 불편함과 상처들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

세상의 모든 탈모인들이 당당히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며 농담처럼 이야기하지만 사회 곳곳에 있는 소수자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진지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의 이런 시선은 한국의 과도한 장례문화와 무연고자 장례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아직도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이야기에서도요.

몇 가지 소개해 드린것처럼 진지한 이야기만 있는건 아닙니다.

우주 공간에서 처음으로 지구 생명체가 탄생한 것이 바퀴벌레라는 사실과 달력에서 갑자기 열흘이 사라진 이유 등 제목만 봐도 흥미를 돋구는 이야기들이 넘쳐납니다.

사실 관장님의 책은 제목과 전혀 다른 도입부의 이야기에서 어떻게 이런 결말로 맺어질까가 너무나도 신기한 의외성이 재미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과학적 사실도 배우는 한편 인간 세상에 대한 탐구와 함께 (의외지만) 탁월한 글쓰기의 방법론도 배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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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선택 (크리스마스 패키징 에디션)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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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두 갈래 길을 마주했다가 고민 끝에 사람들이 적게 지난간 길을 택했고, 이 때문에 이후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내용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인생과 선택하지 않은 인생에 관한 아쉬움과 후회 등 여러 감정을 말하는 명시죠.

아마 학창시절 한번쯤은 들어보셨을거에요.

<찬란한 선택>은 이 시처럼 인생의 선택지에서 가보지 못한 길을 선택했을때 어떤 삶이 펼쳐질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명작가 명운은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지만 그 후 10년 동안 특별한 성과 없이 겨우겨우 작가라는 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마동석을 닮은 남자에게 '선택하지 않은 길을 살게 해준다'는 말을 듣고 지금까지의 삶과 완전히 다른 삶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기회는 모두 12번.

열쇠는 아버지가 남겨주신 고장난 손목시계.

과연 명운은 시간여행을 통해 어떤 삶을 경험하게 될까요?



| 찬란한 선택

이 책은 이동원 작가의 전작인 <천국에서 온 탐정>과 세계관이 닿아 있습니다.

'천국에서 온 커피'의 주인인 유진신과 성요한 형사가 등장하는데요, 이들은 목사이자 카페사장이고 또 한명은 신학대를 자퇴하고 형사가 된 인물입니다.

전작에서는 두 남자의 합동수사를 그린 추리물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명운의 시간여행을 돕는 조력자로 나오네요.

곳곳에 배치된 기독교적인 요소와 배경들은 작가의 근간이 되는 철학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과거와 미래로의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설정과 크리스마스라는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를 떠올리게 하네요.

결국 가지 못한 인생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 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삶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아낌없이 사랑하자는 '평범한' 결론에 도착하게 됩니다.

아마도 작가가 '찬란한' 선택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고도 찬란한' 선택이라는 이유에서 이렇게 제목을 정한 것 같네요.

어디선가 많이 느껴본 기시감이 느껴지는 작품이긴 했지만, 작가의 필력과 인생의 선택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늘을 더 잘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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