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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척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20
최서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먼저 이 책의 저자가 놀랍다. 이 소설을 쓴 저자는 지금 대학생이지만 ‘아는 척’을 썼던 때는 고등학교 2학년 때라고 한다. 누구나 놀라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는 열일곱살 막내동생도 이 책의 날개를 제일 먼저 살피더니 부러움의 눈빛과 함께 질투 섞인 표정으로 ‘헐’ 이라며 딱 한마디를 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청소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수상내역 때문에 나 역시 이 이야기가 궁금했다.
일단 이 책은 열아홉인 세 명의 여고생들의 이야기이다. ‘아는 척’ 이라는 책의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도무지 예상할 수 없었고 그렇게 궁금증을 가득 품으며 책의 첫 번째 페이지를 넘겼다. 캄캄한 새벽을 배경으로 알 수 없는 인물들이 담배를 피워대고 맥주를 홀짝거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렇게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름 아닌 여고생들인데 누구보다 절친인 세명의 그들의 이름은 윤희선, 박수현, 강진희 이다. 윤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 박은 화려한 피어싱을 하며 지각을 하고 미래에 대한 꿈이 확고하지 않는 그런 학생, 마지막으로 강은 미술쪽으로는 천재적인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미대를 지망하는 학생이다. 아주 간략하게만 보아도 너무나 다르고 다른 학생들인데 이들의 우정은 누구보다 뜨겁고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들과 친한 엄지연, 또 강과 친한 안현우도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에게 어른들이란 ‘아는 척’ 밖에 하지 못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로 인한 갈등과 상처가 있다. 윤은 진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갈등이 심하다. 박은 일찍이 아버지 없이 자란 자격지심, 또한 그것을 건드리는 엄마의 아픈 말, 그리고 선생님의 비아냥거림, 이런 것들로 큰 상처를 받는다. 강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폭력을 받으며 자라왔고 왕따에 대한 아픔이 있다. 나는 강진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졌을 때, 그때 진희의 여러 속내들을 들여다보니 이 세 인물들 중에 나는 강이 가장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마침내 우리 어른들의 고정관념이나 잘못된 시선들이 있었다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수많은 상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다. 나도, 가족들도, 모두들.. 이 이야기 속에서는 윤, 박, 강. 이들의 상처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그러니까 강의 아버지를 보았을 때 어쩌면 그 사람 역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깊은 상처로 인한 피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남긴다는 것. 안타깝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진심으로 마주하는 그 순간이, ‘아는 척’이 아닌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되는 그 때가 언제쯤이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