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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 개정증보판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본인이 본인을 사랑한다는 것, 어찌보면 이기적으로 들리는 것 같은 제목의 책이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처럼 당신도 당신의 방식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있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 중 중요한 것이 여행이듯 당신도 당신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을 존중하고 이해해 주겠노라는 의미가 풍겨져 나온다. 최갑수씨, 그의 책을 여럿 읽어보았지만 그 속에는 늘 잠재된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진정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방랑자적 측면이 있었다. 그런 그의 삶을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되고, 딸을 낳고, 그 이후에도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삶을 살고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면 동반자로서 그 부인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인 오랜 여행과 그 사이 그가 즐기는고독과 사색까지 사랑해 줄 수 있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가꿀 수 있는 여성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여행의 일정은 외로움과 고독으로 가득차 있지 않다. 그가 하는 여행은 오히려 두고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여행 후에 그들에게 돌아간다는 목적을 가진 여행으로서의 의미가 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그에게 많은 의미가 있다. 홀홀 단신으로 넓은 세상에 나가 자신의 지나온 삶을 반추하고, 작은 꽃과 나무들 앞에서 기도하고, 다른 사람들의 삶과 섞이며 그들의 삶에 들어가 보는 일,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용기를 다지고 오는 것은 여행의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그의 책은, 다른 여행기와는 달리 참으로 독특한 그만의 감성이 있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의 촉촉함과 차분함이 더해진 감성이라고 할까? 그의 풍부하고 섬세한 감수성은 마치 10대의 소년을 보듯이 우리의 시계를 돌려 사춘기로 보내주는 듯 하다. 시인으로서, 여행작가로서, 또 사진 작가로서도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잘 구축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의 시와 글을 읽다보면 그가 커리어를 위해서 여행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지만, 결과적으론 그만의 이미지를 쌓고 그만의 성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참 명상집같은 책이다. 내가 늘 하고 싶었지만, 현실 세계에선 못 하는 것들을 그는 솔직하고 과감없이 털어놓는다. 그가 오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첫사랑을 추억하고 그 때의 자신의 모습을 짚어보는 것 같은 일들, 또 자신에게 새겨진 흔적들을 찾아가는 일들, 이런 일들은 현실세계에선 입 밖에 내기 어려운 주제가 되어 버렸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말이다. 가장이라는 현실 아래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수의 아빠들에게 이 책은 참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 스스로 지금껏 숨겨두고 살았던 나의 모습을 목도하는 느낌이랄까. 분명한 것은 이런 감수성의 사람과 오랜 친구로서 하는 술 한잔은 정말 행복할 것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며, 자신을 어떻게 사랑해 나가고, 그 소중한 감정들을 주변사람들과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