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속의 세계사

옷장 속의 세계사 ㅣ 창비청소년문고 10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사람이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의식주이다. 그런 점에서 작년에 출간된 <식탁위의 세계사>나 올해 나온 <옷장 속의 세계사>는 세계사의 각종 사건과 관련된 옷과 음식을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옷과 음식들의 유래를 알아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지금은 그저 패션의 일부분일 뿐인 옷인데, 그 옷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왜 만들어졌는가?를 알아보는 것을 분명 흥미로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여러가지 옷들의 사연이 나온다. 청바지, 비단, 벨벳, 검은옷, 트렌치 코트, 스타킹, 비키니.. 이런 옷들이 만들어진 유래와 이런 옷들을 만든 당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비교적 고대 시대의 중국에서부터, 근대의 서양 역사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총 역사를 집합해 놓은 것 같다.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는 구성이 더욱 좋았다.

처음에 나온 것은 리바이가 만든 청바지이다. 미국의 골든 러쉬 때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Levis가 청바지를 만든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Levi가 그의 이름이었고, 그의 것이란 의미로 's를 붙였다고 한다. 이름에 대한 유래에 대해 아는 것도 흥미롭다. 청바지 소재라는 것은 특별한 제조법이 필요한 것이었는데, 면으로 만들지만 조직을 두껍게 해서 특별한 제조방법이 필요하고, 여기에 스판덱스 등의 각종 섬유를 첨가해서 입기 편하고 잘 늘어나게 만든다. 지금에야 상용화 되어서 멋의 상징과 젊음의 상징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질기고 튼튼한 소재라는 점에 착안해서 광부들에게 인기있던 옷이라는 것이 신기하다. 여기에 소개된 의복들은 이렇듯 시대의 필요에 따라 유행하기 시작한 옷들이 많다. 트렌치 코트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제 1차대전 때에 천막을 치기 위해 만들었던 옷감으로 제작했다는 것. 이렇게 원래 있던 직조물을 재탄생시킨 것도 있지만, 한 나라에서만 원단의 비밀을 알고 숨겨왔던 것도 있다. 비단이 그 예이다. 중국에서만 만드는 비법을 간직했기 때문에 실크로드라는 것이 생겨났고, 비단은 물론 다른 물품도 동서양간의 교역이 일어났다는 것. 비단의 그 부드러움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샀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이런 아이템 하나로 역사가 바뀌었다는 것이 더욱 흥미진진하다.

벨벳이라는 원단이 이름붙여진 벨벳혁명에 대한 이야기, 펠리페 2세와 관련된 종교전쟁의 상징으로 그가 입었다는 검은 옷 이야기, 마녀의 옷으로 비판받은 잔다르크의 이야기, 비니키 섬에서 진행된 원자폭탄 이야기 등 의복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참으로 무궁무진하다. 인간과 뗼레야 뗄 수 없기에 그만큼의 많은 이야기를 지닐 수 있었던 것 같다. <식탁위의 세계사>는 읽어본 적이 없으나 분명 이렇게 재미있고 신기한 역사로 가득 차 있을 것 같다. 의복은 특히 국가와 개인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역사와 관계가 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대통령끼리의 정상회담 당시에 그가 입은 옷의 색깔이나 느낌으로 한 나라의 이미지를 대표하고, 그가 상대 나라에 어떤 의중을 품고 있는지 까지도 유추해 보지 않는가? 그렇듯,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것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따라서 의복이라는 것이 수많은 역사 속에서 생생히 그 시대의 상징이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