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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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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설마 사람을 죽였을까?


나름 단란한 가정, 안정된 직장을 가진 평범한 40대 와타나베는 불륜을 저지르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같은 직장에서 그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아파트고 직장이고 모든 것을 잃고 빈털터리가 된 동료를 직접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운명적인 그녀가 나타난다. 아키하 라는 젊은 비정규직 여사원이 들어온 것. 처음에는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그였지만, 우연한 계기로 그녀와 가까워지고, 이러면 안 된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했던 만남은 계속 이어지게 된다. 어쩔 수 없다는 변명과 함께 그가 바로 그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아키하와의 불안한 만남을 계속 해오던 어느 날, 그녀는 와타나베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는다. 15년 전, 그녀가 고등학생 때 그녀의 집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살해된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의 비서로 칼에 찔려 사망했다. 그녀를 최초로 발견한 것이 바로 아키하 였던 것이다. 그녀의 충격적인 고백 이후, 와타나베는 그녀가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는 것과 사건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 정말 그녀가 사람을 죽였을까? 과연 15년 전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와타나베와 아키하의 위태로운 만남의 끝은?

미스터리를 기대했다면 중박, 히가시노 게이고 식의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상박

꽤 굵직한 책이다. 이 두터운 종이들을 채우고 있는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불륜과 15년 전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이 무슨 뻔뻔한 중년남의 애정행각인가 하며 눈살이 찌푸려 질 때 쯤 문득 등장하는 미스터리는 사랑하는 그녀의 충격적인 고백이다. 15년 전 그녀의 집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범인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와타나베는 우연치 않게 그녀가 그 사건의 최초 발견자이자 유일하고 유력한 용의자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이후로는 와타나베의 조마조마한 불륜라이프와 15년 전 사건의 미스터리가 잔상으로 남기며 이어지다가 공소시효가 끝나는 그날, 사건의 관계자와 와타나베, 아키하가 한데 모이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달한다.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적절히 섞였다고 얘기하기에는 와타나베의 불륜사가 상당히 세심하게 다뤄진다. 15년 전 사건의 전말이라는 굵직한 갈등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별로 큰 긴장감을 유발하지는 못한다. 열렬한 사랑에 빠진 와타나베는 그녀가 설령 살인자라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감내하겠다는 아주 절절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남편이 방황을 끝내고 돌아오리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그녀의 아내가 없었다면 그의 로맨스는 아주 흐뭇할 만 했지만 말이다. 안정된 가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키하와의 외줄타기 같은 불륜을 이어가는 와타나베의 수많은 독백이 별로 가슴에 와 닿지 않았던 것은 그의 입장이 너무도 구차해 보였기 때문이리라. 40대 불륜남의 입장에 도저히 몰입이 될 수 없었던 까닭에 나는 15년 전의 미스터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그 미스터리라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명쾌하게 풀려버려서 마지막에 기운이 빠지기는 했다. 나는 미스터리를 기대한 것이지, 구차한 로맨스를 기대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허탈했다. 

국내에 소개된 일본발 미스터리 소설은 정말 셀 수도 없이 많다. 많은 명작들이 있고, 여러 대표 작가들이 국내에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도 그런 작가들 중에 한명이다. 그 유명한 갈릴레오 시리즈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치밀한 미스터리를 기대하는 독자들이 많다. 나도 그 가운데 한사람이었고, 이 책에서 기대한 바도 그런 치밀한 미스터리였다. 그런데 미스터리의 측면만 따지고 보면 아무래도 좀 약하지 않았나 싶다. 15년 전 사건 미스터리는 이 책의 히든카드였다. 그런데 이렇게 지루하게 끌고 온 비밀의 결말이 이런 것이라면 아무래도 기대한 사람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잘 읽히고 재미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겠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표 소설이다. 미스터리가 2% 부족했던 건 부족했던 거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로맨스 소설을 쓴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어 든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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