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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닥콩닥 콩닥병 ㅣ 사계절 그림책
서민정 글.그림 / 사계절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큰 아이가 일곱 살, 유치원에 다닐때 같은반 남자 아이 한 명이 우리 아이를 참 좋아했어요.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집에도 자주 초대했었는데 저와 남편이 아주 귀여워했던 아이입니다. 또래답지 않게 어른한테 존댓말도 잘하고, 의젓해서 어디가나 예쁨받는 아이였어요.
그런 친구가 우리 아이를 좋아해준다니 엄마와 아빠는 흐뭇하더라구요.
그런데 그때부터 새침떼기였던 우리 딸은 그 친구한테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함께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들떠서 이것 저것 딸애한테 맞추어 주려는게 보여서 안스러울 정도인데 저희 딸아이의 반응은 엄마가 미안할 정도로 썰렁했던거죠.
그래도 학교가고 조금 컸다고 이젠 편한 친구처럼 잘 지냅니다.
사계절 그림책 <콩닥콩닥 콩닥병>은 어릴적 우리 아이와 그 친구 아이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예요.
어느날 민정이의 가슴이 하늘이만 보면 콩닥거리는 콩닥병이 생깁니다.

하늘이랑 그림도 그리고 싶고, 병원 놀이도 하고 싶고, 많이 많이 놀고 싶은데 민정이는 그게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하늘이는 수아랑만 놀기 때문이죠.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민정이는 속이 상해요.

민정이는 수아처럼 머리도 예쁜 리본으로 매고, 예쁜 원피스를 입으면 하늘이가 놀아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늘이는 수아처럼 꾸민 민정이를 알아주지 않지요.

그러다가 한강에 고래가 산다고 믿는 하늘이를 위해 커다란 고래를 잡아다 주는 꿈을 꾸고 결심을 합니다. 고래를 잡았던것처럼 용기를 내기로요.

할 수 있다는 다짐을 하고, 큰 소리로 하늘이를 부르지요.
그리고.....
"나랑 같이 놀면 안 돼?"라고 큰 소리로 말해요.

하늘이는 기쁘게 민정이와 함께 놉니다. 셋은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되었어요.
민정이의 콩닥병도 말끔히 나았고요.
*
어린 아이들도 생생하게 느끼는 감정이 있습니다.
어른의 그것과 그 의미가 다를지라도 특별한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같다고 생각해요.
민정이가 하늘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이 그런거지요.
좋아하는 마음을 감춰두고 상대방이 먼저 나를 알아주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친구가 되고자 용기를 내는 민정이가 대견합니다.
그리고 그런 민정이를 친구로 받아주는 하늘이의 둥근 성격도 이쁘고요.
실제로 아이들의 생활은 민정이와 하늘이처럼 쉽게 이어지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 아이와 그 친구 아이처럼요.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묻어두지 않고 드러내서 문제를 해결하는 점은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 <콩닥콩닥 콩닥병>은 바로 그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늘, 3월이면 유치원에 갈 둘째 방글이에게 이 책을 읽어 주었어요.
유치원에 가면 방글이게도 남자든 여자든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구가 생기겠지요.
그럴때 "나,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같이 놀자."라고 씩씩하게 말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콩닥콩닥 콩닥병>을 읽었으니 잘 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