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주시는 삼신할머니 까마득한 이야기 1
편해문 글, 노은정 그림 / 소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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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 궁둥이에 퍼런 몽고반점.

유난히 우리집 두 아이들은 이 몽고반점이 심해서 아홉살, 다섯살인 아직까지도 온 몸이 전체적으로 시퍼런 빛을 띠고 있다. 궁둥이서부터 등짝의 거의 모든 부분이 시퍼랬고 심지어 손등, 어깨 부분도 퍼런빛이 돌았다.네 살 터울지는 두 아이 모두 몽고반점이 그렇게 심해서 삼신할머니가 얼른 나라가로 엉덩이만 찰싹 때린게 아니라 온 몸을 두들겨 패셨나보다 하면서 가족끼리 웃은적이 있다. 제 궁둥이 그런줄도 모르고 갓 태어난 동생의 퍼런 점들들 보며 깜짝 놀라 묻던 큰 아이에게 삼신할머니가 너희들 세상밖으로 내보낼때 얼른 나가라고 때려줘서 그런거라고 알려줬었다. 아마도 아이들이 처음으로 삼신할머니에 대해서 알려준때가 이때가 처음이 아닐까싶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초롱초롱 반짝이며 삼신할머니의 존재를 알게 된 아이는 바로 물었었다. 삼신할머니가 누구예요. 사실 알려줄수 있는 말은 단 하나다. 너를 엄마 뱃속에 점지해주신 분이시지.... 
지금 생각해보니 이처럼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어디있는가 싶어서 미안하다. 
아이는 옛날이야기 같은 느낌이었는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마도 실제하는 어떤 존재가 아니라는것을 깨달은거겠지.
그랬던 아이가 이 책을 읽더니 엄마 너무 재밌어!를 외친다. 왜 아니겠는가. 내가 읽어도 그랬는데. 

이 책 <아기를 주시는 삼신할머니>는 편해문 선생님께서 제주에 전해 내려오는 <삼승할망 본풀이>를 바탕으로 삼아서 쓰신 글이다. 7년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시면서 쓰신 이 책은 삼신할머니가 단순히 아기를 점지해주는 할머니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던 내게 삼신할머니를 다시 알게하는 계기를 준 책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동해 용왕의 딸과 명긴국 아기씨가 서로 삼신의 자리를 놓고 다투다가 각각 저승과 이승의 삼신할머니가 된다는 내용과 마마대별상이 삼신할머니를 무시했다가 뱃속 아기의 출산을 못하는 큰 읽을 겪고 결국 삼신할머니의 뜻에 따라 아기들의 마마를 데려간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큰 줄거리도 재미있지만 사실 이 책의 진짜 보물은 중간 중간 나오는 삼신할머니의 아기를 향한 정성이다.
아기가 잘 나오게 허리를 삼세 번 쓸어내리는 모습, 탯줄의 맥박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정성스레 은가위로 자르고 태반을 깨끗한 곳에 묻는 것, 어머니 왼쪽 젖은 국, 오른쪽 젖은 밥이라 방금난 아기 머리가 말랑해서 한쪽으로만 물리면 머리가 꺼지니 왼쪽 오른쪽 밥과 국을 번갈아 먹이라는 말, 삼신할머니가 서천 꽃밭에서 아기씨를 정성스럽게 키우고 그 씨를 점지해서 뱃속에서 열 달 동안 몽실몽실 키워주시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낳게 해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새삼 눈에 보이는 모든 아기들이 귀하게 보인다. 또한 나조차도 매우 귀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한 사람이 잉태되고 태어나기까지. 임산부의 수고로움과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에 대한 고마움에 숙연함까지 느껴진다. 

정말 바로 옆에서 할머니에게 듣는 이야기처럼 가락의 리듬감을 살려 씌워진 문장도 특색있고 빨간 표지와 책속의 예쁜 그림도 눈길을 끄는 책이다.무엇보다도 이 한권의 책을 쓰기 위해 노력을 쏟아부은 편해문 작가님의 노고가 고스란히 전해져 마지막 한 장까지 함부로 할 수 없는 귀함이 있는 책이다. 우리의 삼신할머니를 궁금해하는 아이에게도 이보다 더 자세하고 재미있는 삼신할머니 이야기는 없겠지만 앞으로 아이를 가질 분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분들 모두 한번쯤은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나의 근원,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의 정성과 노고까지 생각하게 하는  마음의 선물까지 주는 고맙고도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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