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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전쟁 ㅣ 생각하는 책이 좋아 5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장을 덮고 1960년의 미국이라는 문장으로 검색을 해 봤다. 세계대전 후의 경제적 안정기, 베이베 붐, 히피족, 베트남전, 인권 운동, 케네디, 마틴 루터 킹, 비틀즈.....
<수요일의 전쟁>엔 1960년대 미국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1967년 미국 뉴욕의 롱아일랜드, 카밀라 중학교엔 7학년이 된 홀링 후드후드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베이커 선생님이 있다.
수요일마다 종교 활동으로 친구들의 반은 유대교 예배당으로 반은 카톨릭 성당으로 가고 유일한 장로교도인 후드후드만이 교실에 남는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후드후드와 자신을 미워한다고 여기는 베이커 선생님만의 비밀스러운 수업이 시작된다. 그것은 바로 셰익스피어 읽기.
수요일의 전쟁>에서 셰익스피어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홀링이 겪는 일상의 사건들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의 배경들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베니스의 상인인 샤일록과 더그의 형이 비교되고, 후드후드의 집안과 메릴 리의 집안이 경쟁 관계로 그려지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비교되고, 슈크림빵 살 돈이 없어서 마을 셰익스피어 극단에서 연극을 하게 된 후드후드는 템페스트의 아리엘이 된다. 이런 식으로 사건과 희곡의 배경이 연결되면서 희곡 대사 또한 사건의 정황속에서 재치있게 녹아들어 홀링을 성장시키는 양분이 된다.
홀리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대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원래 셰익스피어 희곡이 이렇게 재미있었나 하는 새삼스러운 의문이 들게 한다. 그 의문은 호기심으로 발전하여 이십년전에 읽었던 희곡들을 다시 꺼내들게 만드는 힘까지 발휘한다. 그러나 가장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베이커 선생과 홀링 스스로 깨달아가는 셰익스퍼어의 의미들이다.
수요일마다 베이커 선생님과의 전쟁외에 이 글엔 또 하나의 전쟁이 등장한다. 베트남전.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수많은 젊은이의 피를 바친 전쟁이다. 카밀라 중학교의 영양사 비지오 선생은 남편을 전쟁으로 남편을 잃었고, 베이커 선생의 남편은 실종됐다. 홀링의 반에는 베트남에서 온 친구도 있다. 홀링의 누나는 전쟁을 반대하며 아버지와 대립한다. "전쟁. 군인이 일주일에 200명씩 죽고 있어, 그래서 시커먼 시체로 변해 비행기에 차곡차곡 실려 와. 그다음 땅에 묻히고, 가족들은 멋들어지게 접힌 미국 국기를 받지. 그리고 그걸로 끝이야." 단 몇줄이지만 이 글속에서 베트남전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한 부분은 없다. 한순간에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참전용사 가족들의 불안과 초조함, 참전국과 전쟁 이해 당사국이라는 관계의 연장선에서 보여지는 마이 티와의 이야기들은 눈시울 붉히게 만든다.
안락한 일상속에서 사회와 맞서려는 누나의 고민을 보면서도 왜 스스로를 힘들게 할까라는 딱한 시선을 보낼뿐이었던 한 소년이 내면이 빛나는 한 선생님을 만나고, 셰익스피어를 읽으면서 성숙해간다. 좌중우돌 정신을 쏙 빼놓는 날들이지만 홀링은 선생님의 사랑을, 친구들의 우정을, 메릴 리와의 풋풋한 사랑을, 누나와의 동기애를, 마지막으로 스스로 갈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진리를 셰익스피어와 함께하는 동안 배우고 진정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 거듭난다. 이 과정에서 베이커 선생님은 홀링을 너무나도 잘 이끌어주시는 멋진 분이시다. 오래전에 보았던 <죽은 시인의 사회>속의 키팅 선생의 부활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따뜻한 인간미가 매력적인 교사다.
작가는 우울한 시기에, 우울한 시기에 들어서는 한 소년이 무엇으로 치유받고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준다.
인생에 있어서 자기 자신에게 가장 정직한 시간은 사춘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어느때보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시간.
자기안의 모든 감정을 속이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그 시간이 가장 아름다우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너무나 정직해서 만만치 않은 세상이 더욱 힘겹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때이지만 그래서 더 빛나는 거다.
나를 웃다가 울다가 따듯함을 느끼게 한 <수요일의 전쟁>
셰익스피어를 다시 들추보고 싶게 하고, 슈크림빵을 먹고 싶게 하고, 비틀즈를 듣고 싶게 만드는 <수요일의 전쟁>
포근포근한 마음으로 내 정직했던 시간, 나를 이끌어준 나만의 셰익스피어는 과연 뭐였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