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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안 싸간 날 -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사랑과 배려 이야기 ㅣ 생각이 큰 어린이 2
고정욱 글, 김미규 그림 / 여름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시내에 나가면 구세군의 종소리가 낭랑하게 울려퍼집니다.어깨를 부딪혀도 사과할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자기 갈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울림은 어쩐지 쓸쓸하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저마다 살기 어렵다는 말을 버릇처럼 내뱉는 날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 아이들도 점점 각박해지고 메마르고 있겠지요. 그래서 고정욱 선생님의 글이 매번 반갑고,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시락 안 싸간 날>에는 사랑과 배려의 이야기 여덟편이 실려 있습니다.
도시락 안싸간 날 / 어버이날 생긴 일 / 아빠의 주머니 칼 / 차에 앉아만 있는 아저씨 / 맨드라미 화분 / 민규의 폐휴지 / 할머니의 보자기 / 지혜로운 할아버지가 이 책을 메우고 있는 이야기 들입니다. 소제목들을 보면서 뭔가가 느껴지시나요.
이 여덟편의 글 속에는 요즘의 우리 아이들이 좀처럼 느끼기 힘든 감동이 들어있습니다.
'도시락 안 싸간 날'은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친구를 위해 반 친구들이 한숟가락씩 밥을 덜고 반찬을 덜어 친구의 점심을 마련해 주는 이야기 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년의 어느날 우리 아이의 점심 시간이 떠올랐었어요. 급식실 공사로 한 달 동안 도시락을 갖고 다닌적이 있습니다. 그때보니 각자 자기 자리에 앉아서 자기 도시락만 열심히 먹고 있더라구요. 한 달 동안 도시락 안가져온 아이는 단 한명도 없었구요. 짝꿍이랑 반찬 나눠먹니 물었을때 우리 아이는 남의 반찬을 왜 먹어?라는 뜨악한 표정을 지었더랬습니다. 참 각박하지요? 그러니 십시일반이라는 말을 어찌 이해시킬까 고민스럽기도 합니다. 도시락 안 싸간 날은 요즘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그 십시일반을 알려주는 글입니다. 작은 도움 하나하나가 모이면 큰 도움이 된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지요.
'차에 앉아만 있는 아저씨' 이야기를 들여다 볼까요.
여름 휴가를 가다 계곡에 떨어진 차를 발견하고 허둥대는 민석이네 차 옆으로 또 한대의 차가 섭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신속하고 안전하게 사고 처리를 돕지요. 그러나 그 아저씨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절대 차 밖으로 나오지를 않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그 아저씨 또한 교통사고의 피해자이고 마음만 앞선 어설픈 인명 구조로 인해 하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됐다는 딱한 사연이었지요. 그래서 그 아저씨는 자신의 경험을 거울 삼아 응급처치를 한 거였구요. 그냥 지나쳤을수도 있었던 사고였고, 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아저씨는 자신과 같은 일을 또다시 겪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사고 현장을 지나치지 않았던 거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또 깊은 깨달음을 배웁니다. 무턱대고 돕는다고 모두 선행은 아니라는 사실, 남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베푸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배려라는 사실을 말이예요.
나머지 여섯편의 이야기속에 흐르는 마음도 모두 이와 같습니다. 사랑과 배려, 관심과 이해, 용기와 용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야 말로 사랑과 배려의 기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정욱 선생님은 이 책을 통해 말씀하고 계세요.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며, 사랑하고 관심을 갖게 되면 상대방을 배려하게 된다. 사랑이 마음이라면 배려는 사랑을 표현하는 행동이다라고요.
참으로 가슴 따뜻해지는 말입니다. 겨울,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힘들고, 아픈 사람들에겐 더욱 시린 계절이지요.
이 글을 만난 아이들의 마음속에 사랑이 넘치길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힘든 사람들 마음 한자락 생각하는 착한 아이가 되기를 또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