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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풍속 100 - 대한민국 어린이라면 꼭 알아야 할
신현득 지음, 이상미 그림 / 예림당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어릴적 대보름날이 되면 엄마는 들판에 나가 수수단을 꺾어다가 가지런히 모아 짚으로 내 나이수만큼 매듭을 지어 묶어 놓으셨다. 해가 지고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면 동네 아이들과 나, 그리고 동생은 엄마가 낮에 만들어 놓으신 수수단을 갖고 황량한 논으로 나가 쥐불놀이를 했다.
수수단에 불을 붙이고 타들어가는 수수단을 빙빙 돌리며 달을 보고 한해 소원을 빌었었다. 동네 오빠들은 깡통에 숯을 담아 불을 붙이고, 때론 휘발유를 살짝 부어 큰 불덩이를 만들어 힘차게 돌리기도 했었다. 그 불씨가 논에 남아있는 짚단 부스러기를 태우고 벼 밑둥을 태우면서 남은 재는 다음에 농사에 말그대로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그때 무엇을 빌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기억은 내 어린시절 참 소중한 일화로 남아있다. 요즘 시골에가도 대보름날 달맞이며 쥐불놀이 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만큼 우리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일거다. 나 어릴적엔 일상이었던 일이 이젠 책을 통해서 먼 시대의 일처럼 받아들여지는것......이것이 세월의 흐름이고 시대의 변화일까. 나도 오줌싸면 키쓰고 소금 얻으러 다녔다는 풍속을 옛날 이야기처럼 전해 들었으니 어찌보면 이런 변화는 세월의 흐름에 순행하는 변화일지도 모르겠으나 마음 한켠 아쉬움은 어쩔수가 없다.
그래서 예림당의 이 책 < 대한민국 어린이라면 꼭 알아야 할 우리 풍속100>이 매우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우리 풍속 100>은 '일상 속 풍속 이야기'와 '열두 달 세시 풍속 이야기'의 두 파트로 나누어 우리의 풍속을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아직까지 잘 전해내려오고 있는 풍속인 삼신할머니 모시기, 돌잡이, 손없는 날, 금줄, 부적 이야기는 반갑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들이 더 많다. 풀인형 풀각시, 책씻이, 달 먹기, 신방 지키기, 시묘살이, 똥떡, 솥안에 요강넣기, 태종우 등등의 마흔 네가지의 이야기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마흔 네가지의 일상 속 풍속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그것이 갖고 있는 의미가 심오하다.
'일상 속 풍속 이야기'에서도 그러했지만 특히 '열두 달 세시 풍속 이야기'에서 전해주는 풍속은 우리의 생활속에서 아직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풍속의 유래와 의미, 행하는 풍습까지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세시와 24절기는 다른 점이 있다. 세시는 음력을 기준으로 삼아 전해오는 풍속이고 24절기는 양력을 기준으로 자연의 변화를 알려주는 절기이다.
이 차이를 나도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는데 이 책속에서 그러한 사실까지 알려주고 있어서 새삼 눈길이 머물렀던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익숙하게 듣는 단어이지만 뜻을 잘 모르는 말들. 이를테면 어른의 나이를 일컫는 말들 같은 어려운 단어를 설명해주는 작은 코너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서 작지만 인상 깊었다.
100가지의 우리 풍속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느껴지는 점 중 가장 큰것 하나
그것은 바로 우리 조상의 지혜다.
웃음으로 덮은 해학속에 깊은 뜻이 담겨 있는 풍속 이야기. 그 풍속 하나 하나속엔 사람과 자연이 하나되는 귀한 진리가 담겨 있다.
사소한 것으로 치부될수 있는 작은 것 하나도 귀하게 여기고 의미를 담던 귀중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이는 곧 우리 아이들이 풍속을 알고 보존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이 책 <대한민국 어린이라면 꼭 알아야 할 우리 풍속100>이 전해주는 진짜 메세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