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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의 자유 상자 ㅣ 뜨인돌 그림책 6
엘린 레빈 지음, 카디르 넬슨 그림, 김향이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08년 11월
평점 :
지난 12월 10일은 세계 인권 선언 채택 6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보고 싶지 않은 가슴 아픈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쟁, 기아, 착취, 학대, 차별.......
그 속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취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최소한의 예의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런 보고 싶지 않은 모습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만든 약속이 바로 인권 선언이 아닐까 합니다.
인권을 이야기할때 흑인 노예의 인권은 아주 큰 의의를 갖는 이슈입니다. 어릴적 보았던 <뿌리>나 스필버그의 <컬러 퍼플>속에서 만났던 그들의 모습은 지금까지 강한 흔적을 남기고 있을 정도이지요. 이제 만나게 될 헨리 또한 그렇게 박해받던 흑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인간이지만 인간으로서의 대우는 커녕 짐승같은 취급을 받아온 것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이야기는 생일도 없고, 나이도 없는 어린 노예 헨리로부터 시작합니다.
어느날 아침, 헨리는 주인님의 아들의 소유로 바뀌면서 가족들과 헤어지게 되죠.
자유를 꿈꾸며 외롭게 성장한 헨리는 낸시를 만나고 사랑을 합니다. 그리고 헨리는 드디어 세 아이의 아빠가 됩니다.
또한 좋게 이들은 모두 한 집에 살았습니다. 그러나 헨리의 아내 낸시는 불안해 하죠. 언제 가족 모두가 뿔뿔히 흩어져 팔려갈지 모르는것이 노예의 일생이었으니까요.

예고된것처럼 헨리의 부인과 아이들은 팔려갑니다. 그러나 그 소식을 듣고도 헨리는 뛰쳐나가지 못합니다.
그는 자유가 없는 노예였으니까요.
점심시간 부랴부랴 마을 광장으로 달려가 마차에 실려 막 사라지는 아이들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또다른 마차에 타고 있는 낸시를 보지요.그들은 서로를 알아보았지만 그 어떤 작별 인사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각자의 눈물을 닦고 말간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다였습니다.
그렇게 가족들과 생이별을 한 헨리는 날아오르는 새를 보며 자유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유를 얻기 위한 행동을 시작합니다.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스미스 박사의 도움을 받아 박스안에 몸을 담고 자유의 도시 필라델피아로 떠날 결심을 합니다.
헨리의 자유를 향한 갈망, 그것은 자신의 손에 스스로 황산을 붓는것도 서슴치 않는 절박함이었습니다.
누가 숨소리를 들으면 어쩌냐는 동료 제임스의 말에 헨리가 했던 대답.
헨리의 자유에 향한 갈망을 어떻게 이보다 더 절실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만약에 누군가 네 숨소리라도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나는 내 입과 희망을 틀어막고 있을 거야."
그리하여 헨리는 한치의 움직일 틈도 없는 박스에 담겨 자유를 향한, 목숨을 건 항해를 시작합니다.

항구로 향하는 기차 화물칸으로 짐짝처럼 던져지고, 증기선에 실린 상자속에서 헨리는 죽을것 같은 고통을 참습니다.
거꾸로 향해 있는 박스, 그 안에서 피가 머리로 쏠리고, 얼굴은 빨개지고, 눈이 아파오지요. 머리가 터질것 같은 고통.
그러나 헨리는 그저 참고 또 참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사람들에 의해서 똑바로 놓이게 된 헨리는 겨우 자리를 잡지요.
긴 여정의 끝, 마침내 헨리는 자유의 노크를 듣습니다. 누군가 상자를 두드렸고 곧이어 뚜껑이 열리면서 환영 인사가 쏟아지죠.
드디어 헨리는 필라델피아에 도착한거였어요. 자유를 향한 그 고단하고 힘든 여정은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됩니다.
1849년 3월 30일, 헨리에게도 드디어 생일과 이름이 생깁니다.
첫 번째 자유의 날! 헨리 박스 브라운 되다.

이 이야기는 짧은 글이지만 흑인 노예 헨리 박스 브라운의 일대기적 이야기 입니다. 헨리를 따라가다 보면 귀여운 어린 아이 헨리는 이미 중년을 넘어서 있습니다. 그 동안 그가 겪는 일들은 간략하지만 충분히 슬픕니다.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작품답게 그림또한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펜선이 그대로 드러나면서도 사실화에 가까운 그림은 헨리와 그 가족들이 겪는 마음의 아픔을 세밀하게 보여줌으로서 글과 한 덩어리가 되어 독자의 심금을 울립니다. 특히 작은 공간을 통해 쏟아지는 햇빛 조각들은 (어린 헨리가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하던 풍경, 곳곳에서 창문을 통해 아련하게 들이치는 빛) 이 이야기를 아련하고 애잔하게 만드는데 일조합니다.
가슴을 울리는 흑인 노예의 이야기, 멋진 그림, 어느것 하나 놓칠기 아까운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