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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시계의 비밀 ㅣ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10
고수산나 글, 송효정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어릴적에 친구네 집에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원목 뻐꾸기 시계가 있었습니다. 우리집엔 없는것이기도 했고 그 시절엔 귀한 것이기도 했으며, 정각에 맞춰 뻐꾸기가 튀어나와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신기해서 우리 집에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속으로 은근히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한물 간 시계이지만 지금도 뻐꾸기 시계를 볼때면 그 속에서 튀어나오는 뻐꾸기는 여전히 신기한 녀석입니다. 그런데 저처럼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친구가 여기 있습니다. 뻐꾸기 시계에 대한 마음은 단순히 신기한 마음을 넘어서 특별히 애정하는 친구지요.
은솔이는 엄마와 헤어져 보육원에서 크는 친구입니다. 한시간 있다가 돌아온다는 엄마는 몇년이 지나도 오지 않고 이젠 엄마의 얼굴마저 희미합니다. 명절이나 무슨 때가 돼서 사람들이 보육원을 방문하는게 더 싫습니다. 떠나고 나면 외로움은 두배가 되니까요. 은솔이의 마음은 버려졌다는 괴로움과 원망, 외로움으로 꽉 차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뻐꾸기 시계가 보육원에 위문품으로 들어오고 은솔이는 그 시계가 참 좋습니다.
그날밤 모두 잠든 밤에 뻐꾸기 한마리가 은솔이를 찾아오고 은솔이는 뻐꾸기를 따라 시계속 새들의 나라로 들어갑니다. 뻐꾸기는 은솔이에게 개개비의 둥지에서 크던 새끼 꾸꾸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뻐꾸기의 탁란을 모르는 은솔이는 왜 새끼를 버렸냐고 뻐꾸기를 원망하지요. 타고난 생리상 그렇게 새끼를 키울수밖에 없지만 절대로 새끼를 잊지는 않았다는 뻐꾸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은솔이는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비를 피해 찾아들은 동굴속에서 꾸꾸를 만나요. 꾸꾸는 자신을 버린 뻐꾸기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한번만이라도 만나고 싶다는 그리움을 내비칩니다. 은솔이는 그런 꾸꾸를 통해서 엄마를 그리워하는 자신을 봅니다. 그리고 위로받고 용기를 얻지요. 비가 그치고 먹이를 구하러간 꾸꾸는 그만 미끄러져 강물에 떠내려가고 그때 하늘에서 떨어진 나뭇가지를 잡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합니다. 은솔이는 압니다. 그 나뭇가지는 엄마 뻐꾸기가 떨어뜨려 준 것이라는 것을.
은솔이는 뻐꾸기에게서 자신을 버린 엄마를 보았고, 버려진 꾸꾸에게서 버림받은 자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 속상한 마음만을 끌어안고 있을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제 삼자의 입장에서자 객관적으로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버린 엄마를 이해하고, 버려진 자신을 위로받으면서 용서와 용기를 배웁니다.
상처를 안고 원망과 외로움에 허덕이는 은솔이 같은 아이가 참 많습니다. 그 아이들 누구도 원해서 그렇게 된 아이들은 없기 때문에 그 마음의 아픔은 자랄수록 점점 커지고 짙어집니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지만 기댈 곳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은솔이가 뻐꾸기를 만난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지만 이해하고 용서하고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게 된 은솔이. 은솔이가 곁에 있다면 꼭 끌어안아 주고 싶습니다. 잘했다고, 대견하다고 마음의 위로를 전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