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가 사라졌어요! 키다리 문고 2
클레르 프라네크 지음, 김혜정 옮김 / 키다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평소 글과 그림을 함께 하는 작가를 유심히 보게 된다. 글 하나만 쓰기에도 쉽지 않을터인데 그림까지 그리는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체부가 사라졌어요>의 작가 클레르 프라네크 역시 글과 그림을 함께 보여주는 작가다. 작품성이 보이는 대단한 그림은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웃음지어지는 재미있는 그림으로 독자들을 기분좋게 한다. 어린이 책이니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의 눈길을 쏙 잡아 끌기에 충분하다. 네모칸 안에서 빛나는 만화는 아니지만 카툰 형식으로 간단하게 그려진 그림과 인물들의 대사는 딱딱하고 정형화된 줄글씨 책에 지루해하던 아이들에게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기 이 재미난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또한 만만치않게 흥미롭다. 

서커스단의 곰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 곰이 말을 할 줄 안단다. 월요일 아침 힘차게 패달을 돌리며 우편물 배달을 하던 프랑스와 파르불레뜨는 길에서 서커스단을 만난다. 우체부 제복을 입은 프랑스와를 경찰로 착각한 단원들은 함께 사라진 곰을 찾아줄 것을 막무가내로 부탁하고 마음 약한 프랑스와는 어정쩡하게 입장 표명을 하다가 결국 곰을 찾는데 동참하게 된다. 사라진 곰을 찾는다는 설정부터 이 이야기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사라진 뭔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영화나 소설이 왜 재미있고 인기가 있을까. 결말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과연 원하는 것을 찾을까하는 궁금함을 이길 독자는 별로 없다. 
곰을 찾아 떠난 세사람의 일주일간의 행적을 좇아 가는것만으로도 즐거운데 이야기는 같은 시간 우체부가 없는 마을의 일상까지 함께 보여주고 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든다. 책에서 평면적인 시,공간적 배경만을 보다가 입체적인 배경을 만나니 많이 반가웠다. 

서커스 단원 두명과 함께 곰을 찾으러 떠난 프랑스와,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곰의 흔적을 찾으면서 작은 모험을 겪는다. 멧돼지를 만나 쫓기면서 나무위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산딸기로 끼니를 때우고 벌통을 건드려 벌떼에게 쫓기기도 한다. 같은 시간 마을 사람들은 프랑스와가 전해주는 편지를 애타게 기다린다. 우체부 한명이 없어지자 작은 마을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버린다. 마켓에서는 카타로그가 도착하지 않아서 물건 주문을 못하고, 병원에서는 차트가 도착하지 않아 진료에 차질을 빚는다. 약혼자의 편지를 기다리는 아가씨는 애가 타고 학교에서는 연극 준비물이 도착하지 않아서 연극을 하지 못한다. 
한편 벌을 피해 물속으로 뛰어든 세사람은 옷을 말리다가 다시 곰의 흔적을 발견하고 벗은채로 곰을 따라나섰다가 사슴무리에게 둘러싸여 온밤을 지샌다. 그 시간 프랑스와의 가족은 사라진 남편과 아빠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준비하고 사라진 우체부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던 마을 사람들은 드디어 함께 우체부를 찾기로 한다. 길에서 서커스단장을 만난 농부는 우체부가 곰을 찾으러 숲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마을 사람들과 수색에 나서고 그 시간 프랑스와 일행은 삼림 감시원 집 지하실에 강금을 당한다. 결국 마을 사람들과 프랑스와 일행은 만날 수 없었지만 말을 할 줄 아는 서커스단 곰이 제발로 나타나 일행을 구하고 함께 길을 찾아 마을로 돌아온다. 서커스단장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받고 밤이 되어 무똥마을로 돌아온 프랑스와는 일주일이 지났지만 전해주지 못한 마을 사람들의 우편물을 모두 전해주고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곰을 찾아 모험을 하는 프랑스와 일행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더욱 마음에 남은 장면은 한명의 우체부가 없어지자 바로 마비되는 마을의 모습이었다. 우체부 한명이 제 몫의 일을 못하자 마을 사람들은 꽤나 불편해진다. 이 세상에 하찮은 일은 단 하나도 없다는 귀한 교훈을 전해주는 내용이라 좋았다. 게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전해주지 못한 편지를 늦은 밤에 모두 배달하는 프랑스와의 모습과 사라진 프랑스와를 찾기 위해 나서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작은 감동까지 전해졌다. 
독특한 구성과 재미있는 그림에 마음 따뜻해지는 내용까지, 한권의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게 꽤 많은 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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