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새 우는 밤 반달문고 25
오시은 지음, 오윤화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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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인 나는 겁이 무척이나 많다. 특히 초자연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겁을 내서 접하는 것도 내켜하지 않는다. 그런데 딸은 나와는 좀 다른듯 하다. 대담하고 약간 세상을 만만하게 보는것도 같고. 뭐 인생 9년밖에 살지 않은 새싹이지만 느껴지는 포스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지난달 서점에서 성인대상으로 나온 퇴마소설을 사달라고 졸라대서 난감했던 적이 있다. 그 책의 출판 관계자와 이미 읽은 독자들을 통해 무섭지는 않지만 아홉살 아이가 읽기엔 조금 무리일것 같네요 라는 직접적인 답을 전하고서야 시달림은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솔직히 나는 그 책이 무섭지는 않다고 했던 어른들도 이해할 수 없었다. 겁이 정말 없구나 생각할 따름이었다. 어찌하였든 그래서 섭섭해 하던 딸에게 멋진 선물을 한권 안겨 주었으니 <귀신새 우는 밤>이다.

나는 사실 좀 오싹했다. 서평을 읽는 분들 놀려도 할 수 없다. 정말 그랬으니까.  그런데 그 오싹함안에서 마음이 짠한 무엇도 동시에 느꼈다.  네 명의 주인공인 범생이 승민이, 삐딱이 나영이, 투명인간 창수, 왕따 영호는 이 순간 어느 학교 어느 교실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아이들이다. 자의와 타의에 의해 범생이라는 타이틀에 스스로를 규정지워 버리는 승민이,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고 엄마의 부재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나영이, 부모로터 심하게 규제당해서 하고 싶은 일도 마음대로 못하는 창수, 친구들에게 소외당하는 영호.  

아귀 안맞는 문짝처럼 절대로 어울릴것 같지 않은 네 명의 친구들이 한조가 되어 담력 훈련에 나선다. 서로 티격태격 하며 어두운 산을 타다가 그만 길을 잃고 다행이 하얀 옷을 입은 할머니 한분을 만난다. 그리고 네명은 뜻하지 않게 1시간동안 함께 하게 된다. 어두운 밤, 산속에서 두려움을 마주하고 선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서로가 만났던 귀신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시끄럽고 번잡스러운것을 싫어하는 엄마 아빠로 인해 친구들과 마음껏 놀지 못하는 창수. 깊은 계곡으로 휴가를 온 창수는 친구들과 마음껏 놀고 싶다는 소망을 꿈꾸다가 그만 계곡물에 빠져 위험에 빠지고 그때 창수를 도와준것은 창수 또래의 남자 아이였다. 지나가던 할아버지에게 이곳은 아이들이 많이 죽은 곳이라는 말을 듣지만 창수는 그 아이가 귀신이었다는 두려움보다 친구가 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나뭇잎 배를 선물하고 떠나온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영호, 어느날 두고 온 알림장을 찾으로 학교에 갔다가 몸집이 작은 한 아이를 만난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신나게 비석치기를 하고 아이의 비석을 깨뜨리면 대장을 시켜 주겠다는 약속도 받는다. 영호를 찾으러 할머니가 오고 아이는 사라진다. 다음날 영호는 학교에서 아이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고 전날 따돌림을 당해 자살한 아이가 학교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따돌림 당하는 영호에게 대장을 시켜주겠다는 아이의 약속은 감동 그 자체가 아니였을까.

엄마와 아빠의 이혼후 엄마가 없다는 자격지심과 피해 의식 때문에 친구들의 호의까지 물리치며 자존심 상해하는 나영이에게 다섯살쯤 돼 보이는 여자 아이 하나가 나타나 따라오라고 한다. 자다말고 잠옷 바람으로 홀린듯이 아이를 따라나서고 어느 지점에 도착하자 아이는 손을 흔들며 떠나버린다. 나중에서야 그 인형은 엄마가 사주었던 인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별식은 나영이의 아픈 기억과의 이별이었을거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났던 귀신과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짐을 덜어놓고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받는다. 그리고 응어리진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받는다. 여기서 등장하는 귀신은 아이들의 또다른 모습이고 아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처지의 귀신들을 만나면서 위로받는거다. 티격태격 마음맞지 않던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눈 후엔 서로가 마음을 나눈 귀한 친구가 되어 있다.

귀신이라도 좋으니 한번 더 만나고 싶고 친구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토로에서 외로움과 아픔이 느껴져 짠했다. 책에서 표현되었듯이 이 친구들은 아웃사이더다. 어린아이의 천친함과 순수함을 맘껏 드러내지 못하고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응어리 하나씩을 가슴에 품고서 주류에 끼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모습은 이 시대 우리 아이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마지막 부분의 할머니의 말처럼 근심과 걱정은 아이들의 몫이 아닐진대, 아이들에게 근심과 걱정을 하나가득 안겨주고, 돌보아주지 않는 어른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의 깊은 속을 헤아려보는 시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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