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중학교 3학년때로 기억된다. 어느날 성당에서 주교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주교님께서 우리 성당에 오신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마주 앉아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니 무척 떨렸었다. 그래서 그 때의 시간이 아직도 머릿속에 콕 박혀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주교님께서서툰 한국어로 내게 물으셨다.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나요?" 갑자기 받은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나는 타고난 한국인의 정서대로 생각해보지도 않고 의례적으로 대답했다."아니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그러자 주교님은 정색을 하시며 " 그건 교만입니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감사하세요.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말씀하셨다. <있는 그대로가 좋아>를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그 옛날의 기억이 떠올랐던건 있는 내가 교만해졌거나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거나 둘중에 하나일거다. 귀여운 미미가 빨란 리본핀을 꼽고 나타나 오토에게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묻는다. 투박한 남자들이 그렇듯이 오토 또한 미미의 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미미는 섭섭한 마음에 그만 화를 내고 만다. "넌 다 좋은데 말이야. 눈이 너무 작아! 그러니까 새 머리핀도 못 보지!" 그때부터 오토는 변하기 시작한다. 눈이 개구리처럼 커진거다. 한번 시작된 미미의 불만은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온다. 재미도 없고, 코도 납작하고, 입도 작아 목소리도 작고, 달리기도 못하고, 키도 작고, 힘도 없고........미미가 돌아봤을땐 오토는 미미가 원하는대로 변해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란 아주 무시무시한 괴물이라서 미미는 깜짝 놀라며 예전의 오토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종종 인터넷상에 미녀 탤런트들의 얼굴중에서 가장 예쁜 부분들을 조합해서 합성 얼굴을 만든것들이 돌아다닌것을 본적이 있다. 그런데 미녀들의 가장 예쁜 부분만을 모았으니 그 미녀들보다 월등한 미인이 나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얼굴은 평범함에서도 떨어지는,그다지 예쁜 얼굴이 아니라서 의외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일때만 빛나는 것들이 있다는 뜻일거다. 심플한 그림과 내용속에 의미깊은 내용이 들어 있는 책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변화를 강요하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만드는, 선생님 같은 책이라고 할까......문득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아이들을 바꾸려고 부단히 쓸데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들을 위한 책인데 엄마인 내게 더 큰 의미를 던져준 책이다. 소박하면서도 깨달음이 깊은 책이라 정채봉 선생님이 생각나기도 했다.아이들에게도 본연의 모습이 좋다는 작지만 깊은 진리를 어렵지 않게 터득하는 시간이 되리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