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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닮은 아이, 엘리야 ㅣ 주니어를 위한 맛있는 동화 1
크리스토퍼 폴 커티스 지음, 김율희 옮김, 백남원 그림 / 키즈조선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국민학교 시절 <검둥이 톰의 오두막집>을 읽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그보다 더 어릴적엔 늦은 밤 엄마 옆에서 텔레비젼 시리즈인 <뿌리>를 뭣도 모르고 재미있다 느끼며 본 기억도 있다. 머리가 크고 어른이 된 후엔 <컬러 오브 머니>라는 영화를 감동깊게 봤다. 이것은 내가 읽고 본 흑인 노예들의 이야기들이다. 어릴적에 봐서 내용이 희미한 뿌리를 제외하고 모두 감동을 선물했다. 그런데 또 하나의 감동이 더해졌다. 바로 이 글, <Elijah of Buxton> (희망을 닮은 , 아이 엘리야)이다.
<검둥이 톰의 오두막집>에서 엘리저의 가족이 목숨을 걸고 탈출했던 목적지인 캐나다. 바로 그 캐나다의 자유 노예들의 정착지인 벅스톤이 이 글의 주요 배경이다. 벅스톤에서 가장 처음 태어난 첫번째 자유 흑인, 엘리야. 처음으로 태어난 자유인이라는 의미는 목숨을 걸고 자유를 쟁취한 흑인들에겐 새로운 희망과 마찬가지이다. 주인공 엘리야는 열한살이 되가는 열살 소년이다. 겁많고 순진하고 착한 소년. 기가막힌 돌팔매질로 물고기 머리를 때려 물고기를 잡는 소년.그런 엘리야의 벅스톤에서의 생활은 활기차고 즐겁다. 이 책의 처음을 지하철에서 마주했는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개구리를 뭣보다 싫어하는 엄마를 놀린 엘리야가 엄마 아빠가 뱀을 넣은 쿠키 단지를 엘리야에게 주고 맛있는 쿠키 먹을 생각에 단지에 손을 넣었다가 뱀을 확인하고 멀리 달아나는 장면은 웃지 않을 수 없다. 돌팔매질로 잡은 물고기를 어의없게도 제파리야 목사에게 여섯마리를 빼앗기고 분해하는 장면, 친척 낳기 대회가 주는 교훈등도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요소들이다.
마치 전후 세대인 우리가 6.25전쟁의 참상을 전해듯고 막연히 상상하듯이 노예의 생활은 자유 흑인으로 태어난 엘리야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일 뿐이다. 그들은 부모의 이야기를 통해 잔혹한 노예 생활을 들었고, 죽음을 무릎쓰고 탈출하는 또다른 흑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생활일뿐이다. 그런 엘리야가, 겁많고 순진한 친구 엘리야가 모험을 겪게 된다. 함께 오지 못한 가족들을 위해 돈을 모으는 르로이씨가 가족을 찾기 위해 제파리야 목사에게 모든 돈을 주면서 일을 맡기지만 사기꾼 목사 제파리야는 그 돈을 들고 미국으로 건나가 도박판에 쏟아 붓는다. 사실을 안 르로이씨는 분개하며 엘리야와 함께 제파리야를 찾으러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넘어가고 르로이씨는 노예 사냥꾼이 판치는 그 곳에서 엘리야를 남겨둔채 어의없게 죽고만다. 가족을 꼭 데려와 달라는 르로이씨의 마지막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엘리야는 제파리야 목사라도 찾기 위해 혼자서 그가 있다는 마굿간으로 찾아가고 그 곳에서 노예 사냥꾼에게 잡힌 여섯명의 노예를 발견한다. 제파리야는 이미 죽었기에 르로이씨를 위한 복수는 접어도 됐지만 겁많고 순진한 엘리야는 비참하게 잡혀 있는 여섯명의 노예를 보고 엄마 아빠가 말했던 노예라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똑똑히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엘리야에게 스스로도 어쩌지 못할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클로에를 포함한 여섯명의 흑인 노예들과 자유의 땅 벅스톤으로 가고 싶지만 권총 한자루와 말 한필이 전부인 열살 소년에겐 힘이 부족하다.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노예 생활이 어떤 것인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들은 모두 거절한다. 클로에는 자신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고 자유로 빛나는 엘리야를 보면서 희망을 본다. 그리고 자신의 딸,호프를 엘리야에게 맡긴다. 엘리야는 호프를 안고 무사히 디트로이트를 빠져나와 벅스톤으로 돌아온다.
꽤 두꺼운 책이다. 처음 부분은 낄낄대며 즐겁게 읽다가 조금 지루함을 느낄때즘 르로이씨의 사건이 터지고 제파라야가 어떻게 됐을까가 궁금해서 책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가 곰을 잡는 개를 돌팔매질로 떼려 눕히고 호프를 구하는 엘리야에게 몰입했다. 사실 이 책에는 흑인 노예의 참상은 단 한줄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불쑥 불쑥 그들의 고달픈 삶이 느껴져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엘리야가 르로이씨와 대화중에 저도 모르게 검둥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가 과묵한 르로이씨가 분개하는 장면, 죽은 홀튼 부인의 남편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현판의 글귀. 클로에 일행을 보면서 어떻게든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엘리야, 클로에가 자신의 아이를 데려가 달라는 말을 완곡히 돌려서 제안하는 장면, 벅스톤으로 돌아가다 클로에의 제안을 그제서야 이해하고 클로에와 마찬가지로 완곡하게 돌려서 호프를 잘 키워주겠다고 말하는 엘리야의 모습등은 때로는 엄숙한 감동으로 때로는 벅찬 환희로 다가온다.
자유의 의미를 모르는 벅스톤 최초의 자유 흑인 엘리야가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를 배우는 이 책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가만한 웃음속에 자유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해준다. 새삼 예전 중학교 시절에 배운 노래 한곡이 떠오른다. 열몇살 사춘기 시절엔 그저 참 좋다라고만 느꼈던 이 노래의 가사가 엘리야를 만난 오늘은 의미깊게 다가온다. 희망이 없는 흑인 노예의 꿈같은 희망같아서 마음이 애잔해지는 노래라는걸 오늘에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