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평점 :
"때로 신들은 예정에 없던 휴가를 가기도 하고, 잠시 본분을 망각하기도 해. 그사이 비참한 사람들의 삶은 잠깐이나마 덜 비참해지지." p.67
세상은 아름답고도 위험해. 기쁘기도 슬프기도 해.
고마워할 줄 모르면서 베풀기도하고 아주, 아주 많은 것들로 가득해.
세상은 새롭고도 낡았지. 그치만 작기도 하고 세상은 가혹하면서도 친절해.
우리는 우리 모두는 그 안에 살고 있지. p.99
조니가 살고 있는 땅에서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딱 한 가지만은 살 수가 없는데, 그것은 바로 진정한 친구이다. p.152
<톰 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의 마크 트웨인이 사랑스러운 딸들에게 들려준 이야기. 수많은 동화 중 그가 유일하게 직접 기록한 이야기라는 말에나는 아름다운 동화를 상상했다.
모든 동화가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해 "왕자와 공주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야 하는건 아니지만 이 동화는 내가 상상한 동화와는 달리 많이 어두웠다.
돈과 현실적인 평안이 중요한 '이곳'에서 가난하고 배고프게 살아가는 조니는 유일한 가족 할아버지에게 매일 욕을 듣고, 유일한 친구는 '전염병과 기근'이라 부르는 닭 한마리 뿐이다. 어느날 할아버지는 유일한 친구를 팔아 먹을 걸 사오라고 시키고 시장에서 구걸하는 가여운 노파에게 자신의 친구를 건넨다. 노파는 고마움에 영원히 배가 고프지 않는 꽃이 피는 씨앗을 선물하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함께 묻은 씨앗에서 핀 꽃을 먹자 조니는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 생기는데.
동물들과 함께 가난하지만 우정과 진실한 친구가 중요한 '그곳'에서 살아가던 조니는 올레오마가린 왕자가 납치된 전단을 보게되고, 숲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목격한 동물들은 조니와 함께 왕자를 구하러 가는데.
마크 트웨인은 딸들에게 들려준 수많은 동화들 중 유일하게 이 이야기만 미완성인 채로 노트에 기록해 두었고 2011년 마크 트웨인 기록 보관소에서 발견된 미완성된 이야기를 작가 필립 스테드와 삽화가 에린 스테드의 손을 거쳐 아름다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다.
미완성의 작품. 어쩌면 누구도 읽어보지 못했을 이야기가 10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보다 동화같은 이야기가 또 있을까?
그리고 조금은 어두웠던 이 동화를 읽으면서 마크 트웨인은 돈과 현실적인 평안이 중요한 '이곳'에 남게 될 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던거 아닐까?
가혹하고도 친절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보다 진정한 친구이며, 그들을 만나게 되면 "너희들을 알게 되어서 정말 기뻐."라고 말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