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 래브라도 리트리버
40kg
14년간 존& 제니 그러건의 가족으로 마이애미에서
필라델피아까지 함께 생활함.
말리는 훌륭한 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착한 개라는 말도 못들었다. 밴시처럼 설치는 데다 황소처럼 기운이 셌다. 말리가 하도 요란스럽게 삶을 즐기는 바람에 녀석이 지나간 곳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같았다. 말리는 내가 아는 개 중 훈련소에서 쫒겨난 유일한 개다. 말리는 소파를 질겅질겅 씹었고, 방충망을 찢었으며, 쓰레기통을 엎는데는 선수였다. 지능으로 말하자면 죽는 날까지 제 꼬리를 물려고 뱅뱅 도는 수준이었다. 마치 개의 역사에 새 장을 열려고 작심한 개 같았다.
말리는 매일 매일을 끝었는 즐거움으로 채우는 것도 가르쳐주었고, 순간을 즐기는 것도 가르쳐주었으며,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도 가르쳐주었다. 일상의 단순한 즐거움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숲속의 산책, 첫눈 오는 날, 희미한 겨울 햇빛 속의 낮잠, 나이가 들고 쇠약해지는 과정에서 말리는 어려움 앞에서도 낙관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무엇보다도 말리는 우정과 헌신, 변함없는 충성심을 가르쳐주었다.
개에게는 멋진 차나 큰 집, 명품 옷 같은 것이 필요 없다. 신분을 나타내는 그 어떤 상징도 개에게는 무의미하다. 물에 흠뻑 젖은 막대기 하나면 충분하다. 개는 피부색이나 신념, 계층 등의 겉모습으로 다른 존재들을 판단하지 않는다. 오직 진정한 모습만으로 판단한다. 개는 어떤 사람이 부자인지 가난한지, 교육을 많이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 똑똑한지 우둔한지를 가리지 않는다. 개를 진심으로 대하면 개도 진심으로 따를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 하지만 훨씬 똑똑하고 잘난 인간들은 정작 삶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영화를 보고 또 다시 책을 보았다. 어떤 것을 먼저 보아도 실망하지 않으리라.
우리 삶에 정작 중요한 것은 어찌 보면 말리처럼 마음가는 데로 사는 것이 아닐까, 다르게 표현하면 물가는 데로 살자고,
존 그러건이 뭐하고 하든
마음에 드는 강아지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따라가서 확인하고
물가에서 신나게 뛰어놀며 ,
먹어도 먹어도 배가고파 쓰레기통을 훔치고 아이들의 음식을 몰래 훔쳐먹는 그런 말리처럼 말이다.
주인인 존을 신뢰했지만,
자신의 삶을 존의 삶으로 변하지도 않았고,
항상 기쁨속에 충실함으로 일관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