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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좀 도와줘 - 노무현 고백 에세이
노무현 지음 / 새터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책 중,
가장 오래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김영삼 집권 시절 지은 것으로, 당시 고인은 14대 총선에서 낙선하여 여의도에 '연구소' 간판을 내 걸고,
진보운동 등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 보겠다.
난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이 된다.
사람의 삶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이런 결론이 나기도 하고 저런 결론이 나기도 하지만
광의의 '정치'란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인간관계이다.
그러나
인간 노무현의 삶은
내가 생각하는 '정치적인 삶'과는 다른, 더 투쟁적이고 더 치열한..
매우 정치적인 삶이었다
그가 '정치인'이 된 후에는 당연하고 그 전에도
그리고 그 더 전에도..
진영 봉하마을에서 멱을 감던 시절도,
그리고 '양숙씨'와 연애하던 시절도..
그는 '정치적'이어서 그는 '정치'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나는 고인의 죽음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였던 사람도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한
모순된 현실이 안타까왔고
동시에
차라리 정치를 하지 않았으면 '좋은 인권변호사'로 힘든 말년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왜 정치를 했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정치를 할수밖에 없었던 그가 이해가 되려고 했다.
물론,
이 책은,
표지도 촌스럽고,
문단정열도 맞지 않았고,
맞춤법이 틀린 곳도 생각보다 많았다.
(이 책이 1990년대 중반에 출판되어 이제까지 10년이 넘게 재판에 또 재판을 찍어내면서 피드백을 받았을법한데도
오타가 그대로인 걸 보면 고인의 원본 원고 그대로를 살리려고 한 출판사의 '전략'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어린시절 이야기, 연애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사시 이야기, 정치입문 이야기 등등 산만한 느낌도 있다.
그러나
솔직한 이야기의 흐름이 심지어 순진하기까지 하고,
대담한 표현이 심지어 시원하기까지 하다.
죽어야,
자신의 신념이나 자취가 제대로 평가받는 씁쓸한 시대에 사는 우리가,
이미 고인이 된 전(前) 대통령을 기리면서,
한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