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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동안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
라비니야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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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회사에서는 연차만큼의 몫을 그럭저럭 해내는데, 퇴근하고 거울 앞에 서면 여전히 서툴고 불안한 얼굴이 있어요. 그 간극이 요즘 부쩍 크게 느껴졌습니다. 감정을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몰라 서점을 서성이다가 《쓰는 동안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를 집어 들었어요.


처음엔 작법서인 줄 알았습니다. 문장 잘 쓰는 법 같은 걸 알려주겠거니 했죠. 그런데 아니었어요. 백지 앞에 앉아 자기 안의 것들을 하나씩 꺼내놓는 기록에 가까웠습니다. 잘 쓰는 이야기가 아니라, 쓰다 보니 자기가 조금 달라졌더라는 이야기요.


오래 머문 대목은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그냥 적어보라는 부분이었어요. 머릿속에서만 맴돌 때는 그게 나를 통째로 삼킬 것처럼 크거든요. 근데 종이에 적고 나면 그냥 몇 줄짜리 글자가 되어 있더라는 거예요. 저도 예전에 새벽에 잠이 안 와서 노트에 뭔가 갈겨쓴 적이 있는데, 아침에 다시 보니 별것 아니어서 좀 민망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게 이런 원리였구나 싶었어요.


실수한 날들을 적으면서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대목도 한참 붙잡고 있었어요. 남이 해주는 위로는 듣는 순간엔 고마운데 돌아서면 흩어지잖아요. 내가 나한테 쓴 문장은 좀 다르더라고요.


읽으면서 뜨끔했던 건 저는 늘 누가 볼 걸 전제로 썼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기조차도요. 나중에 누가 읽으면 어떡하지 싶어서 감정을 반쯤 접어 적었거든요. 그러니 남는 게 없었죠.


그날 밤 오랜만에 노트를 폈습니다. 대단한 걸 쓴 건 아니고 그냥 요즘 힘들다고 몇 줄 적었어요. 다 쓰고 나서도 달라진 건 없었는데, 이상하게 잠은 좀 잘 왔습니다.


여전히 저는 어른이 된 것 같지 않아요. 다만 흔들리는 걸 숨기려 애쓰는 시간이 조금 줄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부서지고 다시 이어 붙이면서 사는 거, 그게 원래 어른의 모양일지도 모르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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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부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쟁취된다 - 신 국부론 ㅣ 불후의 명작 1
애덤 스미스 지음 / 에버필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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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뉴스를 볼 때마다 이유 모를 불안에 쫓기는 날이 많았어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제 통장은 제자리고, 다들 뭔가 아는 눈치인데 저만 모르는 것 같고요. 그러다 문득 이 판이 대체 어떤 원리로 굴러가는 건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집어 든 게 애덤 스미스였어요. 딱히 답을 기대했다기보다는, 뭐라도 붙잡고 싶었던 쪽에 가까웠죠.


저는 이 사람을 무한 경쟁의 원흉쯤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각자 이기심대로 살면 알아서 굴러간다고 말한 사람. 그런데 읽어보니 원래 도덕 철학자였고, 인간이 왜 남의 처지에 마음을 쓰는지를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더라고요.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건 정육점 주인의 자비 덕분이 아니라 그가 돈을 벌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는 문장도, 냉소라기보다 관찰처럼 읽혔어요. 인간이 원래 이렇게 생겼으니 이걸 전제로 사회를 짜자는 이야기에 가까웠습니다.


오래 붙잡고 있었던 건 핀 공장 대목이었어요. 혼자 만들면 하루에 스무 개도 벅찬데 공정을 열여덟 단계로 쪼개면 수천 개가 나온다는 이야기요. 처음엔 그냥 생산성 얘긴가 했는데, 읽다 보니 제 회사가 떠올랐습니다. 저도 그 열여덟 단계 중 하나를 맡고 있는 셈이잖아요. 제가 만드는 게 뭔지 잘 모른 채로 하루를 채우는 기분이 왜 드는지, 그 이유를 여기서 본 것 같았어요.


의외였던 건 담합과 독점을 향한 서늘한 경계였습니다. 시장을 옹호한 사람이 정작 시장 안의 사람들을 가장 의심하고 있더군요. 자유롭게 두라는 말이 아무렇게나 두라는 뜻은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읽고 나서 제 통장이 달라지진 않았어요. 이번 달에 얼마를 벌 수 있는지도 여전히 모릅니다. 다만 뉴스를 볼 때 예전보다 덜 놀라게 된 건 있어요. 숫자 하나에 심장이 내려앉기 전에, 이게 어떤 흐름의 한 조각인지를 먼저 헤아려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여전히 경제를 잘 모릅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모른다는 사실에 예전만큼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예요. 차트를 들여다본 한 시간보다 사람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생각한 한 시간이 더 오래 남을 때도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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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을 포기할 때 삶은 가벼워진다 ㅣ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1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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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마다 오늘 하루는 실수 없이 넘겨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굳는 날이 많았어요. 그러고 나면 퇴근할 즈음엔 어김없이 파김치가 되어 있었죠. 그렇게 방전된 채로 서점을 서성이다가 몽테뉴의 《완벽을 포기할 때 삶은 가벼워진다》를 집어 들었습니다. 제목이 꼭 저한테 하는 말 같았거든요.


몽테뉴라고 하면 16세기 프랑스 철학자라는 수식어 탓에 고리타분한 훈계가 가득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사람, 관직을 내려놓고 성에 틀어박혀서 한 일이 고작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거창한 진리는 안 나옵니다. 대신 자기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어제 한 말을 오늘 어떻게 뒤집는지를 시시콜콜 적어놨어요.


오래 머문 건 인간이 원래 흔들리고 실수하는 존재라고 말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참고 견디라는 게 아니라, 그게 본래 생긴 모양이라는 투로요. 죽음이나 병 이야기를 하면서도 억지로 의연한 척을 안 해요. 무섭다고,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그냥 씁니다. 수백 년 전 사람인데 그 솔직함이 이상하게 낯설지 않더군요.


읽는 내내 좀 이상했어요. 저는 여태 흔들리는 걸 고쳐야 할 결함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매일 아침 오늘은 안 흔들리겠다고 다짐하고, 저녁이면 실패했다고 자책하고. 근데 몽테뉴는 흔들리는 게 사람이라고 하니까, 그동안 제가 뭘 고치려고 그렇게 애를 썼나 싶더라고요.


책을 덮고 나서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여전히 실수하면 속이 쓰리고, 마감 앞두고는 예민해집니다. 다만 그럴 때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시간이 조금 짧아진 것 같긴 해요. 어차피 계획대로 흘러가는 하루는 거의 없고, 저는 매일 조금씩 삐걱대면서도 어쨌든 출근은 하고 있으니까요.


어깨에 힘을 좀 빼는 것. 대단한 깨달음은 아닌데, 요즘 저한테는 그 정도가 딱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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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 던져졌다 - 모든 것을 잃을 각오가 모든 것을 얻게 한다 ㅣ 리더의 서재 1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음 / 프라임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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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놓고 밤잠을 설친 날이 꽤 많았어요. 어느 쪽이 정답인지 몰라 머릿속이 계속 복잡하던 차에 책장에서 카이사르의 《주사위는 던져졌다》를 꺼내 들었죠. 사실 큰 기대는 없었어요. 역사 고전이라고 하면 시대 배경도 낯설고 문장도 딱딱해서 몇 장 넘기다 덮게 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의외였던 건 서술 방식이었습니다. 카이사르는 로마 최고의 권력자였는데도 자기 이야기를 3인칭으로 씁니다. 자신의 실수나 패배 직전의 위기까지 남 이야기하듯 건조하게 적어 내려가더라고요. 처음엔 낯설었는데 읽다 보니 그게 이 사람의 태도구나 싶었어요. 감정에 휩쓸리지도, 구차하게 변명하지도 않고 상황을 끝까지 붙잡고 있으려는 마음 같은 것.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건 루비콘강 대목이에요. 책 제목이 된 그 말이 나오는 순간이죠. 반역자로 몰릴 걸 뻔히 알면서 강을 건너라 명령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습니다. 이 사람이라고 확신이 있었을까 싶더라고요. 계산이 끝나서 건넌 게 아니라, 계산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건넌 것에 가까워 보였어요.


갈리아 원정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병력은 부족한데 지형이며 적의 심리를 읽어서 판을 뒤집는 대목들이요. 뭔가 대단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라 보이는 조건을 끝까지 다 활용한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이 제 고민에 답을 준 건 아니에요. 다만 읽는 내내 한 가지가 계속 걸렸습니다. 저는 그동안 모든 변수를 다 계산하면 언젠가 정답이 나올 거라 믿고 있었더라고요. 근데 이 사람은 계산이 안 끝난 채로 강을 건넜고, 그 이후를 감당했어요. 결정이란 게 원래 확신이 선 다음에 하는 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그 생각이 남았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고민이 사라지진 않았어요. 다만 조금 가벼워지긴 했습니다. 아직도 밤에 뒤척이긴 하는데, 이제는 정답을 찾느라 뒤척인다기보다 언제 던질지를 재고 있는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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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심리학 : 심리 조종의 기술 - 사람의 행동과 선택을 내 뜻대로 이끄는 은밀한 전략 ㅣ 다크 심리학 1
다크 인사이트 지음 / 다크인사이트스튜디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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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인사이트의 『다크 심리학 : 심리 조종의 기술』은 인간관계 속에 숨어 있는 힘의 작동 방식을 꽤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라, 읽는 내내 여러 번 멈춰서 내 관계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어요. 그냥 “무서운 기술 모음집”이라기보다, 왜 어떤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끌리고, 왜 어떤 상황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끌려가기만 했는지 그 구조를 이해하게 해 주는 느낌에 더 가까웠어요.


책에서는 가스라이팅, 러브밤핑, 간헐적 보상 같은 심리 조작 기법들을 실제 인간관계 안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꽤 현실적인 예와 함께 풀어줘서, 추상적인 심리학 용어들이 생활 언어로 번역되는 느낌이 들어요. 읽다 보면 “이거 드라마 얘기가 아니라, 내 주변에도 있던 패턴이었네” 하는 순간들이 한두 번씩은 꼭 오더라고요. 단순히 “나쁜 사람들의 수법”을 나열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런 기술들이 사람의 인정 욕구, 소속 욕구, 안전 욕구 같은 지점을 어떻게 찌르는지까지 짚어줘서, 예전에 당했던 일들이 퍼즐 맞춰지듯 정리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고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이 책이 기본적으로 “먼저 나를 지키는 법, 그다음에 활용”이라는 방향을 잡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읽으면서도 “이걸 어디다 써먹지?” 하는 묘한 죄책감보다는, “아, 이런 패턴은 미리 알아두고 거리를 둬야겠다”라는 방어적인 태도가 먼저 생기더라고요. 또 인간관계를 무조건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으로만 보지 않고, 원래 관계 안에는 크고 작은 힘의 게임이 깔려 있다는 걸 솔직하게 인정하게 만드는 점도 좋았어요. 평소에 “조금 더 참으면,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쪽에 가까운 편이라, 이 시각 전환이 꽤 크게 와닿았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읽다 보니, 사람의 주의를 끌고 유지하는 심리 트리거 이야기가 유독 눈에 들어왔어요. 유튜브 썸네일이나 제목, 영상 도입부를 어떻게 짜야 하는지도 결국 사람의 불안, 호기심, 소속감 같은 걸 건드리는 작업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됐다고 할까요. 동시에, 자극적인 문구나 불안만 키우는 메시지를 쓰고 싶어질 때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설득이 아니라 조작이 되겠다”라는 선이 떠올라서, 앞으로는 기획할 때 그 경계선을 좀 더 의식적으로 보게 될 것 같았어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책 특성상 기술·전략 위주로 정리가 되어 있어서, 어떤 부분은 마치 ‘심리 무기 카탈로그’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이미 조작적 관계를 겪어 본 사람이라면, 읽으면서 예전 상황이 떠올라 마음이 다시 불편해질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아, 그때 그 사람이 딱 이걸 쓰고 있었던 거구나…” 하고 뒤늦게 깨닫는 순간이 오면, 화도 나고 허탈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이 책은 “나도 이렇게 사람 좀 굴려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읽기보다는, “더 이상 이런 패턴에 당하지 않으려고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읽는 게 훨씬 건강한 것 같아요. 그런 태도로 읽으면, 남을 조종하는 기술서라기보다는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고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어두운 면의 해설서’에 더 가깝게 느껴져요. 직장, 가족, 연애 관계에서 늘 양보만 하다가 이상하게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던 사람이거나, 심리학 이론을 좋아하지만 현실 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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