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덤더디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0
이향안 지음, 김동성 그림 / 시공주니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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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를 직접 겪지 않은 세대라서

전쟁의 참혹함을 진짜로 안다고 할 수는 없겠죠.

더구나 아이들은 할아버지나 증조할머니께 전해들었다고 해도, 더욱 몰랐을 아픈 기억.

그 여름에 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민족의 아픔을 이해해봅니다.

 

외골이라는 아주 시골 마을.

막둥이로 태어난 탁이는 할머니 같은 엄마보다

예쁜 형수를 더 따랐고, 함께 국어책 읽는 게 좋았어요.

 

평화롭고 느긋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나라에 전쟁이 터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설마.... 해방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전쟁이고, 전쟁이...

하지만, 설마는 현실이 되었고,

탁이네 가족은 늙은 부모님을 모시고 부산까지

갈 수 없어서 가까운 골짜기 한수골로 피난을 갑니다.

 

전쟁은 점점 피부로 와 닿았습니다.

피난길에 식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양곡창고에서 몸싸움을 벌였고,

곡식을 훔쳐가는 인민군인 줄 알고, 국군이 사람들을 향해 폭격을 해서 간신히 살아왔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폭격에 임신 중인 형수는 아이를 잃고 온 가족은 슬픔에 빠졌어요.

 

고향 마을은 이미 전투가 벌어져서 마을들이 불 타 돌아갈 수도 없고,

가족들은 더욱 시골인 형수의 고향, 곰주골로 피난을 떠났습니다.

가는 길에 만난, 인민군은 늑대처럼 생긴 빨갱이가 아니었어요.

앳된 청년은 무리에서 떨어져 밥도 굶고 행색이 말이 아니었죠.

저 역시 어릴때, 반공사상을 투철하게(?) 교육 받은 탓에,

'빨갱이=사람이 아닌 늑대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러한 편견을 깨주는 장면이에요.

 

어렵게 도착한 곰주골.

사돈댁에 머무르며 지내던 어느날,

이 마을에도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온 탓에 식량이 떨어져 하루 한끼도 버거워졌어요.

아버지는 가족이라 생각하는 덤더디(소)를 잡아먹자고 제안을 합니다.

 

젊을 때부터 가족을 위해 일 해 왔고,

탁이가 국어책을 읽으면, 말을 알아듣고 웃기도 하는 덤더디를 탁이는 먹을 수가 없었어요.

밤중에 도망가게 쫓았지만, 결국 마을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게 되었지요.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형수, 탁이는 음식을 입에 대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탁이는 끙끙 앓다가 사흘 만에 눈을 떴지요.

 

끝날 것 같지 않은 여름이 끝날 무렵,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집으로 돌아왔어요.

땅 속에 묻은 곡식은 이미 누군가 가져갔고,

집도, 옷도, 살림살이도 모두 타서 망연자실한 순간.

유일하게 타지 않은 탁이의 국어책을 발견하고, '욕심 많은 개'이야기를 읽어달라고 재촉합니다.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어서 그런 것처럼

가족들은 탁이의 국어책 읽는 소리를 핑계 삼아


웃습니다.

웃어야지요.

살 날이 더 많잖아요.

 

저도 읽으면서 '덤더디도 살아서 같이 돌아가겠지? 설마.. 죽기야...'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것들을 잃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 대한민국.

전쟁을 겪은 분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통일의 기쁨으로, 큰 상처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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