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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작은 정원들 - 무너진 나를 다시 세우는 골목 정원 이야기
최윤선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 제공 도서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서울대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다는
작가의 이력을 듣고 보니 산림치유지도사까지 못해도
휴식과 치유가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식물들의 생존 전략을 차근히 얘기해주셨으나
작가님 역시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식물을 찾고 치유의 길로 들어섰나보다.
어쩌다 눈에 들어온 활짝 핀 꽃들이나
매일 지나쳤지만 어느 순간 들어오는
곱게 물든 단풍들에나 눈길을 주었을 텐데,
작가의 눈에 띄어 이리 하나하나 정성스레
사연을 입혀 주었으니, 이 꽃과 나무들은 복 받았다.
"애틋하게 키워 온 초록 잎을 떨어뜨리는 것은
포기가 아니고, 본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나무만의 지혜로운 단절이자 가장 전략적인 비움입니다"
항아리 안에 바나나를 움켜쥐고
꺼내지 못하는 원숭이처럼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과의 관계를
과감하게 끊어내는 '마음의 떨켜'가 필요하다.

요사이 동네에서 많이 보이는 화살나무.
봄의 새순은 나물로 먹을만큼 여리지만
날카로운 날개로 제몸을 지키고 있었구나.
한두 장씩 붉게 물들기 시작했던데,
올 가을에는 더 다정한 눈으로 감탄해줘야지.

겨울의 은행나무를 보면 끝이 둥글어서
마치 꼬마 전구를 달아놓은 것 같았는데,
겨울눈이 아니고 자라다가 멈춘 '단지'구나.
환경이 척박하고 에너지를 아껴야할 때에
무리해서 몸집을 불리지 않고 기다리는 거였어.
그래,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지.
느려도 멈추지 않고 나갈 수 있는게 우선이야.

'털독말풀'이라는 낯선이름.
낮에는 양산을 접은 것처럼 도르르 말려있고
밤이 되어서야 활짝 피는 예쁜 꽃인데,
밤에 나방을 불러들이는 전략이다.
그래, 우리들도 꼭 같은 시간에 필 수 없지.
조바심 내지 말고 각자의 시간에
각자의 방식으로 피어나면 되는거야.
"마음이 건네는 초록 처방전"
이라는 문구가 참 마음에 와닿는다.
자연은 그냥 보기만 해도 너그러워지고
급한 마음을 가라앉혀주며 평화로워지는데
작가님 덕분에 봄이 더 기다려진다.
어서 나가서 들려주셨던 그 꽃들을 만나고 싶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