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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사전 -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며 때로는 유머러스한 사물들의 이야기
홍성윤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평점 :

이 책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났다.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주면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되겠다는 그 시.
우리가 흔하게 사용을 하면서도
'그거'로 부르던 물건들에도 이름이 있었고,
유래와 이름을 알고 나니까 더 고맙게 느껴진다.

지난주 친정집 짐정리를 도와드렸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에 쌓인 먼지들.
아깝지만 이제는 버려야 할 것들을 정리했는데,
그 중에서 쟁반이라고 하기에는 깊고,
금속으로 된 네모난 물건이 있었다.
이게 뭐예요?
밧드.
신밧드도 아니고 바뜨? 밧드?
이름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맞았다.
육류, 채소 등 재료의 수분을 제거 할 때
밧드망과 함께 사용하는 물건이다.

전봇대 끝에 회오리 감자처럼 생긴 물건은
뚱딴지 혹은 애자 라고 부른다.
전기가 흐르는 것을 막는 장치라서
'거리낄 애'자를 쓴 단어이지만,
어감이 좋지 않아서 뚱딴지로 많이 쓰인다.
그나마도 요즘엔 전선을 땅에 묻기 때문에 점점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신호등 기다릴 때
그냥 두지 못하고 자꾸 올라가려는 그것은
'길말뚝' '볼라드' 라고 한다.
선박이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밧줄로 고정할 때 쓰는 말뚝 이름은 '계선주'
방파제에 쌓인 거대 구조물은 '테트라포드'
이름은 몰랐지만, 중요한 물건들이 참 많다!!
겨울에 가로수를 감싼 볏짚은 '잠복수'
나무를 위한 옷이 아니었다.
월동을 위해 땅으로 내려갈 해충을
이 곳에서 겨울을 나게 한 뒤,
봄에 잠복수를 수거해서 함께 태워버렸던 것이다.
치사하지만 친환경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었는데,
요즘 도시엔 해충도 많지 않고 익충들도 같이 없앤다고 하여 평판이 좋지 않다.
사실 '그거' 이름을 안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그만큼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며 연구한다는 뜻이리라.
저건 뭐지? 왜 그렇게 되는 거지? 궁금한 것은 많았지만,
답을 못찾아 어느 순간 호기심이 꺼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작가님은 제조 회사, 사전, 특허 서류까지 뒤져가며 찾아서 알려주셨다.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아파트, 빌딩 옥상에 나무 혹은 먼지떨이처럼
생긴 구조물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2편 만드실 때 알려주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