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기른 어머니
고경숙 지음 / 해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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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부터 2년간 <여성동아>에 연재했던

"이 사람을 기른 어머니" 인터뷰 시리즈가 있었다.

최불암, 조우제, 박완서, 차범근 등 당시 19인의

각계 명사 어머니를 탐방 취재했던 원고를

바탕으로 보완하여 엮어 책으로 나온 것이다.


사실 명사로 소개된 인물들도 나의 부모님 연세 이상인데다가

그 분들의 어머님들은 거의 1900년대 초반생으로

말씀해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면 현실 같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제강점기와 6.25를 겪은 부모와 자녀.

그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각 분야의 명사가 되기까지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있었겠지만 당연히 부모님,

특히 어머님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보고,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돌아보게 된다.





요즘의 자녀교육서와 마찬가지로

자녀를 다그치지 말고 끈기있게 기다리라고 말한다.

더러 잘못되더라도 자녀 스스로 깨닫고 제 위치로 돌아설 때까지

어머니만이라도 참고 기다려주라고 하는데, 이게 정말 어렵다.


분명히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기다릴수 있을까.

이 어머님들은 정말 크게 다른 분들이다.





분가한 자녀를 위해 노년에

손자손녀를 육아해주는 현상은

요사이 생긴 것인 줄 알았는데,

영문학자 나영균, 화가 나희균의 어머니 배숙경 님은

딸이 결혼할 때부터 이미 '딸의 주부 자리를 대신'해주기로 결심하셨단다.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앞서가는 사상을 가지신 것 같다.

한 사람의 성공을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은

필수 불가결한 것인가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농구 선수 박찬숙씨의 어머니 인터뷰,

주말마다 빨래 보퉁이를 가져오고,

집밥을 먹으며 행복해한다는 대목에서

학생선수를 둔 사람으로서 동질감을 느꼈다.



책에 실린 명사들의 어머니는

나를 기준으로 보면 할머니 세대이고,

내 자녀들은 증손자 증손녀 세대가 된다.

세대는 바뀌었어도 자녀를 위하는 마음은 그대로다.


가는 줄기를 받쳐주어 받침대 없이는

한시도 살지 못하는 토마토처럼 기르지 말고,

때로는 냉정하고 무관심하게 하여 맘껏 거목처럼 클 수 있게 하라는

작가 이병주님의 어머니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거목을 돌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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