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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을 거니까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가나출판사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 3대 거짓말 중에 하나가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이라 했던가.
'곧 죽을 거니까'라는 말로 귀찮음을 합리화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일반적인 할배, 할매처럼 되는걸
지극히도 싫어한다. 10년 전의 그 사건,
'70대 초반으로 밖에 안보이세요'
이제 60대 후반이었던 주인공은
충격을 받고 그 뒤로 외모 가꾸기와
산책 등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게 되었고,
78세인 지금 소원대로 10년 젊게 보인다.
<코스모스>라는 잡지에 모델로도 실렸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보폭은 좁아져갔고
조금만 무리해도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갑작스럽게 죽었고,
고등학교 동창 친구는 만난지 6개월만에 치매에 걸렸다.
병문안을 갔던 친구와 주인공은,
차라리 모든 걸 모르는게 나을거라 생각한다.
군데군데 기억이 돌아오면 오히려 힘드니까.
노년이 선사한 선물은 너무도 잔인하다.
내 건강에 대한 노쇠와 가까운 이들의 질병, 죽음을 맞이해야하니까....
그렇다고 책의 전체적 분위기가 어두운 건 아니다.
주인공의 속엣말은, 속시원하기도 하고 재밌으며,
장을 넘길수록 주인공 내면의 성장이 눈에 보여 흐뭇하다.
젊은 시절 아둥바둥 살아온 세월이 있었고,
후기 노령자이기에 가질 수 있는 마음가짐, 여유.
노화를 자기 방치로 이어가지 않고,
'쇠퇴'를 받아들임으로서 삶이 달라졌다.

작가가 실제로 70대이기에 심리적인 것과
삶의 사건들을 더 깊고 실감나게 다룬 것 같다.
주인공의 남편이 죽은 장면은 슬펐고,
그 이후에도 내내 눈물이 고인 채 읽었다.
슬퍼서가 아니다. 주인공은 밝았고 적극적이며
통쾌했고, 명석했다. 하지만, 왠지 눈물이 고였다.
나에게도 닥칠 것이고, 부모님이 겪고 계신 노년기라 그렇겠지.
오랜만에 읽은 장편소설. 강추!!
나도 10년 젊게 살아보리라
작은 결심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