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아나톨이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좋은가장, 좋은 직업인.. 등에 적합했는지
그의 인생을 들추어 판단하고 있어요.
그런데 가장 큰 잘못은 자신에 대한 죄라고 합니다.
자신의 재능(연극인이 되는)을 쓰지 않고 판사가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죄라는 거예요.
자신의 재능을 살리지 못한 것이 중죄인가?
사실, 저를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알지 못하고 주어진대로 살거나,
살기 위해 직업을 갖기도 하는게 그게 죄라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재판이 너무 억지라고 생각들었어요.
하지만,
연필이 자신의 존재 목적대로 글을 쓰고 그리기 대신,
누군가를 찌르는데 쓴다면 그것은 죄가 될 것이고,
칼이 종이를 자르고 과일을 깎는 대신
흉기로 쓰인다면 죄가 되니까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이것이 너무 극단적이니까 다르게 생각해볼게요.
책을 읽고 지혜를 얻는 것 대신 냄비 받침으로 쓰거나
옷을 예쁘게 입거나 추울 때 따뜻하게 입지 않고,
장롱 구석에 박아두고 썩힌다면 그건 자원낭비겠죠.
이렇게 생각해봐도 재능을 살리지 못한 것을
중죄로 한다는 건 좀 억울한 생각이 들어요.
아직 재능을 찾지 못한 저의 입장에서는 말이죠.
어쨌든, 인생을 마치고 심판을 받는다는 뻔한 구성이,
베르나르의 세계관으로 신박한 이야기가 되었어요.
짧은 연극 한 편 보듯 몰입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을 돌아보고, 출구까지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