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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랜드 - 사악한 돈, 야비한 돈, 은밀한 돈이 모이는 곳
올리버 벌로 지음, 박중서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7월
평점 :

'머니랜드' 이 책은 소설 책이 아니다.
세상에 이렇게 사악하고 야비하고 은밀한 이야기를
한꺼번에 다룬 영화나 소설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
이런 단어들이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존재했었다니
나는 그동안 너무 몰랐구나 싶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저지 섬, 네비스 섬... 등등
책 속에는, 조건이 좋은(?) 조세 피난처들이 나온다.
그 곳이 왜 그렇게 문제가 되는지 이제 감이 잡힌다.
누구나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한다.
보통 사람들도 그러한데, 극히 부유한 사람들은
더욱더 그러하고, 그 부를 어떻게 축적했는지도 비밀로 하고 싶고,
비밀이지만 소비도 하고 싶은 많은 욕구들이 만나서
머니랜드로 가는 길을 뚫어놓게 된 것이다.
자신의 자산을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굳이 어느 곳에 유령 회사를 세워서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귀찮은 일을 맡아서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기업이 있고,
그것도 엄청나게 많다. 특히 네비스 섬 같은 경우는
인구 1만 여 명이 살고 있는데, 법인 구조물만 1만 8000 여 개라고 한다.
이렇게 발 끝에 채일 정도로 많이 일어나고 있는 불법적인 일을,
그들은 규제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거기에서 수입이 나오니까.
우크라이나의 독재가 야누코비치의 경우를 봐도,
수장이 썩어가는 동안 나라의 공무원이든 관리자는,
어떤 건만 생겨도 무조건 달려들어 수익을 챙긴다.
한 질병에 대해 무상 지원을 해준다고 하면,
환자의 수를 부풀려서 한몫 챙기고, 그 질병 이외의 약은
구하기도 힘들고, 병원 진료를 볼 때도 뇌물이 일상이다.
이것은 뇌물을 주느냐, 안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뇌물을 주느냐, 내가 죽느냐(혹은 체포되느냐)의 문제다.
뇌물이 없으면 온갖 말도 안되는 조건을 걸어서 못살게 구는 것이다.
이런 부패가 만연한 곳이 한 나라가 아니라
세계 곳곳, 특히 극빈한 나라에서 더 하다고 하니 너무 안타깝다.
1944년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서
연합국 대표단이 만나서 달러화를 주축으로 삼지 않았다면,
통제되지 않는 돈의 흐름은 없었을까?
과연 머니랜드는 생기지 않았을까?
그건 확신할 수 없을 것 같다.
극한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부를 숨기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한,
지금과 다른 형태로 또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절망적인 이야기지만,
머니랜드는 현대에만 있었던게 아니라,
그 이전에서 다른 형태도 시도 되었었으니 말이다.
머니랜드는 나와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지만,
돌고 돌아서 결국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겠지.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이들이 알 수록
머니랜드의 땅이 점점 좁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