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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살인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8년 6월
평점 :
김별아 작가님 장편소설, 처음 읽어본다.
<구월의 살인> 제목과 특이한 질감의 표지,
새까만 바탕에 누르께하게 피어 그림자 드리운
얼굴 같은 꽃이 무성한 덕분에 더운 기묘한 느낌.
차례를 봐도 내용 짐작이 어렵다.
단락을 읽어봐야, 아~ 하고 깊은 뜻이 헤아려지는,,
소설의 내용처럼 책 자체도 기묘한 분위기가 있어서
무서운 느낌에 바로 책장이 펼쳐지지 못했다.
이 나이에 아직도 이렇게 겁이 많다니 소심쟁이^^;;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니 덮기가 아쉬울 정도로 흡입력 있다.
어려운 옛말들이 자꾸 길을 막지만,
따로 단어를 풀어주신 것과 어림짐작으로도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궁금한 것은 사전을 찾아보았는데,
옛말이라 구어로 표시될 줄 알았던 단어들이
생생하게 사전에 실려 있었다.!!!
국문과를 졸업했다해도 김별아작가님만큼
자유자재로, 그 말의 맛을 살려 쓰는 사람은 없으리라.
존경심을 함께 안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왜란, 호란을 겪으며 백성들이 배운건,
임금이든 관리든, 내가 살아야 한다는 것.
시대적 배경이 살짝 언급되며 주된 사건이 살짝 던져졌다.
그리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전방유의 이야기가 나온다.
...진실을 찾기 위해서라기보다 거짓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사실을 밝혀야 했다....
과거 공부에 연신 낙방만 하다가
겨우 얻는 한직에서 전방유는 재능을 찾았다.
남들이 다 꺼리는 법의학자 혹은 과학수사관 같은 자리.
죽은자의 말을 듣기 위한 그의 냉철함과 침착함이
그를 놀려먹던 사람들의 태도도 바꾸었다.
...점차로 전방유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죽은 작의 말에 귀를 기울여 진실을 찾아왔는데,
이번 살인사건은 진범을 잡았어도
잡히지 않은 무엇이 있는 듯
답답했다.
혹독한 고문에 정신줄을 놓다보면
실언이라도 자백을 하게 마련인데,
구월은 끝까지 단독 범행을 주장했고,
김태길(죽은자)의 노비가 아니란 말만 했다.
노비, 신분, 탐욕,,, 이런 것들이
이 사건의 배경이고 원인이 되었다.
공노와 사노의 차이가 이렇게 컸을 줄이야.
노비는 사람 수로 세지 않고 동물처럼 세었다니,
그들의 고충은 말로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등장한 살인사건.
전말이 밝혀지지 않은 그 사건 사이에 이런 상상력을
불어 넣어, 생생하게 살아 있게 만들 수 있다니 놀랍다.
...무섭고 어둡고 지독한 상상 속 그는
죽은 채로 죽지 못하고 그곳에 있었다...
나라의 혼란 끝, 신분제 양끝, 자유와 구속,
우아한 복수.... 오래토록 여운이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