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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류근 지음 / 해냄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한 토막 외엔
에세이를 읽어본 건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읽었을 수도 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더구나 '류근'이라는 작가 이름도 생소해서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앞날개를 펼쳐봤다.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는 노래의 노랫말을 썼고,
광석이 형이라고 부른 것을 보면 옛날 사람(이라고 하면 화를 내시겠지만,
나도 약간 옛날 사람^^;;)인 것 같은데 거침없이 마음을 표현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진짜 아픈 것은 속으로 삭이고 껍데기만 거칠게 나온 것 같기도 하다)
페이스북을 즐기는 것을 보면 또 요즘 사람 같은 알쏭달쏭한 인물의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뷔 후 18년 동안이나 작품 발표를 하지 않다가
2010년, 2016년 시집을 띄엄띄엄 출간 한 것을 보니
시인은 시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슬프고 상처가 많은가보다.
(최근 김소월님의 인생과 그의 시에 대해 읽고 난 뒤 시인이 달리 보이는 중이다.)
다섯 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누군가의 일기장을 통째로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읽고 난 뒤, 시바,, 조낸... 뭐 이런 단어가 제일 기억에 남지만,
그 안에 담긴 웃음, 슬픔, 여러 감정도 느껴진다.
특히 애완견 들비에 대한 이야기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
그리고 작가가 들비를 얼마나 아끼는지도 알게 했고.
때론 길게 때론 짧게 쓰인 류근의 산문집은
생각날 때마다, 혹은 이건 꼭 남기고 싶다~하는
메모나 일기들을 몇 년 동안 모아 둔 추억 상자 같다.
<증오와 경멸> 을 보며, 나는 어땠나 반성도 해보고,
새해 벽두부터 슈퍼 안주인 꿈에서 쏘다녔다는 이야기에선 한참 웃었다.
<측근의 위치>는 그랬구나.
그래..맞아. 내가 관심도 두지 않고,
그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상처 받는 일은 없었어. 그리고 측근일수록 감정도 깊고.
흉 보는 것도 에너지 쓰는 일인데 말이다.ㅎ
아무렇게나 쉽게 얘기하는 것 같지만,
실상 심오한 뜻이 담긴 것 같다.
류근 님이 이 부분을 읽으시면,
<nothing>의 마지막 부분에 쓴 것 같은
말투로 그 대사를 읊으실시도 모르겠다.ㅋㅋ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읽어보면,
아끼는 물건도 아끼는 사람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건 너무 슬픈 인생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나보다.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른,
함부로 인생에 져주는 즐거움.
그 즐거움이 있는 인생을 위해
사람들은 울고 웃고 울고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