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바르트의 사진 - 비평적 조망
낸시 쇼크로스 지음, 조주연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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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롤랑 바르트의 사진론을 매끈하고 명쾌한 번역으로 읽을 수 있는 책. 책 말미의 옮긴 이의 해제 <비포 앤 애프트: 사진 이론의 약진과 롤랑 바르트>는 또한 바르트의 사진론을 미술계의 동향과 함께 폭넓게 다루고 있어 흥미롭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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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가 - 모두의 요가
이숙인.한진영 지음 / 나는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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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살아온 탓에 몸과 맘이 심하게 불화한 날들이 이어지다 작년에 한 공공센터에서 저자 한진영을 만났다. 아주 잠깐잠깐 만나 보았던 여느 요가 강사와는 뭔가 달라 보였다. 그녀로 인해 비로소 요가에 악수 정도를 할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물론 이전에 한 발짝도 진도가 안나갔던 건 전적으로 나의 게으름과 신체적 조건의 열악함(물론 전자가 크다) 탓이 큰 것을 알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그런 모든 장애를 넘어 한 발짝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나와 반대로 몸과 마음이 아주 친밀해 보이는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실어 나긋나긋하게 건네는 말들은 울림이 있었고 그 울림을 기꺼이 받아들이자 내게 위로가 되고 동력이 되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수강생 모두가 너무나 만족하고 선생님께 고마움과 애정을 넘치게 표현하곤 했던 공공센터의 요가수업은 아쉽게도 수강한 지 두 학기 만에 없어졌다. 좀 더 실용적인 프로그램들에 밀렸을 것이다. 이후엔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아직 맘에 드는 곳을 못 찾아 유튜브로 잠깐씩 따라 하고 있지만 이 정도도 얼마나 큰 발전인지!

목소리도 몸도 얼굴도 아름다운 그녀가 스승님과 함께 처음으로 책을 내게 되었다며 꽤 즐거워하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 찾아보니 이 책이 나와 있어 반가이, 궁금함과 기대를 품고 주문한다.

(표지는 좀 아쉽다. 내가 도와주면 좀 나아질 것 같은... 이 놈의 오지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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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는 책들이 버거워 팔아먹으려고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는 알라딘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한 순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이라는 타이틀이야말로 나의 현재 삶을 간단히 핵심적으로 지칭하고 있는 말들이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전자책 기미가 보이지 않는 책을 바로 주문하기까지 한 데에는 그 날의 상황도 한몫 하였을 것이다. 내키지 않는 약속을 앞두고 속으로 궁시렁대던 그 날의 나는, 결국 이 책으로 마음의 평안을 얻고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쁜 나의 오늘을 사랑하리라고 굳게 마음 먹게 되었으며, 삼 년하고 반 년 전쯤 떠나온 망원동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집주인이 넓은 정원이 있던 옆집을 사들여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고 당시 폭중했던 중국방문객들이 그 정원에서 밤새 삼겹살 파티를 하면서 수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여전히 망원동을 이 책의 저자처럼 어슬렁 어슬렁 산책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난 후 어딘가에선, 이 책을 추천한 누구처럼 이 매력적인 저자를 만날 수 있을까하여 두리번 거리고 있었을 지도.  나도 그 풍경을 만드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사년 째 쓰고 있는 내 아이폰처럼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에 산뜻하고 가벼운 책 속엔 역시나 공감 백배의 이야기들로 빼곡하다. 전혀 모르는 낯선 이의 이야기가 이렇게도 친근하고 다정하게, 바로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는 건, 그런 책을 만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공감이 폭발했던 대목중 하나는, 단어, 특히 고유명사가 생각나지 않는 증상을 야콥슨의 분류에 따라 선택의 축이 무너지는 "유사성 장애"로 풀면서 덧붙이는 말들이다.

"나는 <언어의 두 측면과 실어증의 두 가지 유형>을 그렇게 이해했다. 그러니까 나는 보편적이고 경미한 '유사성 장애'를 앓고 있는 중인 셈이다.
또래의 지인들, 친구들끼리 만나면 우리는 우리의 신체에 찾아온 비슷한 장애로 더욱 돈독해지곤 한다. 그리하여 언어의 장애를 넘어서는 거의 초능력에 가까운 인접성의 유추로 결속한다. 이를테면 "저기, 거기 사는 그이가 있잖아, 그랬다는데 글쎄 ", "진짜야? 그래서 어떻게 됐대" 뭐 이 따위의 어처구니 없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드는 유사상 장애 연대가 결성된다고 해야할까."


"선택의 축이 삐걱거리고 있지만 결합의 축에 기대를 걸어 볼 여지는 아직 남아 있지 않을까. "낱말의 맥락에 덜 의존할 수록 인접성 실어증 환자의 발화에서는 고집만 강해지는 반면, 유사성 장애를 가진 환자는 발화를 일찍 포기한다. " 나는 이 문장을 천재 언어학자 야콥슨의 유머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접성조차 잃으면 고집불통 영감탱이가 되는 거야. 유사성 초기에는 말을 아끼고 더듬고 망설이지만, 인접성 장애에 들어서면 그는 자기가 하려는 말의 진의나 말을 듣는 상대와 상관없이 고집만 강해진다." -p088

(음 이렇게 옮기고 보니 그날의 자리가 그렇게 불편했는 지가 이해된다. 말을 아끼거나 더듬거나 망설이는 법이 없는 일방적인 말들이 비싼 참치회와 마찬가지로 왜 그렇게 소화가 안되었는 지.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아침의 피아노>도 건너뛸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작고하신 김진영 선생이 2017년 7월 암 선고를 받은 후부터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기록한 짧은 글들을 모은 것이다.  아담하고 깔끔한 양장본의 책은 생전에 딱 한 번 뵈었던 선생의 모습을 상기시켜준다. (잠시 일했던 일터에서 선생의 강의를 진행했었다.)

철학자로서의 자신의 삶의 한계는 비교적 평탄하고 부유했던, 그리하여 안온했던 환경, 처지에 있는 것 같다던 선생의 이야기가 이 책의 제목과 외양에 겹쳐지는 건 아무래도 나의 오바일 것이다. 지금 여기의 가난한 나의 삶을 긍정한다 하더라도, 이 생을 떠날 때엔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집에서, 베란다 밖 풍경을 내려다 보며 (피아노와 베란다가 있어야할 것이다.) 지난 삶을 성찰할 수 있었으면 하는 욕망이 내게 내재해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반가운 책이다. 선생의 벤야민 강의나 바르트 강의도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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