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감각 -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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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에 맞는 글쓰기 지침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스티븐 핑커가 쓴 책이다. 그는 ‘논픽션, 그중에서도 특히 명료함과 일관성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장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서론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책에 관심이 있는 예비 독자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아, 물론 그의 조언이 어느 한 분야에만 좁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포인트는 역시 논픽션 쪽에 있다. 


스티븐 핑커는 제목의 ‘감각’을  두 가지의 의미로 사용하는데 하나는 잘 씌어진 글을 이해할 줄 아는 능력, 다른 하나는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시시콜콜한 규칙들을 글의 질을 높여주는 타당한 원칙들과 구별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첫 장은 곧장 다른 작가들의 글을 분석하며 시작한다. 글쓰기 관련 책을 꽤나 읽었는데 이런 구성은 좀 파격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나 역시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있는 것처럼’ 쓴 글을 좋아하는 독자라서 잘 쓴 글에 관한 분석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리고 이 1장은 앞으로 이 책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예고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많은 분량을 엄청난 양의 예문에 할애해 ‘감각’은 이렇게 길러야 하는 것이다!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방법론으로 ‘고전적 스타일’을 제시한다. 이어진 장에서 ‘글쓴이가 자신이 아는 것을 모르는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지 못하는데서 오는’ 지식의 저주에 관해 썼다. 3장의 어떤 부분에서는 고전적 글쓰기의 어떤 부분과 모순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으나 역시 의도한 역설이었다. 그래서 2장과 3장은 역설적이면서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고전적 스타일을 제안하면서 생기없는 글을 쓰게 만드는 못된 버릇들도 하나하나 짚어주는데 못된 버릇들이 이렇게나 많아? 하고 놀랐다. 저자는 그걸 또 매우 꼼꼼하게 보여준다. 이런 습관만 바로잡아도 잘 쓴 글이 나올 수밖에 없겠군.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책을 읽은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글쓰기 지침서라는 장르에도 불구하고 엄청 활발한 토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불현듯 아, 맞다,  ‘명료함과 일관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장르’에 초점을 맞춘다고 했지! 하고 서론을 떠올렸다. 

(삐딱선 잘 타는 인간이라서 그런가 이런 장르로 토론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여전하다.책을 읽고 나서 각자  ‘잘 쓴 글’의 예시가 될만한 책들을 언급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매우 동의하는 부분은 ‘무신경한 이정표’에 관한 것이다. 독자가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봄으로써 아끼는 수고보다 이정표 자체를 이해하느라 들이는 수고가 더 큰 무신경한 이정표’들을 나도 많이 봐왔지. 


자의식 과잉 글쓰기와 자꾸 말을 흐리는 것, 낡은 관용구에 기대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습관이 내가 가지고 있는 못된 버릇이다. 말을 흐리는 것(애매한 부사 쓰는 것 포함)은 의식하고 있었는데……=>이런 식.



2장과 3장은 여러 번 읽어야 할 것 같다.

나는 특히 이런 구절들을 유심히 읽었다. 

“고전적 스타일로 쓰는 작가는 두 가지 경험을 ‘가상으로’ 지어내야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독자에게 보여 주는 경험과 독자를 대화로 끌어들이는 경험인데, 바로 이 경험들의 성격이 고전적 스타일의 형식을 결정짓는다.”

나는 후자의 경험, 독자를 대화로 끌어들이는 경험을 지어내는 것에 약한 편이니까. 이런 것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다. 


5장은 텍스트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역시 많은 예문을 들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4장과 6장은 영어글쓰기에 관한 장들은 내 깜냥으로 언급할 부분이 아니라 pass

이 장들에 대한 리뷰가 너무 궁금하긴 하다. 

그리고 2014년에 쓴 책인데 챗gpt 녀석이 영어 글쓰기 할 때 이런 조언들까지 냉큼 받아들여 공부했을까….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


일독만 한 상태여서 이 책의 좋은 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지만, 명료함과 일관성에 관한 감각을 기르고 ‘자신만의 편협한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헤아리는’ 글을 쓰려는 사람들, 논픽션 글쓰기에 관한 구체적인 조언을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지식공동체 그믐에서 서평단 지원을 했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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