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사랑과 사회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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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의 '트렁크'를 읽고 강열한 느낌을 받아 주저않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 단편 안에는 도발하는 여성들이 가득하다. 남성중심의 사회에 배척당하지 않도록 자신을 무장하고, 겉으로는 순응하는 척하지만 내심 살인적인 도발을 품은 여성들. 더이상 남성중심 사회에 억눌려 주저앉아 울지는 않지만, 씩씩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단지 사회에 의해 자신의 길들임이라는 사실에서, 더이상 낭만을 바라지는 않지만 낭만에 대한 꿈까지 저버리지는 않았다는 사실에서, 이 도발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한숨어 뒷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뒷맛이 쓸쓸하다.

솔직히 30대 중반의 나이에 읽은 이 소설은 '지금 현재의 20대 초반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모습은 이토록 각박할까' 하는 생각이 몰입보다 앞섰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는 공선옥의 소설에 나오는 주저앉아 우는 여성들의 모습이 더 익숙한데 오히려 그렇게 자신을 속이지 않고, 위장하지 않고 터뜨려버리는 감정을 가진 여자들의 모습이 훨씬 개운했다. 그런 점에서 정이현의 '겉으로 흠잡을데 없는' 여성들에게서 더 큰 연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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