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공선옥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2000년대부터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을 매년 읽고 있습니다. 보통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한 두 편씩 꼭 실려 있어 읽곤 했는데 매년 읽다보니 그 해의 경향도 읽을 수 있다는 건 뜻밖의 수확입니다. 이번 해에는 박완서, 천운영, 한강의 이름을 보고 선뜻 집어들었는데 그 분들 작품 외에 김연정의 '선글라스를 벗으세요'와 정이현의 '트렁크'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무릇 소설이 재미만으로 읽히고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최일남의 '멀리 가버렸네'나 서정인의 '벽소령' 처럼 무슨 이야기인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추상속에서도 진리를 이끌어 낼 수도 있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유독 이번 해의 작품집에서는 여성작가 작품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하고 있는 소설을 읽으면서 점차 개인의 내면과 여성의 삶이 지구의 중심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역사보다는, 또는 공공의 삶보다는 내면으로 내면으로 파고드는 현실은 그러나, 핍박한 현실의 조건과 충돌하면서 아픔을 만들어 냅니다. 공선옥의 '비정'이나 정이현의 '트렁크'는 요즘들어 일게 되는 신문처럼 읽어내리가가 착찹한 아픔을 느꼈지만 김연정의 '선글라스를 벗으세요'를 읽으면서는 아픈 와중에도 그 아픔과 화해할 수 있는 한 줄기 희망을 엿볼 수 있어 안도의 한숨을 내어쉴 수 있었습니다. 매 해 이처럼 좋은 소설을 한권으로 읽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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