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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티 아줌마의 죽음
낸시 애서턴 지음, 이현경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미스터리가 좋다. 복잡한 트릭을 넣고 탐정과 범인 등이 나오는 본격 미스터리부터 경찰 소설, 사회파 거기에 코지 미스터리까지. 각각의 매력이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맛이 참 좋다. 어두운 미스터리는 분위기, 심리 묘사까지 심각한 면이 있어 가끔 기분이 우울해질 때도 있지만 마무리가 깔끔하면 상쇄되는 느낌이 들어 개운해져서 좋다. 가벼운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면서도 산뜻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이 책은 코지 미스터리라고 되어 있지만 나는 거기에 판타지가 가미된을 붙이고 싶다. 이유는 스포일러가 될 터이니 쓰지 않겠다.


디미티 아줌마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무척 놀랐다. 아줌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아줌마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내가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힘겹게 살고 있는 주인공 로리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편지를 보낸 변호사를 찾아간 로리는 디미티 아줌마가 실제 인물이며 영국에 있는 디미티 아줌마의 시골집에서 한 달 동안 지내며 아줌마가 내준 과업을 완수하면 1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디미티 아줌마는 엄마와 친한 친구였고 서로 편지 왕래를 했다는 사실도 듣는다. 동봉된 엄마의 편지에서는 사진 한 장이 나오고, 그 사진에 아줌마의 숨겨진 비밀이 있으며 그것의 해답 또한 찾아달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로리는 변호사의 아들(또한 변호사다)과 함께 영국에 있는 디미티 아줌마의 시골집로 건너가 그 수수께끼를 풀기로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얼른 뒤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뒤를 먼저 보는 것은 반칙이니 그럴 수 없지. 도대체 디미티 아줌마의 숨겨진 비밀이 뭔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찾는 유형은 범인만 찾으면 되는 거라 같이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사진 한 장만 던져줄 뿐 어떤 단서도 없다. ‘도대체 뭔데! 무슨 비밀인데!’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열심히 책장을 넘겼다. 이렇게 머릿속에 계속 물음표가 떠다니게 한 책은 오랜만이다. 엄마는 왜 디미티 아줌마가 실제 인물이라는 것을 숨겼는지. 엄마와 처음 만난 동물원에서 디미티 아줌마는 왜 망연자실하고 있었는지. 엄마의 편지 속에 있는 사진은 무얼 의미하는지. 디미티 아줌마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지. 미스터리이니 결국 해답은 나오지만 하나씩 나오는 터라 너무 감질났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때는 만족스럽고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생각했던 설정이 맞아 들어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시리즈라던데 뒷이야기를 또 들을 수 있는 걸까. 기다려진다. 후속작이 나오면 꼭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읽어야겠다.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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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기술자
토니 파슨즈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영국 작가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있구나. 코난 도일이라든가 애거서 크리스티든가. 하지만 모두 고전 추리 소설이었고 현대 소설은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가 전부다. 추리 소설을 꽤 읽은 것 같은데 거의 한 나라 작품에 몰려있다. 요즘엔 여러 나라,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골고루 나오는데 편애라니, 반성하자.

살인 기술자토니 파슨즈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토니 파슨즈를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 듯하다. 항상 새로운 작가와의 첫 만남은 설렌다. 어떤 내용일까, 어떤 글을 쓰는 작가일까 물음표가 머릿속을 뛰어다닌다. 이 작품에 끌린 이유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면서도 인간미가 넘친다. 빠른 전개와 사실적 묘사가 탁월하다 - 리 차일드(Lee Child)’

살인 기술자는 새로운 범죄 시리즈의 출발점이라면, 우린 끝까지 따라가겠다! - 더 타임스(The Times)’

 

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이 소설은 대테러부대 감시 요원이었던 주인공 맥스 울프가 강력계로 옮기자마자 참여한 사건 이야기이다. 35세의 유능한 투자은행가였던 휴고 벅스가 사무실에서 시체로 발견되다. 사인은 기도까지 단번에 잘린 경동맥 절단. 지문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발견된 것이라고는 돼지라고 쓰인 글씨뿐. 그로부터 며칠 후 같은 방식으로 죽은 노숙자가 발견된다. 그리고 찾은 그들의 공통점은 7명의 소년이 찍힌 사진과 포터스 필드라는 기숙사 학교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한편 SNS에서는 스스로 범인이라 칭하는 도살자 밥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로 떠들썩하고 경찰들은 그가 범인이라며 그를 쫓는다. 사건은 또 일어나고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경찰은 기자 스칼렛 부시와 협력하여 도살자 밥을 잡기 위해 함정을 판다. 그러나 울프는 도살자 밥이 범인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는데. 도살자 밥은 누구이며 그가 정말 범인일까? 범인은 무엇 때문에 어른이 된 7명의 소년을 죽이려 하는 걸까.

 

강렬하다. 그리고 우울하다. 영국 스릴러는 어두운 걸까. 그리고 이렇게 거침없는 걸까. 첫 프롤로그부터 놀랐다. 이렇게 과격할 수가!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점잖은 신사라는 편견이 너무 심했나 보다. 즐겨보는 일본 소설이나 미국 드라마에는 그로테스크한 시신이 발견되는 이야기가 흔하다. 그래서 거기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시체는 그렇게 기괴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데, 분위기 때문일까 왠지 더욱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전개도 빠르다. 사건이 줄줄이 터지고 이야기가 쑥쑥 나아간다. 그리고 현대 소설답게 SNS 활용도 자연스럽다. 간간이 나오는 울프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소설의 분위기를 한층 띄우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 결말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물론 궁금증은 다 해결해준다. 범인도 사건을 벌인 이유도. 하지만……. 아마도 범행 동기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들 짐작하리라. 그런데 마지막 반전도 그럴까?

토니 파슨즈라는 작가와 영국 스릴러의 맛을 조금은 알게 해준 책이라 만족한다. 또 다른 책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다.

! 책 중에 나오는 블랙 뮤지엄. 정말 존재할까? 있다면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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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너무 많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렉스 스타우트 지음, 이원열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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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처음 추리소설을 접했을 때는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가 최고인 줄 알았다.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점점 범위가 넓어져 앨러리 퀸, 윌리엄 아이리시, 체스터튼 등의 작품도 재미나게 읽었다. 물론 작가 이름을 기억 못해도(분명히 유명한 작가겠지만 내 기억의 한계)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주 많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서양 추리에 좀 질려서아직도 못 읽어본 책이 많은데 왜 그랬을까일본 추리로 발을 들였다. 일본 추리 소설은 서양 추리와 또 다른 맛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좀 더 자극적이라고 할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어둡다고 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일 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많겠지.

옛날과 지금을 비교할 때 독자로서 행복한 점은 작가가 더 다양해지고 읽을 작품이 더 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난 렉스 스타우트의 요리사가 너무 많다. 일본 추리 소설을 읽다가 가끔 이렇게 서양 추리 소설을 읽으면 또 느낌이 새롭다. 요즘 쓰인 소설이 아닌 예전에 나온 소설을 읽으면 더욱 그렇다. 나도 그 시대로 타임머신 타고 날아간 느낌이 든다.

 

렉스 스타우트의 요리사가 너무 많다는 집 밖으로 나가기 싫어하고 요리를 좋아하는 거구의 탐정 네로 울프15명의 요리사가 5년 마다 모여 요리를 하는 행사에 초청되어 기차를 타고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차 내에서부터 등장인물들이 하나둘 소개되고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것을 무마하려는 듯한 네로 울프의 조수 아치 굿윈의 엉뚱한 상상. 기차는 휴양지에 도착하고 모인 요리사들은 저마다의 솜씨를 뽐낼 요리를 만들 준비에 들어간다. 그리고 네로 울프는 맛있는 요리를 먹을 생각에 즐거워진다. 저녁 만찬은 시작되고 요리 소스를 맞추는 행사를 진행하던 중 나오지 않는 요리에 조바심을 내던 네로 울프는 조리장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시체를 발견한다. 그곳에 모인 요리사들은 모두 죽은 요리사를 살해할 동기가 있다. 범인은 누구일까, 어떤 트릭을 썼을까, 네로 울프는 과연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고전 추리 소설을 읽었다. 일본 소설만큼 자극적이거나 감동을 주는 면은 없지만 이상하게 만족감이 든다. 딱 그 장르의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서양 고전 추리는 거의 서론이 길다. 즉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서술이 길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시체가 발견되고 경찰이 오고 탐정은 단서를 모은다. 그리고 추리를 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추론을 밝힌다. 요리사가 너무 많다도 같은 형식으로 쓰였다. 이리저리 꼬았다는 느낌도 없어서 복잡하게 생각하며 읽을 필요가 없어서 더 좋았다. 물론 요즘 나오는 추리 소설에 비하면 트릭이 너무 간단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가 다르다. 이 책이 나왔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을 거로 생각한다. 그때를 생각하며 읽으면 분명 만족하지 않을까.

분명히 같은 장르인데 일본 추리 소설을 읽다 이렇게 간간이 서양 추리 소설을 읽으면 이상하게도 다른 장르를 읽는 느낌이 난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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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쓰카와 소스케의 작품은 처음이다. 신의 카르테[2011, 작품(절판)]라고 영화까지 된 작품이 있는 모양이지만 읽어보지 않았다. 아마도 내 취향이 아니라고 들춰보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런 작가의 작품에 서슴없이 손을 댔다. 왜냐고? 책이 주제니까. 고서점이 배경이니까. 고양이가 나오니까. 가장 큰 이유는 판타지니까. 이것 말고 어떤 이유가 필요할까.

이야기는 주인공 소년 나쓰키 린타로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시작한다.
크리스마스가 며칠 안 남은 어느 날, 할아버지가 세상을 떴다. 부모님을 어릴 때 잃은 린타로는 할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그러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나쓰키 고서점이라는 책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린타로도 자연스레 책과 친해지게 되었다. 그런 린타로가 이제 며칠 후면 이곳을 떠나 고모 집으로 간다. 학교도 가지 않고 고서점에만 있는 린타로를 찾아오는 사람은 단 두 사람. 고서점 단골인 1년 선배 아키바 료타와 같은 반 반장 유즈키 사요다. 아키바 선배는 책을 사러, 사요는 린타로에게 알림장을 전해주러 온다. 린타로 홀로 고서점을 지키고 있던 어느 날, 말하는 얼룩 고양이가 나타난다. 자기 이름을 얼룩이라고 소개한 고양이는 린타로에게 책을 구할 수 있도록 힘을 빌려달라고 한다. 반신반의하며 따라나선 린타로 앞에 세 가지 미궁이 나타난다. 첫 번째는 가두는 자’, 두 번째는 자르는 자’, 세 번째는 팔아 치우는 자’. 각 미궁의 진실을 찾아내어 무사히 고서점으로 돌아온 린타로 앞에 또 하나의 예기치 못한 미궁이 나타난다. 그리고 친구가 된 유즈키 사요가 끌려간다. 린타로는 굉장히 강력하다는 미궁의 주인에게서 사요를 데리고 올 수 있을까. 책을 구할 수 있을까.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좀 더 화려한 판타지로 생각했다. 그러나 읽다 보니 이 책은 판타지라는 형식을 취하여 책을 접하는 태도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첫 미궁 가두는 자는 책은 무조건 빨리 많이 읽어야 한다는 곳, 두 번째 자르는 자는 많은 책을 읽기 위해 줄거리만 발췌해서 읽어야 한다는 곳, 세 번째 팔아 치우는 자는 팔리는 책만 만드는 미궁이다. 마치 요즘 시대에 책을 대하는 태도를 꼬집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책을 알려면 한 번 읽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때도 있다. 게다가 어릴 적 읽었던 책을 지금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이뿐만 아니라 읽을 때의 기분에 따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책을 어떻게 속독으로 훑어보고 한 번 읽은 것만으로 다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어야만 한다. 줄거리는 책을 고르는 하나의 수단일 뿐, 읽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두 번째 미궁에서 보여준 달려라 메로스(다자이 오사무, 열림원, 2014)의 줄거리 메로스는 격노했다를 읽고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졌다. 이게 뭐야! 메로스가 무엇에 격노했는지, 격노한 후에 어떻게 됐는지, 전혀 없지 않은가! 이것을 읽고 어떻게 달려라 메로스를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세 번째 미궁은 팔릴 것 같은 책만 만드는 곳이다. 어릴 때 재미있게 봤던 책 아니 몇 년 전에 흥미롭게 읽은 책을 다시 찾으면 어느 새 절판이다. 물론 다시 나오는 책도 있었지만, 아직도 찾지 못한 책이 있다. 제목은 생각이 안 나지만 내용은 기억 속에 남아있다. 팔릴 것 같은 책만 만들면 이렇게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책은 어디 가서 찾아야 할까. 많은 사람이 읽지는 않지만 한두 명이라도 찾는 책은 어디에서 찾을까. 유명 작가가 쓴 책이 아니어도 재미있는 책은 많은데, 그런 책은 어디에 있을까. 아니 유명 작가라도 어렵다는 이유로 잘 안 읽는 책은?
마지막 미궁은 책이란 무엇일까, 책의 힘이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 의문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린타로는 이 네 가지 미궁에 어떤 답을 보여줄까.
그리고 우리는 책과 어떻게 얽혀서 살아가야 할까.

, 이제 린타로, 얼룩이와 함께 미궁의 해답을 찾으러 가야 할 시간이다.
 
 
책에는 커다란 힘이 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책의 힘이지 네 힘은 아니야.”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 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                    

   (책 속에서 린타로 할아버지가 린타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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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 안내서 - 제137회 나오키 상 수상작
마쓰이 게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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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시대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순박한 것 같고, 그 시대는 사람 사이의 정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알 수 없는 애잔함도 동시에 감돈다. 그런 묘한 분위기는 미스터리라는 장르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모르는 시대라서 그런지 판타지 같기도 하다. 에도시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사람의 사악한 본성이나 자신의 이익보다 정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에도시대가 배경인 소설은 저절로 손이 간다. 유곽 안내서도 배경이 에도시대라는 이유와 나오키상을 받았다는 또 하나의 이유로 처음 듣는 작가지만 망설임 없이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에도시대 폐쇄된 공간이었던 요시와라라는 유곽 촌이 배경이다. 유곽에 유녀로 팔려오면 나갈 방법은 두 가지다. 계약 기간이 끝나는 것과 누군가에게 낙적(손님이 돈을 내고 유곽에서 나오게 해주는 일)되는 것. 그런 유곽 안에서 유녀 한 사람이 소리소문없이 모습을 감췄다. 사라진 유녀, ‘가쓰라기는 어렸을 때부터 팔려온 다른 유녀들과 달리 열넷이라는 늦은 나이에 유곽에 들어온다. 그러나 타고난 배짱과 사람을 사로잡는 능력 덕에 그녀는 오이란이라는 최고 유녀 자리까지 단숨에 올라간다. 그리고 유곽 전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그랬던 가쓰라기가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졌다. 계약 기간은 아직 멀었지만 낙적을 앞두고 있었는데, 가쓰라기는 어디로 어떻게 사라진 걸까. 도대체 유곽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누군가가 사라지고 그 흔적을 더듬는 이야기는 가끔 있다. 그리고 왜 찾는지, 찾는 사람은 누구인지 책 속에서 설명해준다. 하지만 이 책은 가쓰라기가 사라진 사건을 묻는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알려 하는지도 이야기 도중에는 나오지 않는다. 물론 그 사람과 가쓰라기의 관계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질문자가 가쓰라기와 친분이 있었던 사람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으며 행방을 더듬는다. 유곽에 처음 오는 사람이 들른다는 히키테자야 여주인부터 시작해서 가쓰라기가 한때 몸담았던 유곽 주인과 점원, 가쓰라기의 손님이었던 사람들, 연회에 참석했던 다이코모치(남자 게이샤)와 게이샤, 은퇴한 유녀 등 가쓰라기와 조금이라도 관계있던 사람들을 차례차례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다. 인터뷰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모두 대답뿐. 질문도 대답하는 사람이 되묻는 형식이다. 직업에 따라 나이에 따라 그리고 성별에 따라 각기 다른 말투가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은 그렇게 가쓰라기의 행방을 더듬는 동시에 유곽이라는 미지의 공간도 찬찬히 설명해준다. 가끔 이야기 속에 나와 어렴풋이만 알던 유곽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유곽 안내서라는 제목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미스터리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미스터리를 즐겨 읽지 않는 사람도 가벼운 역사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미스터리를 즐기는 독자라면 책 전반에 흐르는 비밀스러운 분위기와 양파 껍질처럼 하나씩 벗겨지며 나타나는 힌트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물론 정통 미스터리, 탐정과 경찰이 등장하고 시체가 나오고 복잡한 트릭을 푸는 그런 미스터리를 기대하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가벼운 미스터리는 이제까지 미스터리를 읽지 않은 사람에게 좋은 입문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마무리도 깔끔해서 이른바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는 더욱 만족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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