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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 안내서 - 제137회 나오키 상 수상작
마쓰이 게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1월
평점 :
에도시대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시대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순박한 것 같고, 그 시대는 사람 사이의 정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알 수 없는 애잔함도 동시에 감돈다. 그런 묘한 분위기는 미스터리라는 장르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모르는 시대라서 그런지 판타지 같기도 하다. 에도시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사람의 사악한 본성이나 자신의 이익보다 정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에도시대가 배경인 소설은 저절로 손이 간다. 이 《유곽 안내서》도 배경이 에도시대라는 이유와 나오키상을 받았다는 또 하나의 이유로 처음 듣는 작가지만 망설임 없이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에도시대 폐쇄된 공간이었던 ‘요시와라’라는 유곽 촌이 배경이다. 유곽에 유녀로 팔려오면 나갈 방법은 두 가지다. 계약 기간이 끝나는 것과 누군가에게 낙적(손님이 돈을 내고 유곽에서 나오게 해주는 일)되는 것. 그런 유곽 안에서 유녀 한 사람이 소리소문없이 모습을 감췄다. 사라진 유녀, ‘가쓰라기’는 어렸을 때부터 팔려온 다른 유녀들과 달리 열넷이라는 늦은 나이에 유곽에 들어온다. 그러나 타고난 배짱과 사람을 사로잡는 능력 덕에 그녀는 ‘오이란’이라는 최고 유녀 자리까지 단숨에 올라간다. 그리고 유곽 전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그랬던 가쓰라기가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졌다. 계약 기간은 아직 멀었지만 낙적을 앞두고 있었는데, 가쓰라기는 어디로 어떻게 사라진 걸까. 도대체 유곽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누군가가 사라지고 그 흔적을 더듬는 이야기는 가끔 있다. 그리고 왜 찾는지, 찾는 사람은 누구인지 책 속에서 설명해준다. 하지만 이 책은 가쓰라기가 사라진 사건을 묻는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알려 하는지도 이야기 도중에는 나오지 않는다. 물론 그 사람과 가쓰라기의 관계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질문자가 가쓰라기와 친분이 있었던 사람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으며 행방을 더듬는다. 유곽에 처음 오는 사람이 들른다는 히키테자야 여주인부터 시작해서 가쓰라기가 한때 몸담았던 유곽 주인과 점원, 가쓰라기의 손님이었던 사람들, 연회에 참석했던 다이코모치(남자 게이샤)와 게이샤, 은퇴한 유녀 등 가쓰라기와 조금이라도 관계있던 사람들을 차례차례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다. 인터뷰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모두 대답뿐. 질문도 대답하는 사람이 되묻는 형식이다. 직업에 따라 나이에 따라 그리고 성별에 따라 각기 다른 말투가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은 그렇게 가쓰라기의 행방을 더듬는 동시에 유곽이라는 미지의 공간도 찬찬히 설명해준다. 가끔 이야기 속에 나와 어렴풋이만 알던 유곽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유곽 안내서’라는 제목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미스터리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미스터리를 즐겨 읽지 않는 사람도 가벼운 역사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미스터리를 즐기는 독자라면 책 전반에 흐르는 비밀스러운 분위기와 양파 껍질처럼 하나씩 벗겨지며 나타나는 힌트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물론 정통 미스터리, 탐정과 경찰이 등장하고 시체가 나오고 복잡한 트릭을 푸는 그런 미스터리를 기대하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가벼운 미스터리는 이제까지 미스터리를 읽지 않은 사람에게 좋은 입문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마무리도 깔끔해서 이른바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는 더욱 만족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