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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비행
가노 도모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8년 4월
평점 :
첫 번째 이야기는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진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어떤가요, 조금은 흥미가 느껴지시나요?)
책 뒤표지에 쓰여 있는 글이다. 무심코 ‘네!’ 하고 대답할 뻔 했다. 이름이 여러 개? 어째서? 왜? 무슨 이유로? 머릿속에 물음표가 마구 생겼다. 아니나 다를까,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서도 물음표투성이였다. 제목만 보고 판타지 같은 내용일까, 하고 상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런 것을 일상 미스터리라고 하던가.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은 듯하니, 일상 수수께끼라고 하면 될까? 하지만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어디서 어떤 수수께끼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으니.
구성도 독특하다. 총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주인공이자 작가인 고마코가 ‘세오’라는 사람에게 소설을 썼다고 편지를 쓴다. 그리고 소설 내용이 나오고 다음은 알 수 없는 독자에게서 받은 편지가 이어진다.
첫 번째 이야기 <가을, 또르르 또르르 또르르>는 뒤표지 소개 글에 나온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진 여자의 이야기’이다. 전문학교에 다니는 고마코는 우연히 학생 게시판을 보고 있는 빨간색 옷을 입은 여자를 발견했다. 친구들과 잠시 잡담을 나누던 고마코에게 빈 캔이 날라드는데, 그녀가 던진 것이었다. 어쩐지 시비를 거는 듯한 그녀 태도에 고마코는 가슴이 답답했다. 고마코는 수업을 듣는 교실에서 그녀와 다시 세 번 마주치는데, 수업 마다 기입하라고 돌리는 출석 표마다 이름이 달랐다. 고마코를 대하는 태도는 어딘지 모르게 쌀쌀맞은 그녀가 왜 고마코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그랬을까?
두 번째 이야기 <크로스 로드>는 유령 소문에 대한 이야기이다. 교차로에서 차에 치여 세상을 뜬 아이의 아빠가 아이를 기리기 위해 그곳에 아이를 그렸다. 그 뒤로 그 교차로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돈다. 고마코는 미용실에서 그 소문을 듣고 그림을 보러 간다. 평범한 아이 그림인데 어째서 그런 소문이 돌았을까?
세 번째 이야기 <마법비행>은 로맨틱했다. 고마코는 축제 때 같은 부 친구인 노에와 함께 안내 데스크 담당을 하게 된다. 안내를 하며 놀러 오는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주는 간단한 일이다. 놀러 온 다섯 아이에게 각기 다른 풍선을 나눠주기도 하고 노에의 소꿉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오전 담당을 마치고 고마코는 오후에는 노에와 함께 부에서 하는 ‘쿠키 판매’를 했다. 축제가 끝난 후 학교 내 탑에서 다섯 아이 그리고 노에의 소꿉친구와 만났다. 노에의 소꿉친구는 쌍둥이(다섯 아이 중에 있었다)의 텔레파시를 시험한다면서 한 명은 아래에 그대로 있고 한 명은 위에 보낸다. 그리고 노에에게 한 아이에게 귓속말을 하라고 한다. 텔레파시는 성공일까? 타이틀 마법비행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마지막 이야기 <헬로, 인데버>는 고마코의 소설이 아니다. 고마코의 현실 이야기. 알 수 없는 독자가 누구일까, 하는 이야기이다. 고마코는 소설을 ‘세오’에게만 보냈는데 어째서 이 사람은 내용을 알고 있으며 편지는 또 어떻게 보냈을까. 그리고 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기 따로 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마지막 이야기를 통해 모두 엮여 있다. 읽을 때 전혀 생각 못 했다. 그저 옴니버스식 소설인가 보다고 짐작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고마코의 소설에서 뚜렷한 해답이 나오지 않고 알 수 없는 사람의 편지에서 해답을 말해주기에 특이한 구성의 소설이라고 재미있어하며 읽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마지막에서 모든 장의 해답을 주다니. 정말 독특하다. 뒤에 나온 ‘작가의 말’을 읽으니 이 책이 두 번째 소설 같은데, 다음 소설은 어떤 내용, 어떤 구성일지 기다려진다. 그리고 아직 읽지 않은 가노 도모코의 첫 소설 《일곱 가지 이야기》도 궁금하다. 작가는 이 《마법비행》이 《일곱 가지 이야기》의 속편에 해당한다고 한다. 자고로 시리즈는 첫 권부터 읽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속편을 먼저 읽었지만, 앞 이야기도 읽어야겠다. 어떨지 지금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