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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쓰카와 소스케의 작품은 처음이다. 《신의 카르테》[2011, 작품(절판)]라고 영화까지 된 작품이 있는 모양이지만 읽어보지 않았다. 아마도 내 취향이 아니라고 들춰보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런 작가의 작품에 서슴없이 손을 댔다. 왜냐고? 책이 주제니까. 고서점이 배경이니까. 고양이가 나오니까. 가장 큰 이유는 판타지니까. 이것 말고 어떤 이유가 필요할까.
이야기는 주인공 소년 나쓰키 린타로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시작한다.
크리스마스가 며칠 안 남은 어느 날, 할아버지가 세상을 떴다. 부모님을 어릴 때 잃은 린타로는 할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그러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나쓰키 고서점’이라는 책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린타로도 자연스레 책과 친해지게 되었다. 그런 린타로가 이제 며칠 후면 이곳을 떠나 고모 집으로 간다. 학교도 가지 않고 고서점에만 있는 린타로를 찾아오는 사람은 단 두 사람. 고서점 단골인 1년 선배 아키바 료타와 같은 반 반장 유즈키 사요다. 아키바 선배는 책을 사러, 사요는 린타로에게 알림장을 전해주러 온다. 린타로 홀로 고서점을 지키고 있던 어느 날, 말하는 얼룩 고양이가 나타난다. 자기 이름을 ‘얼룩’이라고 소개한 고양이는 린타로에게 책을 구할 수 있도록 힘을 빌려달라고 한다. 반신반의하며 따라나선 린타로 앞에 세 가지 미궁이 나타난다. 첫 번째는 ‘가두는 자’, 두 번째는 ‘자르는 자’, 세 번째는 ‘팔아 치우는 자’. 각 미궁의 진실을 찾아내어 무사히 고서점으로 돌아온 린타로 앞에 또 하나의 예기치 못한 미궁이 나타난다. 그리고 친구가 된 유즈키 사요가 끌려간다. 린타로는 굉장히 강력하다는 미궁의 주인에게서 사요를 데리고 올 수 있을까. 책을 구할 수 있을까.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좀 더 화려한 판타지로 생각했다. 그러나 읽다 보니 이 책은 판타지라는 형식을 취하여 ‘책을 접하는 태도’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첫 미궁 ‘가두는 자’는 책은 무조건 빨리 많이 읽어야 한다는 곳, 두 번째 ‘자르는 자’는 많은 책을 읽기 위해 줄거리만 발췌해서 읽어야 한다는 곳, 세 번째 ‘팔아 치우는 자’는 팔리는 책만 만드는 미궁이다. 마치 요즘 시대에 책을 대하는 태도를 꼬집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책을 알려면 한 번 읽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때도 있다. 게다가 어릴 적 읽었던 책을 지금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이뿐만 아니라 읽을 때의 기분에 따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책을 어떻게 속독으로 훑어보고 한 번 읽은 것만으로 다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어야만 한다. 줄거리는 책을 고르는 하나의 수단일 뿐, 읽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두 번째 미궁에서 보여준 《달려라 메로스》(다자이 오사무, 열림원, 2014)의 줄거리 ‘메로스는 격노했다’를 읽고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졌다. 이게 뭐야! 메로스가 무엇에 격노했는지, 격노한 후에 어떻게 됐는지, 전혀 없지 않은가! 이것을 읽고 어떻게 《달려라 메로스》를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세 번째 미궁은 팔릴 것 같은 책만 만드는 곳이다. 어릴 때 재미있게 봤던 책 아니 몇 년 전에 흥미롭게 읽은 책을 다시 찾으면 어느 새 절판이다. 물론 다시 나오는 책도 있었지만, 아직도 찾지 못한 책이 있다. 제목은 생각이 안 나지만 내용은 기억 속에 남아있다. 팔릴 것 같은 책만 만들면 이렇게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책은 어디 가서 찾아야 할까. 많은 사람이 읽지는 않지만 한두 명이라도 찾는 책은 어디에서 찾을까. 유명 작가가 쓴 책이 아니어도 재미있는 책은 많은데, 그런 책은 어디에 있을까. 아니 유명 작가라도 어렵다는 이유로 잘 안 읽는 책은?
마지막 미궁은 책이란 무엇일까, 책의 힘이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 의문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린타로는 이 네 가지 미궁에 어떤 답을 보여줄까.
그리고 우리는 책과 어떻게 얽혀서 살아가야 할까.
자, 이제 린타로, 얼룩이와 함께 미궁의 해답을 찾으러 가야 할 시간이다.
“책에는 커다란 힘이 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책의 힘이지 네 힘은 아니야.”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 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
(책 속에서 린타로 할아버지가 린타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