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노볼 1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힘들 때나 아플 때,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가끔 생각했었다. 나의 몸이 3~4개는 되었으면 하고 바랬다. 손오공이 머리카락으로, 전우치는 부적으로 만드는 많은 분신술이 부럽기만 했다. 여기에는 전제가 따른다. 분신들은 나의 말과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즉 사고라는 것은 오로지 본체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하 40도의 날씨에도 학교를 가고 일을 하러 간다. 영하 60도 이하가 되어야 학교는 휴교를 하는 상황이다. 생각만 해도 온몸에 고드름이 달리는 기분이다. 빙하기를 맞이한 그곳에는 사람과 동물들이 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열.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열이다. 얼어서 죽지 않기 위해서, 또 먹을 음식과 물이 있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열이다. 태양은 어느 곳에 있는 것일까.

지금의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이 이야기를 소설로만 치부하기에는 두려움이 앞선다.

돈이 권력이 되는 사회. 스노볼도 예외는 아니다. 자본이 충분하였던 이본가는 스노볼이라는 돔을 세우고 선택받은 아니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살게 한다. 하지만 조건은 있다. 그들의 삶이 모두 스노볼 밖에 사는 사람들에게 방송으로 보여져야 한다. 트루먼쇼가 한 사람의 삶을 방영하지만 스노볼은 모든 사람이 트루먼쇼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오직 한 집안. 이본가의 삶은 보여지지 않고 있다. 스노볼 밖의 사람들은 그렇게 스노볼 안의 사람들의 삶을 보는 댓가로 전력을 만들어 공급한다.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는 상황에서도 스노볼에서 방영하는 각 사람들에게 부여된 채널로 골라가며 시청한다.

이들은 사고가 멈춘 것 같다. 쳇바퀴를 돌려서 삶에 필요한 전기와 스노볼의 방송을 보는 생각만을 한다. 다른 직업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스노볼 안에서만 쳇바퀴 돌리는 것 외의 직업들이 있다. 필요한 물건은 스놀볼에서 구입해야한다. 그것도 직접 가는 것이 아니라 주문하고 기차로 배달 받는다. 사고를 멈추게 한 것은 무엇일까. 이들로 인해 사고를 할 수 없도록 시간과 정신적, 육체적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멈추지를 않았다.

그렇게 한 구역에서 일하는 전초밤이라는 아이에게 스노볼의 디렉터인 차설이 찾아온다. 고해리라는 액터의 디렉터였는데 고해리가 자살을해서 대역으로 전초밤이 출연하는 것을 제안한다. 디렉터의 꿈을 꾸던 전초밤은 액터로 일하면 디렉터가 될 수 없음에 주저하지만 전초밤이 아닌 고해리로 잠시 살게 되니 나중에 디렉터를 해도 무관하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고해리와 목소리마저 닮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승낙한다. 스노볼의 생활을 꿈꾸며.

잠시 고해리고 살려고 했지만 달콤한 스노볼의 생활에 계속 고해리로 살아가려하지만 배새린이라는 또 다른 전초밤과 고해리와 같은 얼굴의 아이에 의해 퇴역한 디렉터의 마을로 납치를 당한다. 그리고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고해리와 같은 모습을 한 아이가 더 있음을. 자신들은 복제인간 이었음을.

스노볼이라는 설정에 그저 지구의 위기인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전문명을 전쟁문명이라 일컫는 말에 지금의 상황들을 떠올려봤다. 소설 속에서 말하는 전쟁문명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거구나. 내가 편하게 있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 정말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복제인간이라는 것이 불가능할까. 복제양 돌리가 나왔었고 인간을 복제하는 것은 윤리에 어긋나다는 것으로 막았지만 과연 언제까지 일까. 지열이 있어서 스노볼을 그곳에 세웠다는 이본가는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사고를 하지 않게 하고 다른 꿈을 꾸지 못하게 사람들을 몰아가는 상황이 정상적일까.

단지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사형수들을 대상으로 바이슬론 경기를 하며 인간사냥을 한다. 대체 인간이 무엇이기에. 그들이 살인자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와 아픔을 준다고해서 마음대로 죽여도 된다는 생각을 심으며 게임하듯 사람을 사냥하고 죽은 사람은 사형수라 마땅하니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챔피언이 된 것에만 기뻐하는 사람들이 정상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지금 우리는 올바른 사고를 하며 비판적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더욱 생각해보게 된다. 수많은 미디어에 나오는 사람들의 말과 생각이 마치 자신의 생각인양 착각하는 우리의 삶이 스노볼의 시대에 사는 사람들과 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소설 속 환경이 우주너머 있지도 않은 세상을 말하는 것 같지만 살펴보면 환경만 지금과 다를 뿐이지 우리를 말하고 있다.

이야기에 나오는 탐나는 기술들도 있지만 부디 앞으로의 기술과 자본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들을 올바른 곳에 사용하면 좋겠다.

나의 모든 것이 온전히 나와 가족의 힘으로 얻은 것이 아니듯 모두가 그러하니 내가 이룬 것과 이루려 하는 것들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 바란다.

거침없이 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치는 진행되는 이야기에 푹빠져서 밤새워 읽은 2권의 스노볼이었지만 덮을 때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듯 소설하나로 재미와 수많은 사고를 하게 해주는 이야기를 엮은 박소영작가님이 궁금해지면서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해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 19로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못할 때 우스게 소리처럼 식물에게 말을 거는 것은 괜찮아요. 하지만 식물이 말을 걸어와서 대답을 하면 정신과를 찾으셔야 합니다.”란 말이 있었다.

주인공 나인이 사람인줄 았았는데 식물이라는 설정에서 우습게도 그 말이 먼저 떠올랐다. 자신이 미쳐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나인의 생각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내 손톱사이에 새싹이 났다면 바로 병원을 찾았을 것이다.

듣고, 보았어도 아무런 말이 없는 증인들은 식물이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또한 승택이 했던 말처럼 사람보다 먼저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도 식물이다. 가만히 숲을 거닐면 바람이 지나며 나무와 풀을 건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떨어진 나뭇잎의 바스락 소리도 들린다.

더 깊이 그들의 소리를 들어보면 알아 들을 수 없지만 속삭임이 들리 것 같다.

조용히 듣고만 있다고 생각하던 식물은 항상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알아듣지 못하는 속삭임이라고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은 우리들이었다.

그들도 아픔과 슬픔, 고통을 견디며 그렇게 숲을 이루며 시간의 흐름속에 자랐다. 햇빛과 물만으로 자랐다는 인간의 오만함으로 판단을 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키우던 강아지에게, 함께 놀아주던 인형에게, 길을 가다 마주친 꽃들에게 즐겁게 인사하며 말을 건넸다. 지금의 나의 아이도 나의 어린시절과 같이 그들에게 말을 걸며 웃는다. 아이들이란 말로 그냥 지나쳤던 나에게 천선란의 [나인]은 물음을 던진다. 너에게 어린시절은 없었냐고? 모두 잊었냐고?

뒷산을 함께 오르던 친구들이 있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매일같이 붙어 다니며 놀다가 새로 산 옷을 찢어먹어서 엄마에게 혼나던 시절을 잊고 있었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다가 싹을 틔우는 식물처럼 아이들의 성장을 기다려 줘야 한다는 것을 살며 잊고 사는 것에 눈물이 난다. 모두가 비슷한 성장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구석방에 처박아 놓고 못질해 버리는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무조건 믿어준다고 해서 고마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한사람의 인생을 존재하게 한다.라는 말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듣고 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에, 또한 지금 듣고 싶은 말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