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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J ㅣ 달달 옛글 조림 1
유준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11월
평점 :
오래되었다고 모든 것이 쓸모없어진 것이 아니며,
오래되지 않았다고 해서 배우지 않을 것은 없습니다.
빨간 코 사슴 루돌프 J
반짝이던 빨간 코가 희미해지더니 어느 날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썰매를 더 이상 끌 수 없게 된 루돌프 J는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어릴 적 놀림 받았던 기억이 남아있는 집에서의 생활은 낯설기만 합니다.
밤새 꺼지지 않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며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J가 할 수 했었던 일은 썰매를 끄는 일이었습니다.
혼자 있는 일, 주어진 일이 없어진 것이 처음입니다.
빨간 코가 빛을 잃었다는 이유로 자기 일이 사라졌습니다.
썰매를 끄는 것 외에 다른 것을 해보지 않은 J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래서 꺼지지 않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는 생각한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 찾아옵니다.
새로 크리스마스 썰매를 끌게 될 루돌프 K입니다.
J에게 가르침을 원하지만, 처음에 J는 몸을 녹이고 돌아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J를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묻는 K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선물을 싣고 썰매를 끌어야 하기에 필요한 체력 훈련, 선물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길 찾는 능력 등 여러 가지 기술을 알려줍니다.
자신의 모든 빛을 내어주면서도 썰매를 끄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K를 보며 가슴 한편이 따끔하다는 J의 마음과 저의 마음이 같았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만 있다면 좋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에 이런저런 불만을 가져다가 정성스럽게 붙이고 있는 저이기에 말입니다.
고된 훈련에도 열심히 하며 J에게 맛있는 음식도 해주는 K가 저도 싫지는 않네요.
산타 마을로 K가 돌아가고 얼마 있지 않아 큰 눈이 내려 마을 전체가 파묻히게 됩니다.
J는 K가 짜준 빨간 목도리를 하고 눈보라를 뚫고 산타 마을로 향합니다.
산타와 K를 구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한 번만 빛나 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간절함에 코가 다시 빛을 냅니다. 하지만 마을이 모두 눈에 파묻혀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K의 목에 있던 10킬로미터까지 울리는 위치 추적 경보 시스템의 소리가 들립니다.
소리가 나는 곳을 뿔이 부러지고, 발굽이 빠지면서도 눈을 파 내려가서 산타와 K를 구합니다.
루돌프 J는 홍우원의 「노마설」에서 시작하였습니다.
늙어 더 이상 일을 하기 힘든 말에게 더 이상 취할 것이 없으니 떠나라고 합니다.
늙고 노쇠한 말은 주인에게 읍소하고 나무랍니다. 그리하여 주인은 반성하게 됩니다.
자신이 더 이상 썰매를 끌지 못하게 되었을 때 J는 거울 앞에서 자신을 멍하게 바라봅니다.
다른 사슴들과 달리 코에서 빛이 난다고 놀림도 받았습니다.
이런 일은 K도 겪은 것 같습니다.
K가 “외톨이로 살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일부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다름도 특별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던 것 같습니다.
늙고 노쇠하여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다고 현역에서 물러난 J.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자리를 넘겨주어야겠지요.
K가 찾아오기 전까지 J는 바쁘게 움직이는 모두를 부러워했습니다.
K를 가르치며 부러움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K는 세대가 다른 J의 가르침을 따릅니다.
선배 시민과 후배 시민의 만남이 이루어진 겁니다.
오랜 시간 쌓은 지혜와 경륜은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가능했겠지요.
스마트폰의 기능을 저는 아직도 잘 활용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기능을 빨리 익히더군요.
꾸역꾸역 손과 발로하던 일들을 편리하게 해내기도 하고요.
K의 최신 기계들을 좋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K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배움이란 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배 시민과 후배 시민.
지혜와 경륜 그리고 최신 버전이 만나 엄청난 일을 해냅니다.
눈보라를 헤치고 산타와 K를 구하게 되지요.
J는 온통 눈뿐인 곳에서 마을을 찾아내고, K는 위치 추적 경보시스템의 소리로 위치를 알렸습니다. 둘이 같이 해낸 것이지요.
오래되었다고 모든 것이 쓸모없어진 것이 아니며,
오래되지 않았다고 해서 배우지 않을 것은 없습니다.
둘이 만났을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겠지요.
세대 간 격차를 줄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연대’라는 말을 떠올리면 조금 낫지 않을까요.
앞과 뒤. 둘 중 하나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기에 고전은 계속 읽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면지에서는 J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나옵니다.
뒷면지를 보면 J와 K가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잠시 길을 헤매는 중, 장년분들 그리고,
세상과 시간에 움츠리는 분들께 조심스레 건네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또한
앞선 이들과 함께 살아가게 될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은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J의 휘날리는 붉은 목도리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웅진주니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